우리말 바로 알기


‘호치키스’와 ‘제록스, 카피’

최용기(국립국어연구원)

어떤 물건이든지 수입이 될 때는 그 이름도 함께 들어오기 마련이다. 이런 말들이 널리 퍼지기 전에 순화 용어를 미리 제시해 준다면 국적 불명의 외국어나 불필요한 외래어도 어느 정도 다듬어질 수 있을 것이다. 널리 퍼진 말 중에 ‘호치키스’와 ‘제록스, 카피’라는 말이 있다.

“김 선생님, 호치키스(→종이찍개) 좀 주시겠습니까?.”

‘호치키스(hotchkiss)’는 ‘Hotchkiss paper fastener’의 약어로서, 한국식 영어 표현이다. 본래 이 말은 미국인 발명가 이름을 따서 지은 상표 이름으로 어떤 물건을 가리키는 이름은 아니었다. 원어에서는 이를 ‘스테이플러(stapler)’라고 한다. 이 ‘스테이플러’라는 말은 직역하면 ‘꺾쇠(또는 거멀못)로 매는 것’이라는 뜻이다. 옛날에는 이런 국산품 물건이 없어 외제품을 파는 뒷골목에 가서 암거래로 물건들을 사기도 했는데, 요즈음은 품질이 우수한 국산품 물건이 매우 많아졌다. 그런데도 이 물건을 가리키는 별도의 우리말 이름이 없어서 지금까지도 ‘호치키스’라는 상표명이 보통명사로 굳어져 쓰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 물건은 꺾쇠 모양의 단단한 철사못을 여러 장의 종이에 눌러 박아 한 덩이의 묶음으로 만드는 간단한 장치이다. 『국어순화자료집』(1992, 국립국어연구원)에서는 ‘(종이)찍개’로 순화를 하였다. 다소 낯설기는 하지만 자주 쓰다 보면, 입에 익어 불편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호치키스 → (종이)찍개
“박 선생님, 이 서류 제록스(→복사) 좀 해 주세요.”
“김 선생님, 이 서류 카피(→복사) 좀 해 주세요.”

‘제록스(xerox)’는 1906년에 창업한 미국의 복사기 제조 회사 이름이다. 이 말도 복사기가 처음 들어올 때 함께 들어와 ‘복사기’도 ‘제록스’라 하고, ‘복사’하는 행위도 ‘제록스한다’고 하였다. 그래서 어떤 사전에서는 아예 ‘제록스’를 표제어로 올려 ‘문서 따위를 자동으로 복사하는 것. 또는 복사하는 기계’로 뜻풀이하기도 하였다. 이 말은 처음에는 상표 이름이었던 것이, 점차 ‘복사기’나 ‘복사’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용어로 변화한 것으로 본다. 한편, 지금은 ‘복사’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용어로 따로 ‘카피(copy)한다’는 말이 더 널리 쓰이고 있다. 그런데 이 ‘카피’라는 말도 우리말로 다듬을 여지가 있다. 그래서 『국어순화자료집』(1992, 국립국어연구원)에서는 ‘제록스’는 ‘복사’와 ‘복사기’로, ‘카피’는 ‘복사’로 순화하였다. 이 순화어들은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말인데 잘 쓰지 않게 된 것은 외국어를 선호하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 탓이 아닌가 한다. 우리말을 아끼고 다듬어 쓰려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제록스 → 복사, 복사기
카피 → 복사
* 클랙슨(klaxon) → 경적, 경음기
바리캉(バリカン, bariquant) → 이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