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어 표기

외래어 표기의 원리

 

김세중 국립국어연구원

말은 끊임없이 꿈틀거리며 변한다. 국어도 오랜 세월에 걸쳐서 변화를 겪어 왔고 지금도 겪고 있는 중이다. 말의 변화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새로운 단어가 생겨나는 것이다. 새로운 단어의 공급원 가운데 하나는 외국어이다. 다른 언어의 단어가 우리말에 들어와 우리말로 쓰이면 이를 외래어라 한다.
   외래어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표기가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어느 하나로 통일되지 않고 여러가지 표기가 혼재되어 쓰이는 일이 흔히 나타난다. film에서 온 외래어는 ‘필름’ 외에도 ‘필림’, ‘휠름’ 등이 쓰이고 center에서 온 말은 ‘센터’, ‘센타’, ‘쎈터’, ‘쎈타’ 등이 쓰인다.
   외래어도 국어인만큼 같은 뜻의 말이 이렇게 여러가지로 쓰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외래어의 표기를 통일하기 위해서 외래어 표기법이 마련되어 있는데 앞에서 말한 film, center에서 온 말은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필름’, ‘센터’로 표기해야 한다.
   외래어 표기를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실은 의견이 다양하다. 외래어는 국어의 일부이므로 외국어의 소리가 어떤지를 중시할 필요 없이 오로지 국어의 특성에 맞게 써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에 외래어는 외국어에서 온 말이므로 외국어의 소리를 가능한 한 그대로 살려서 표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외래어 표기법은 어느 극단적인 주장에 치우쳐 있지 않고 중립적인 위치에 있다. 외국어의 발음을 될 수 있는 대로 반영하되 국어에 없는 소리까지 표현하지는 않는다.



외래어에는 두음법칙을 적용하지 않아


우선 외래어도 국어의 일부지만 가능한 만큼은 외국어의 발음을 살려서 표기해야 한다. ‘라디오’, ‘리듬’, ‘니트’가 두음법칙에 어긋나지만 언중이 낼 수 없는 발음은 아니다. 따라서 외래어에 대해서는 두음법칙이 지켜지지 않는다. 외래어는 국어이긴 하지만 조금은 특별한 부류임을 알 수 있다.



외래어 표기는 국어 음운체계 안에서


그러나 외국어의 발음을 반영하더라도 f, v 같은 국어에 없는 소리까지 적을 방법은 없다. 어떤 이들은 이런 소리들을 위해서 옛 글자를 살려서 적자고 주장하지만 국어에 없는 소리를 적기 위해서 지금은 안 쓰이는 글자를 살려 쓰자면 얼마나 많은 글자를 새로 써야 할지 모른다. 컴퓨터의 글자판을 새로 만들어야 하고 활자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 이런 일은 도무지 가능한 일이 아니다. 외래어라도 국어 음운 체계를 벗어날 수 없다.

   ×           ○
휠 름   → 필 름
쎈 타   → 센 터
커피쇼ㅍ → 커피숍
레 져   → 레 저
보울링 → 볼 링

   ('쇼ㅍ'은 '쇼'에 'ㅍ' 받침이 있는 글자로 이해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