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로 알기

'거래선'과 '고수부지'

최용기 국립국어연구원

지금도 우리 생활 속에는 일본식 한자어가 남아 있는 곳이 있다. 그동안 우리말로 바꿔 쓰자는 노력 때문인지 이러한 말들이 상당히 줄어 들었지만, 여전히 쓰이고 있는 곳이 있다.

“이번에 미국 쪽 거래선들을 초청하기로 하였습니다.”

‘거래선(去來先)’이란 말은 일본어의 형식을 보고 베낀 일종의 신종 일본식 한자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거래’를 나타내는 말로 ‘취인(取引, とりひき)’이란 말을 쓰는데, 여기에 ‘선(先, さき)’을 붙여 ‘취인선(取引先)’이란 말을 쓴다. 이것을 본떠서 우리가 ‘거래(去來)’에다가 장사나 교섭의 상대를 나타내는 일본 한자 ‘선(先)’을 붙여 만든 말이 ‘거래선’이다. 일본에서 ‘선(先)’은 한자의 본래 뜻과는 상관없이 단지 그들의 고유어를 한자의 훈을 빌려 표기한 것일 뿐이다. 우리말로 ‘거래처’라고 하면 오히려 더 분명하고 명확한 뜻을 나타낼 수 있는 말인데, 우리가 쓰는 뜻과는 전혀 다른 의미의 ‘선(先)’을 붙임으로써 ‘거래선’이라는 어정쩡한 튀기 말을 만들어 낸 것이다.

거래선 → 거래처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단어들이 ‘구매선, 구입선, 판매선, 수입선, 수출선’ 등 적지 않게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이들은 모두 ‘구매처, 구입처, 판매처, 수입처, 수출처’ 등으로 바꿔 쓸 수 있는 말이며, 좀더 쉬운 말로 ‘살 곳, 팔 곳, 사들일 곳, 내다 팔 곳’ 등으로도 얼마든지 바꿔 쓸 수 있기도 하다.

“한강 고수부지(高水敷地)에서 대규모 시민 집회”

서울 시민의 휴식처로 자리잡은 ‘한강 고수부지’는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많이 알려져 있다. 하루에도 수십만 명이 이용하는 이 시설은 지난 1980년대 중반에 한강 종합 계획에 의해 새롭게 단장이 되면서 신문과 방송에서 그 곳을 ‘고수부지’라 불렀고, 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뜻도 모른 채 따라 쓴 것이 지금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쓰는 통용어가 되어 버렸다. 그런데 이 ‘고수부지(高水敷地)’라는 말은 일본식 한자어이다. 본래 이 말은 ‘큰물이 날 때만 물에 잠기는 하천의 빈 터’라는 의미를 갖고 있었다. 여기서 ‘고수(高水)’는 ‘고수 공사(高水工事), 고수로(高水路)’와 같은 토목 용어에서 나온 말이고, ‘부지(敷地, しきち)’는 ‘비어 있는 터’를 가리키는 일본 한자어이다. 이렇듯 ‘고수부지’는 일본식 한자어이므로 마땅히 버려야 할 말이다. 우리말에 ‘물가의 언덕, 강이나 호수 따위의 물이 있는 곳의 가장자리’를 가리키는 ‘둔치’라는 좋은 말이 있어 국어심의회에서는 이 ‘둔치’로 순화하였다.
   그런데 한강의 경우는 ‘둔치’를 잘 다듬어 그 곳에서 운동도 할 수 있고 놀이도 할 수 있게 되어 있으므로 그와 같은 특성을 고려해 ‘둔치’ 뒤에 ‘마당’이라는 말을 덧붙여 ‘둔치 마당’이라고 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앞으로 ‘한강 고수부지’는 ‘한강 둔치 마당’ 또는 줄여서 ‘한강 둔치’로 바꾸어 쓰는 것이 좋겠다.

고수부지 → 둔치(마당)
* 가봉(假縫) → 시침질
견습(見習) → 수습
결석계(缺席屆) → 결석 신고(서)
매물(賣物) → 팔 물건, 팔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