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어

컴퓨터 자판의 ‘@’의 이름은?

이승재(李丞宰, 가톨릭대학교)


컴퓨터 자판에는 특수 부호 ‘@’가 있다. 이 ‘@’는 전자 우편 주소에 항상 나오는데도 ‘#, $, ^, &’ 등과 마찬가지로 적절한 이름이 없어 불편할 때가 많다.
   ‘@’를 ‘에이’나 ‘알파’ 또는 ‘at’ 등으로 부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연체동물(軟體動物) 복족류(腹足類)에 속하는 ‘다슬기, 골뱅이, 고동/고딩이, 달팽이, 우렁, 소라’ 등을 연상하여 이 중의 어느 하나로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에이’와 ‘알파’는 ‘A’와 ‘α’의 명칭으로 쓰이므로 ‘@’의 이름으로는 부적당하고 영어 ‘at’을 그대로 들여온 ‘앳’도 마뜩찮다. 고유어 ‘다슬기, 골뱅이, 고동/고딩이, 달팽이, 우렁, 소라’ 중에서 하나를 골라 쓰는 것이 글꼴을 살릴 수 있어서 좋지 않을까 한다.


특수 부호의 이름도 새로 지어야

그런데 연체동물 복족류를 대표하는 총칭 명사가 없기 때문에 이 여섯 가지 중에서 어느 하나를 골라 쓸 수밖에 없다. 우선 ‘우렁’과 ‘소라’가 ‘@’의 명칭으로 쓰이는 일은 없는 것 같다. ‘우렁’은 논에 살고 ‘소라’는 바다에서 서식하는데 이들은 ‘@’의 명칭으로 삼기에 너무 크다는 느낌을 준다. ‘고동/고딩이’는 ‘다슬기’의 경상도 방언형인 데다가 동음이의어가 있으므로 ‘@’의 명칭으로는 역시 부적절하다. 그렇다면 ‘@’의 후보는 ‘다슬기, 골뱅이, 달팽이’의 셋으로 압축된다.
   ‘다슬기’는 냇물에 살고 크기가 작으며 삶아 먹을 수 있는 종류를 가리킨다. ‘다슬기’는 표준성을 이미 획득한 표준어라는 점을 내세워 자신을 재신임해 달라고 외친다. 그러나 서울과 경기도 그리고 강원도의 영서 지역에서는 이 종류를 가리킬 때 ‘다슬기’를 쓰지 않고 ‘달팽이’를 주로 사용한다. 그뿐만 아니라 ‘@’를 ‘다슬기’라 부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충청도에서는 ‘올갱이’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경기도 중남부에서는 ‘배틀조개’라는 방언형을 사용하기도 한다. ‘배틀조개’는 ‘비틀배틀’의 ‘배틀’에 ‘조개’가 붙은 말인 듯하다.)‘달팽이’는 두 개의 촉수가 있고 ‘다슬기’와는 달리 주로 나무에 붙어서 서식하며 식용하지 않는 복각류를 가리킨다. ‘달팽이’도 표준어이므로 표준성을 갖추었음을 은근히 내세운다. 특히 서울과 경기도 그리고 강원도 영서 지역에서는 민물에 서식하고 식용하는 ‘다슬기’까지도 ‘달팽이’라고 부르는 때가 많다는 점을 강조한다. 식용과 비식용의 두 가지를 아울러 지칭한다는 점에서 ‘달팽이’는 여느 후보와는 달리 자신만이 총칭성을 갖추었다고 주장한다. ‘달팽이’는 자신이 수도권의 토박이 후보일 뿐만 아니라 총칭적 용법을 가지기도 하므로 ‘@’에 어울리는 적임자임을 내세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를 ‘달팽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지 않은 편이다.
   ‘골뱅이’는 자신이 가장 많은 표를 얻을 수 있다고 장담한다. ‘@’를 ‘골뱅이’로 부르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데에 비하여 ‘다슬기’나 ‘달팽이’로 칭하는 사람은 찾을 수가 없다고 믿는 것이다. ‘골뱅이’는 강원도의 동남부 지역과 경북의 북부 지역에서 표준어의 ‘다슬기’를 가리킬 때 사용하는 방언형이다. 그러나 현실을 돌아보면 서울 사람들도 ‘@’를 ‘골뱅이’라고 부르는 때가 더 많다는 점을 강조한다. ‘골뱅이’는 자신이 상품화되어 술안주나 무침거리로 판매되기 시작한 이후로 수도권에서도 회자될 만큼 폭넓은 지지를 이미 확보했다고 주장한다.
   ‘@’의 명칭으로 ‘다슬기, 달팽이, 골뱅이’ 중에서 누가 뽑힐까? 이 세 가지는 나름대로 대표성을 주장할 수 있다. ‘다슬기’는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표준어이고 ‘달팽이’는 기득권뿐만 아니라 지리적 대표성도 갖췄으며 ‘골뱅이’는 시골내기이긴 하나 널리 퍼져 두루 쓰이는 데다가 많은 지지자들을 이미 확보하였다. 누가 이길까? 필자는 지리적 분포를 중시하기 때문에 ‘달팽이’에 표를 던지겠다. 별로 쓰이지 않는 표준어 ‘다슬기’나 두루 쓰이지만 아직은 방언형인 ‘골뱅이’를 ‘@’의 이름으로 삼기에는 꺼림하다. 반면에 비식용 ‘달팽이’는 두루 쓰이고 방언형이 아니며 방언형도 많지 않은 편이기 때문에 ‘@’의 이름으로 적합하다.


@’의 이름으로는 표준어 ‘달팽이’가 나을 듯

운전 면허 시험을 준비할 때 낯설게 느꼈던 용어 중의 하나로 ‘승합차’라는 말이 있다. 장년기에 들어선 사람들은 9∼20인용 ‘승합차’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얼른 알아듣지 못했지만 ‘봉고’라고 하면 금방 눈치를 챘다. 상표 이름 ‘봉고’가 보통명사화하여 차종의 명칭 ‘승합차’를 대신하였던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상품화된 ‘골뱅이’ 안주나 ‘골뱅이’ 무침이 광고로 널리 알려지면서 표준어인 ‘다슬기’나 ‘달팽이’는 점점 잊혀지는 처량한 신세가 되었다. 국어사전에서도 ‘골뱅이’는 표준어 ‘다슬기’의 방언형이라 하여 차별하였는데도 상품 광고 하나 때문에 역전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이 역전 현상이 고착화하여 뒤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의 명칭으로 ‘골뱅이’를 추천하는 것이 옳을지 모른다. 그러나 ‘달팽이’ 요리가 ‘골뱅이’ 요리보다 널리 알려지고 고급스러운 것으로 자리를 잡는 새로운 변화가 일어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를 ‘골뱅이’로 부르던 것을 다시 ‘달팽이’로 바꿀 것인가? 이런 변화가 실현될 리가 없다고 주장할지 모르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과거에는 ‘봉고’라고 하면 다 통했으나 현재에는 통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봉고’라는 상표가 없어졌으므로 어린이나 청년들은 ‘봉고’를 잘 모르는 대신 ‘승합차’라고 하면 두루 통용되는 재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재역전이 가능하다면 표준어 사정 원칙을 좇아서 ‘@’의 명칭을 ‘달팽이’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한다.


표준어로서 변하지 않을 이름이 좋아

컴퓨터 자판에는 ‘#, $, ^, &’ 등의 표도 나온다. 그런데 이들의 이름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는 ‘달러표, 불표’로 부를 수 있고 ‘^’에는 ‘삿갓표’가 많이 쓰이는 듯하다. ‘#’와 ‘&’에도 누군가가 좋은 이름을 붙여 주기를 기대해 본다.


● 문장 부호 이름
. 온점(가로쓰기) 고리점(세로쓰기) : 쌍점 빠짐표
, 반점(가로쓰기) 모점(세로쓰기) / 빗금 …… 줄임표
" " 큰따옴포(가로쓰기) 『 』 겹낫표(세로쓰기) 줄표 ; 이름 없음
' ' 작음따옴표(가로쓰기) 「 」 낫표(세로쓰기) - 붙임표 | 이름 없음
? 물음표 [ ] 대괄호 물결표 \ 이름 없음
! 느낌표 ( ) 소괄호 ˙, ˚ 드러냄표 〈 〉 이름 없음
· 가운뎃점 { } 중괄호 ○○, ×× 숨김표 《 》 이름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