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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의 규범어와
≪겨레말큰사전≫
국립국어원 동향
  Ⅱ. 국어 분야별 동향
 남북의 규범어와 ≪겨레말큰사전≫
한 용 운 / 겨레말사전편찬사업회
 1. 머리말

  남과 북이 분단된 지 60여 년이 지났다. 그동안 남북의 우리 겨레는 이념과 체제가 다른 상황에서 생활하였고, 교류마저 단절되었으므로 사유(思惟) 방식과 생활 방식 등 여러 분야에서 차이가 생겼다. 그리고 그 차이는 언어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남북의 어문 규범에 차이가 생겼고,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어휘에도 적지 않은 차이가 생기게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1998년 11월에 북의 금강산이 남측에 개방이 되고, 2000년 6월과 2007년 10월에 두 차례의 ‘남북 정상 회담’이 이루어지면서 남북 교류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교류를 통하여 우리는 북의 신문이나 방송 등을 제한적이나마 접할 수 있게 되었고, 북의 문체나 어휘, 그리고 발음 등이 우리와 차이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이러한 남북의 규범어1) 차이는 북측과의 교류가 차단되어 있었던 1980년대 초부터 남측 학자들에 의해 이미 보고되고 있었다. 그리고 일부 기관이나 단체를 중심으로 어문 규범의 통일을 위한 남북의 만남도 몇 차례 있었다.2) 그렇지만 이러한 만남은 일시적인 만남이었으므로 남북 규범어 전반에 대한 논의를 하지는 못했다. 
  남북의 학자들이 남북 규범어 전반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겨레말큰사전≫ 편찬이 시작되면서부터라 할 수 있다. 즉 2005년 11월 24일에 ≪겨레말큰사전≫ 편찬을 위한 제4차 남북공동편찬위원회에서 남북단일어문규범작성위원들이 ‘단일 어문 규범 작성 요강’을 만들면서부터 비로소 남북 규범어 통일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2005년 11월의 제4차 남북공동편찬위원회 회의는 뜻 깊은 자리였다.
  이 글에서는 남북 규범어의 주요 차이점을 살피고, 그 차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 가운데 하나로, 현재 편찬되고 있는 ≪겨레말큰사전≫을 소개하고자 한다.

2. 남북 규범어의 차이

  분단 이후 남측의 규범어는 ‘서울말’을 중심으로 한 ‘표준어’이고, 북측의 규범어는 ‘평양말’을 중심으로 한 ‘문화어’이다. ‘표준어’와 ‘문화어’에 대한 정의를 남과 북의 사전에서 찾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1) 표준어(標準語): 한 나라에서 공용어로 쓰는 규범으로서의 언어. 의사소통의 불편을 덜기 위하여 전 국민이 공통적으로 쓸 공용어의 자격을 부여받은 말로, 우리나라에서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표준국어대사전≫(1999))
(2) 문화어(文化語): 주권을 잡은 로동계급의 당의 령도밑에 혁명의 수도를 중심지로 하고 수도의 말을 기본으로 하여 이루어지는, 로동계급의 지향과 생활감정에 맞게 혁명적으로 세련되고 아름답게 가꾸어진 언어. 사회주의민족어의 전형으로서 전체 인민이 규범으로 삼는 문화적인 언어이다. 우리의 문화어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주체적인 언어사상과 당의 옳바른 언어정책에 의하여 공화국북반부에서 혁명의 수도 평양을 중심지로 하고 평양말을 기준으로 하여 우리 인민의 혁명적지향과 생활감정에 맞게 문화적으로 가꾸어진 조선민족어의 본보기이다.
(≪조선말대사전≫(1992))

  현재 남측의 ‘표준어’ 개념은 ≪한글 마춤법 통일안≫(1933)의 ‘표준말’ 개념과 같다. 다만 ≪한글 맞춤법≫(1988)의 총칙에서 ≪한글 마춤법 통일안≫의 ‘표준말’ 대신 ‘표준어’로 쓰고 있는 점과, ‘현재 중류 사회’ 대신 ‘교양 있는’으로 표현이 일부 수정되었을 뿐, 그 본래의 개념은 현재까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비해 북측에서는 ≪한글 마춤법 통일안≫의 ‘표준말’ 대신 ‘문화어’로 용어를 수정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개념도 상당히 수정하였다. 즉 규범어 설정 지역을 ‘서울’에서 ‘평양 중심 지역’으로 수정하였고, 규범어 설정의 기준이 되는 대상을 ‘현재 중류 사회’에서 ‘로동계급’으로 수정한 것이다. 게다가 ‘주체적인 언어 사상’이 규범어 정의에 포함되면서 언어의 자율성마저 제한되었다.3)

  이처럼 남측의 표준어와 북측의 문화어는 그 정의에서부터 차이가 생기게 되었는데, 다음 장에서는 이러한 차이를 ‘규범어 설정 지역의 차이’, ‘언어관 및 언어 정책의 차이’, ‘표기 규범의 차이’, 그리고 ‘자연 발생적인 차이’로 나누어 비교․검토하고자 한다.

  2.1. 규범어 설정 지역의 차이

  남북 규범어의 근본적인 차이는 규범어 설정의 바탕이 되는 지역이 다르다는 점이다. 남측은 ‘서울’을 중심으로 하여 규범어(표준어)와 표준 발음을 설정한 반면, 북측은 ‘평양’을 중심으로 하여 규범어(문화어)와 표준 발음을 설정하였다. 이러한 근본적인 차이가 언어 규범에 적용되면서 남북의 규범어에 적지 않은 차이가 생기게 되었다. 
  ‘서울말’이 규범어로 규정된 것은 조선총독부의 ≪보통학교용 언문 철자법≫(1912)부터이다.4) 비록 일제의 조선총독부에서 제정한 것이지만, 국어 철자법을 처음으로 제정하였다는 점과 규범어로 ‘경성어’를 규정에 명문화하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후 ‘경성어’를 중심으로 한 규범어 선정은 조선어학회에서 제정한 ≪한글 마춤법 통일안≫(1933)에도 그대로 받아들여졌는데, 분단 이후 북측에서 규범어 설정 지역을 ‘평양 중심’으로 수정하면서 차이가 나게 된 것이다. 
  북측 규범에서 ‘평양말’이 규범어로 성문화된 것은 ≪조선말규범집≫(1966)에서부터이다. 그런데 ‘서울말’을 규범어로 하지 않으려는 의도는 1954년 9월에 공포된 ≪조선어철자법≫에 이미 나타난다. 즉 ≪한글 마춤법 통일안≫의 “표준말은 대체로 현재 중류사회에서 쓰는 서울말로 한다.”고 하는 표준어 정의를 ≪조선어철자법≫에서는 “표준어는 조선 인민 사이에서 사용되는 공통성이 가장 많은 현대어 가운데서 이를 정한다.”로 수정하여 공포한 점에서 그러하다. 이후 1966년 5월에 ‘조선어의 민족적 특성을 옳게 살려 나갈 데 대하여(1966)’라는 김일성 주석의 다음과 같은 연설이 이어지면서 북측의 규범어는 ‘평양말’ 중심으로 바뀌게 된다.

(3) 우리는 우리 혁명의 참모부가 있고 정치, 경제, 문화, 군사의 모든 방면에 걸치는 우리 혁명의 전반적전략과 전술이 세워지는 혁명의 수도이며 요람지인 평양을 중심지로 하고 평양말을 기준으로 하여 언어의 민족적특성을 보존하고 발전시켜나가도록 하여야 하겠습니다.(≪김일성전집 36권:503-504≫, ≪조선로동당언어정책사 :239≫에서 재인용.)

  이 연설을 뒷받침한 것이 1966년 6월에 제정된 ≪조선말규범집≫이라 할 수 있다. ≪조선말규범집≫(1966)에 따라 분단 이전에 남북에서 공히 ‘서울말’로 규정되어 있던 규범어의 설정 지역이 ‘서울’과 ‘평양’으로 나뉘게 되면서, 남북의 규범어는 실질적으로 둘로 나뉘게 되었다. 
  ‘규범어 설정 지역의 차이’로 남북의 규범어에 차이가 생긴 예를 보이면 다음과 같다. 

(4) 거머리(남)/거마리(북), 거위(남)/게사니(북), 
낙지(남)/오징어(북), -ㅂ니까(남)/-ㅂ네까(북: 입말체)

  (4)처럼 ‘규범어 설정 지역’이 달라 남북에서 차이가 나는 어휘는 체제 통일 이전에는 그 차이를 해소할 방법이 없어 보인다. 이러한 차이를 해소하려면 ‘규범어 설정 지역’을 어느 한쪽이 양보하는 수밖에 없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현 시점에서 ‘규범어 설정 지역’이 달라 남북에서 차이가 나는 규범어는 남북의 겨레가 서로의 어휘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다는 측면에서 복수 규범어를 설정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후 복수 규범어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일은 체제 통일 이후에 언중에게 맡기면 될 것이다.

  2.2. 언어관 및 언어 정책의 차이

  표준어와 문화어의 근본적인 차이로 들 수 있는 또 다른 하나는 언어를 바라보는 관점, 즉 ‘언어관’의 차이이다.5)

  남측에서는 언어를 ‘생각, 느낌 따위를 나타내거나 전달하는 데에 쓰는 음성, 문자 따위의 수단(≪표준국어대사전≫)’으로 생각하며, 특별한 ‘언어관’을 강조하지 않는다.6) 반면 북에서는 언어의 본질과 기능을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한 투쟁, 혁명과 건설의 힘 있는 무기(≪조선문화어건설리론≫(2005:13))’로 본다. 이처럼 언어를 ‘혁명과 건설의 도구’로 보는 것은 유물론적 언어관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이러한 유물론적 언어관에 ‘주체의 언어 사상’과 ‘언어 이론’이 부가되면서 본질적으로 남측과 차이가 나게 되었다. 
  주체의 언어 사상이란 ‘민족어 안에 스며든 사대주의적 요소를 배격하여 민족어의 주체성을 살리고, 인민대중의 창조적 지혜를 발휘하여 민족어를 혁명 발전의 새로운 요구에 알맞게 발전시켜 나가자는 것’으로, ‘자주성’과 ‘창조성’의 개념을 언어 사상에 도입한 것이다. 이에 따라 북측에서는 ‘혁명과 건설’을 위한 인위적인 언어 정책을 시행하게 된다.

(5) “문화어란 한마디로 말하여 사회주의적민족어의 전형, 평양말에 기초하여 우리 말의 우수한 언어요소로 이루어진 언어로서 전체 조선인민이 공통적으로 써야 할 규범적인 말이다. ⋯ 문화어가 사회주의민족어라는것은 문화어가 단순히 사회주의제도가 수립되고 사회주의건설이 심화발전됨에 따라 자연발생적으로 발전한 언어라는것을 의미하는것이 아니다. 부르죠아민족어단계에 이르는 착취계급사회에서의 언어는 해당 사회제도의 성격과 사회적관계에 따라 거의다 자연발생적으로 이루어진 민족어류형들이다. ⋯ 착취계급사회에서의 언어발전에 대한 인민대중의 관심성은 상대적으로 완만하며 언어발전도 매우 굼뜨게 거의다 자연발생적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사회주의사회에서의 민족어발전은 착취계급사회에서의 언어발전과 본질상 뚜렷이 구별되는 자기의 고유한 특성을 가진다. ⋯ 우리 당과 국가는 광복후 첫날부터 민족어발전의 합법칙성, 언어가 혁명과 건설, 인민대중의 자주위업수행에서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을 옳게 파악한데 기초하여 올바른 언어정책을 내놓고 그 실현에로 인민대중을 조직동원함으로써 사회주의민족어발전을 주동적으로 이룩해나갔다.”
(≪조선문화어건설리론≫(2005:38-41))

  ≪조선문화어건설리론≫에서 기술하고 있는 것처럼 남측에서는 언어의 변이나 변화를 자연 발생적인 것으로 보면서 그 변화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거나 규제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자연 발생적’인 상태로 두되, 규범어나 표기법 등에 대해서만 국가에서 규범으로 정해 최소한의 규제를 할 뿐이다. 따라서 분단 이전에 존재하던 어휘의 경우, 남측에서는 형태나 의미 면에서 급격하게 변화한 것이 거의 없다. 반면 북측에서는 주체의 언어 사상을 고취하거나 정치적 선전선동을 위해 언어 변화에 적극적인 규제를 가했다. 그 결과 북측의 어휘 체계는 남측에 비해 급격하게 변화하였다.7)

  언어관 및 언어 정책의 차이에서 비롯된 낱말의 예를 보이면 다음과 같다.

(6) 의미의 차이 
  가. 양반/량반

ㄱ)

  ① 고려 ‧ 조선 시대에, 지배층을 이루던 신분. 원래 관료 체제를 이루는 동반과 서반을 일렀으나 점차 그 가족이나 후손까지 포괄하여 이르게 되었다. ⋯ 《표준국어대사전》

ㄴ)

  ① 고려와 리조 봉건사회에서, 신분적으로 제일 웃자리에 있으면서 지배계급으로서의 특권을 가지고 인민들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가장 반동적인 상류계층 또는 그 계층에 속한자. 대대로 내려가면서 문관과 무관이 될 자격을 가진다. ⋯ 《조선말대사전》
  나. 동무
ㄱ)   ① 늘 친하게 어울리는 사람.⋯ 
  ② 어떤 일을 짝이 되어 함께 하는 사람. ⋯ 《표준국 어대사전》
ㄴ)   ① 로동계급의 혁명위업을 이룩하기 위하여 혁명대오에서 함께 싸우는 사람을 친근하게 이르는 말. ⋯ 
  ② 같이 어울리여 사귀는 사람. ⋯ 《조선말대사전》

  (6)의 예는 분단 이전에 우리 겨레가 같은 의미로 사용하던 어휘였는데, 분단 이후에 북측에서 인위적으로 사상과 이념적 의미를 더하면서 그 의미에 차이가 생긴 것이다. 이 예들은 분단 이전에 우리 겨레가 같은 의미로 사용하던 어휘이므로 이념적인 의미를 제외하면, 남북의 겨레가 의사소통을 할 때 큰 어려움은 없다. 

(7)  순화어의 차이
가. 투피스(남)/나뉜옷(북), 프리 킥(남)/벌차기(북), 
주스(남)/과일단물(북)
나. 노안(남)/늙은눈(북), 
가시거리(可視距離)(남)/눈보기거리(북)
다. 개고기(남)/단고기(북)

  (7)의 예는 북측에서 어휘를 순화한 결과 남북의 차이가 생긴 낱말들이다. 북측에서는 두 차례의 김일성 연설8) 에 따라 ‘외래어’, ‘기존의 어려운 한자어’, ‘낡은 말과 비문화적인 말’을 적극적으로 순화하거나 폐기하였다. (7 가)가 외래어를 순화한 예이고, (7 나)는 한자어를 순화한 예이며, (7 다)는 ‘비문화적인 말’을 순화한 예이다.9)
  현재 남북에서 차이나는 어휘의 상당수는 순화어이다. 외래어의 경우 남측에서는 영어권의 외래어를 많이 받아들인 반면, 북측에서는 러시아를 통해 외래어를 많이 받아들였다. 그리고 남측에서는 외래어를 순화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한 것이 많은 반면, 북측에서는 고유어를 이용하여 적극적으로 순화했다는 차이가 있다. 한자어의 경우도 남측에서는 대부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반면, 북측에서는 어려운 한자어라고 판단한 어휘를 고유어로 순화하였다는 차이가 있다.
  언어 순화는 언어 정책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다. 지금까지 남과 북에서 각각 순화하여 남북의 어휘 체계에 정착한 것은 그대로 쓸 수밖에 없지만, 앞으로 순화할 어휘에 대해서는 남북이 함께 논의하여 하나로 통일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8) 새 말의 차이
가. 군중가요 : 인민대중이 널리 부를 수 있도록 건전한 사상 적 내용을 간결한 형식에 담은 통속적인 노래.《조선말대 사전》
나. 혁명전우10) : 혁명의 한길에서 생사고락을 같이 하며 함 께 싸워나가는 전우.《조선말대사전》
다. 주민^등록증 : 주민 등록법에 따라, 일정한 거주지에 거주 하는 주민임을 나타내는 증명서. ⋯ 《표준국어대사전》
라. 국립대학 : 나라에서 설립하여 직접 관리운영하는 대학. ⋯《표준국어대사전》

  (8)처럼 분단 이후 남과 북에서는 새로운 낱말들이 많이 생겨났다. 특히 이념과 체제가 다른 상황에서 교류마저 단절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남이나 북의 어느 한쪽에서만 쓰이는 낱말들도 많아지게 되었다. 

  2.3. 표기 규범에 따른 차이

  1954년에 ≪조선어철자법≫이 북측에서 전면적으로 시행되기 전까지 우리 겨레는 ≪한글 마춤법 통일안≫(1933/1940)을 바탕으로 한, 하나의 규범으로 언어생활을 해 왔다.11) 이후 남측에서는 ≪개정한 한글 맞춤법 통일안≫(1958)을 거쳐, 현재는 1988년에 문교부에서 고시한 ≪한글 맞춤법≫ 및 ≪표준어 규정≫에 따른 어휘를 ‘표준어’라 하여 규범어로 정하고 있는데, 기본적인 내용은 ≪한글 마춤법 통일안≫(1933/1940)에 비해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12) 반면 북측에서는 ≪조선어철자법≫(1954)을 거쳐 ≪조선말규범집≫(1966)을 제정하고, 이를 다시 수정․보완한 ≪조선말규범집≫(1988)에 따른 어휘를 ‘문화어’라 하여 규범어로 정하고 있는데13) , 여러 면에서 ≪한글 마춤법 통일안≫(1933/1940)과 달라졌다. 
  현재 남측의 어문 규범은 ‘한글 맞춤법’, ‘표준어 규정’, ‘외래어 표기법’, ‘로마자 표기법’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에 비해 북측의 어문 규범은 ‘조선말규범집’, ‘외국말적기법’, ‘로마자표기법’으로 이루어져 있다. 남북의 규범집에서 규범으로 제정된 항목은 거의 비슷한데, 다만 책의 구성에 일부 차이가 있다. 즉 남측에서는 ‘맞춤법’에 ‘띄어쓰기’와 ‘문장부호’ 규정을 포함시켜 놓은 데 비해, 북측에서는 ‘조선말규범집’에 ‘맞춤법’과 별도로 ‘띄여쓰기’, ‘문장부호법’을 규정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남측에서는 ‘표준어 규정’을 별도 규정으로 정하고 있는 반면, 북측에서는 문화어 규정을 따로 정하지 않고 ≪조선말규범집≫(1988)에 ‘문화어발음법’으로 대체되어 있는 점도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남측의 ≪한글 맞춤법≫(1988)과 ≪표준어 규정≫, 그리고 북측의 ≪조선말규범집≫(1988)에 따를 경우 ‘한글 자모 명칭’에서부터 ‘자모의 배열 순서’, ‘외래어 표기’, ‘띄어쓰기’, ‘두음법칙’, ‘사이시옷’, ‘형태 표기’ 등 여러 부분에서 남북의 차이가 나게 된다. 여기서는 대표적으로 ‘두음법칙’, ‘사이시옷’, ‘형태 표기’, ‘띄어쓰기’에서의 차이를 간략히 제시하고자 한다.

   2.3.1. 두음법칙
  분단되기 이전의 ≪한글 마춤법 통일안≫(1933)에는 두음법칙을 반영하여 표기하도록 규정하였다. 남측에서는 이 규정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북측에서는 ≪朝鮮語 新綴字法≫(1948) 이후부터 두음법칙을 표기에 반영하지 않고 한자의 본음을 밝혀 적는 형태주의 표기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차이에 따라 남과 북에서는 낱말 첫머리에서의 한자음 ‘ㄹ’과 ‘ㄴ’의 표기에 차이가 나게 되었는데, 그 예를 보이면 다음과 같다. 

(9) 양심(남)/량심(북), ‘여자(남)/녀자(북)’, ‘낙원(남)/락원
(북)’, ‘노인(남)/로인(북)’

   2.3.2. 사이시옷 
  사이시옷 표기도 남북의 표기 규범에서 드러나는 두드러진 차이 가운데 하나이다. 남측에서는 순 우리말로 된 합성어이거나, 순 우리말과 한자어로 된 합성어, 그리고 두 음절로 된 한자어 6개에 한해 사이시옷 표기를 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반면 북측에서는 원칙적으로 사이시옷 표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다만 직접구성성분이 같은 고유어 합성어이면서 둘 간에 의미 차이가 나는 낱말에 한해 사이시옷 표기를 인정하고 있다.14) 남북의 사이시옷 표기에 차이가 나는 낱말을 보이면 다음과 같다. 

(10)  ‘깃발(남)/기발(북)’, ‘바닷가(남)/바다가(북)’, 
‘콧소리(남)/코소리(북)’, ‘하룻밤(남)/하루밤(북)’


   2.3.3. 형태 표기
  형태 표기에서 차이 나는 것 가운데 두드러진 것으로는 어미와 접사의 표기를 들 수 있다. 특히 어미 ‘-아/-어’의 경우, 남측에서는 어간의 끝음절 모음이 ‘ㅏ, ㅗ’ 이외의 모음인 경우에 ‘-어’로 적고 있으나, 북측에서는 어간의 끝음절 모음이 ‘ㅣ, ㅐ, ㅔ, ㅚ, ㅟ, ㅢ’인 경우에 ‘-여’로 적고 있다. 이 밖에도 어미의 된소리 표기, 접미사 ‘-이’의 표기 등에서 차이가 있다. 형태 표기에서 남북의 차이가 나는 낱말을 보이면 다음과 같다. 

(11) ㄱ.  어미 ‘-아/-어’의 표기 차이 : 
‘개어(남)/개여(북)’, ‘되어(남)/되여(북)’
ㄴ. 어미의 된소리 표기 : 
‘-(으)ㄹ까(남)/-(으)ㄹ(북)’, ‘-(으)ㄹ쏘냐(남)/-(으)ㄹ 소냐(북)’
ㄷ. 접미사 ‘-이’의 표기 : 
‘싸라기(남)/싸래기(북)’

   2.3.4. 띄어쓰기
  띄어쓰기도 남북 규범에서의 두드러진 차이 가운데 하나이다. 특히 명사 연결체, 의존명사, 보조용언 등의 띄어쓰기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데, 그 예를 보이면 다음과 같다.

(12) 가. 명사 연결체 : 옥희 아주머니(남)/옥희아주머니(북), 
농촌 경리 부문 일꾼들(남)/
농촌경리부문일군들(북)
나. 의존명사 : 할 수 있다(남)/할수 있다(북), 
세 명(남)/세명(북)
다. 보조용언 : 먹고 있다(남)/먹고있다(북), 
먹어 버렸다(남)/먹어버렸다(북)

  남북 모두 ‘단어 단위’로 띄어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붙여 쓰는 것을 허용하는 범위에 차이가 있다. 즉, 남측에서는 단어 단위로 띄어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서 보조 용언의 경우에만 붙여 쓰는 것을 허용한 데 비해, 북측에서는 ‘단어 단위로 띄어 쓰되’, ‘하나의 의미를 형성하는 단위’에 대해 붙여 쓰도록 하여 ‘명사 연결체의 후행명사’, ‘의존명사’, ‘보조용언’을 앞말과 붙여 쓴다는 점에서 남측과 차이가 있는 것이다.

  2.4. 자연 발생적인 차이

  자연 발생적으로 생긴 남북 어휘 차이의 대부분은 우리 겨레가 교류 없이 60여 년의 시간을 지내면서 비롯된 것이다.

(13) 가. 신사(紳士)
ㄱ. 남 : 사람됨이나 몸가짐이 점잖고 교양이 있으며 예의바른 남자.…
보통의 남자를 대접하여 이르는 말. ≪표준국어대사전≫
ㄴ. 북 : ① 낡은 사회에서: ‘말쑥한 차림을 하고 점잖게
행동하면서 거드름을 피우는 남자’를 이르는 말. … 
전날에 ‘지식이 있거나 개명한 남자’를 점잖게 가리켜 이르는 말.≪조선말대사전≫
나. 소행
ㄱ.  남 : 이미 해 놓은 일이나 짓. ¶ 소행이 괘씸하다/어느 놈의 소행이냐./그는 자신이 저지른 소행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범행 수법으로 보아 면식범의 소행이 틀림없다.≪표준국어대사전≫
ㄴ. 북 : 해놓았거나 하는 일이나 행동. ¶ 학생들속에서 발현되는 아름다운~/옳바른~/누구의~/생각할수록 금순이의 소행이 엉뚱하고 갸륵해보였다.《장편소설 ‘한자위단원의 운명’》.≪조선말대사전≫

  (13)은 분단 이전에 남북이 같은 의미로 사용하였지만 분단 이후에 그 의미가 달라진 낱말의 예이다. ‘신사’의 경우 남측에서는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데 비해, 북측에서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그리고 ‘소행’의 경우는 남측에서는 ‘소행이 괘씸하다/어느 놈의 소행이냐’처럼 부정적인 문맥에서 쓰이는 데 반해, 북측에서는 ‘아름다운 소행/옳바른 소행’처럼 긍정적인 문맥에서 사용된다. 이처럼 분단 이전에는 남북이 같은 의미로 사용했던 낱말의 의미가 정반대로 달라진 경우 의사소통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14)  가. 신세대 : 
새로운 세대. 흔히 20세 이하의 젊은 세대를 이른다. ⋯
기성의 관습에 반발하여 새로운 문화를 쉽게 받아들이고 개성이 뚜렷하며 자기 중심적 사고 및 주장이 강한 세대.≪표준국어대사전≫
나. 편의점 : 고객의 편의를 위하여 24시간 문을 여는 잡화점. 주로 일용 잡화, 식료품 따위를 취급한다.≪표준국어대사전≫
다. 밥공장 : 밥을 비롯한 여러 가지 주식물을 공업적인 방법으로 만들어서 근로자들에게 공급하는 공장.≪조선말대사전≫

  (14)의 예는 분단 이후 남북에서 각각 새로 생긴 낱말들이다. ‘신세대’와 ‘편의점’은 남측에서 새로 생긴 말이고, ‘밥공장’은 북측에서 새로 생긴 말이다. (13)과 (14)의 예처럼 자연 발생적으로 남북의 어휘에 차이가 생긴 낱말은 활발한 교류를 통해 서로의 어휘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가야 할 것이다. 


 3. 남북 규범어의 통합을 위한 ≪겨레말큰사전≫

  남북의 규범어 차이는 오랜 기간 동안 진행되어 온 것이고, 또한 그 차이가 체제와 이념에서 비롯된 것이 대부분이므로 단번에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규범어 설정 지역’이나 ‘언어관 및 언어 정책’, 그리고 ‘어문 규범’은 남북의 이념 및 체제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으므로 체제가 통일되기 이전에는 이러한 차이를 완전히 해소하기 어려울 것이다.
  현재의 남북 상황을 고려할 때, 남북 규범어 차이는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해소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체제와 이념이 다른 상황에서 남북의 규범어를 통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또한 남북 규범어에 대한 이해 없이 규범어가 통일될 경우, 남북의 언중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남북의 어휘 차이를 당장 해소할 목적으로 남북 규범어 통일을 위한 남북공동협의체를 구성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겠으나, 두 체제가 공존하는 현재 상황에서는 이러한 방안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 설혹 이러한 협의체가 구성되더라도 양측 모두 체제와 이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고, 또한 그러한 상황에서 제정된 규범은 순수 언어적인 현상을 바탕으로 작성된 것이 아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남북 규범어의 통일을 위해 상정해 볼 수 있는 단계로는 ‘규범어 비교 -규범어 통합- 규범어 통일’이 있다. ‘규범어 비교’ 단계는 남북의 규범어를 비교하여 그 차이점을 밝히는 단계이고, ‘규범어 통합’ 단계는 비교 단계에서 드러난 차이점을 논의하고 합의하면서 규범어 통일을 위한 바탕을 마련하는 단계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규범어 통일’ 단계에서는 앞의 두 단계를 바탕으로 하여 남북의 규범어를 하나로 완성하는 단계라 할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1980년대 초 이후 남측에서는 북측의 문화어에 대한 연구나 남북 규범어 비교․연구가 꾸준히 이루어져 왔다. 그리고 그 결과물들도 충분히 축적되었다.15) 따라서 현재는 이러한 남북 규범어 연구 결과물을 토대로 ‘규범어 통합’을 위한 노력이 이어질 시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의 규범어 통합을 위해 해야 할 일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우선 남북이 공동으로 남북의 어휘 전반을 아우르는 큰사전(unabridged dictionary)을 편찬할 필요가 있다. 남북이 공동으로 큰사전을 편찬할 경우, 남북의 규범을 비교․검토하게 될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규범 및 규범어의 통합 방안을 모색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때맞춰 2005년 2월 19일에 남북의 사전 편찬 전문가들이 금강산에 모여 ≪겨레말큰사전≫ 편찬을 위한 결성식을 가졌다. 같은 해에 ≪겨레말큰사전≫을 편찬하기 위한 ‘남북공동편찬위원회’와 ‘단일어문규범작성위원회’가 구성되었고, 이듬해인 2006년 3월에 ‘남북공동편찬사업회’가 출범하였다. 2005년 7월 제2차 남북공동편찬위원회 회의에서 ≪겨레말큰사전≫을 편찬하기 위한 ‘공동편찬요강’을 작성하였는데, 이 가운데 ‘사전의 성격’과 ‘사전의 편찬 원칙’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15) ≪겨레말큰사전≫ 공동편찬요강
가. 사전의 성격
≪겨레말큰사전≫은 우리 겨레가 오랜 기간에 걸쳐 창조
하고 발전시켜 온 민족어 유산을 조사 발굴하여 총집대 성한 사전이다.
≪겨레말큰사전≫은 사전 편찬에서 제기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남과 북이 공동으로 합의 해결한 통일지향적인 사전이다.
≪겨레말큰사전≫은 수집한 어휘 자료 가운데서 남과 북이 공통으로 쓰는 것은 우선 올리고 차이 나는 것은 남과 북이 있는 힘껏 합의하여 단일화한 약 30만 개의 올림말을 가진 대사전이다.
≪겨레말큰사전≫은 정보화 시대의 요구에 맞게 전자사전을 동시에 발행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언어 정보를 주는 현대사전이다.
나.  사전의 편찬 원칙
①  6․15 ‘남북공동선언’ 정신에 맞게 민족 공조의 원칙에서 모든 문제를 풀어나간다.
남과 북의 언어적 차이를 한꺼번에 다 없앨 수 없는 조건에서 단계를 설정해 놓고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방법으로 사전을 완성하되 이를 지속적으로 보충하도록 한다.
남과 북의 언어적 차이를 줄이며 우리말의 민족적 특성을 높이 발양시키는 방향에서 사전을 편찬하기 위하여 부문별 작업 요강 3~5개를 만들어 사전 편찬 작업의 공통된 지침서로 삼는다. 작업 요강은 ‘원고 집필 요강’, ‘언어 규 범 단일화 요강’, ‘어휘 조사 요강’, ‘남북 국어사전 비교 요강’, ‘사전 자료 정보화 요강’ 등이다.
2005년 7월 10일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위원회, 평양

  ‘남북공동편찬사업회’는 사전 편찬 과정에서 제기되는 문제를 논의하고 합의하기 위하여 ‘남북공동편찬위원회’를 1년에 4회 개최하고 있다. 2006년까지 8번의 남북공동편찬위원회가 개최되었으며, 이 회의를 통해 ‘올림말 선별 지침’, ‘새 어휘 조사 지침’ 등의 세부 작업 요강을 완성하였다. 2007년에는 1차 올림 선별 작업을 완료하고 ‘집필 지침’을 완성하여, 2008년부터는 선별된 올림말을 중심으로 집필을 할 예정이다. 
  한편, 남북의 어문 규범 단일화를 위하여 ‘남북공동편찬사업회’에서는 ‘단일어문규범작성위원회’를 구성하였다. 남측에서는 남북공동편찬위원회와 별도로 2005년 11월 11일에 5명의 단일어문규범작성위원을 위촉한 반면, 북측에서는 ‘남북공동편찬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단일어문규범작성위원을 겸하고 있다. 이런 까닭으로 단일어문규범작성위원회 회의는 ‘남북공동편찬위원회’ 회의와 함께 개최되고 있다. 
  남북 단일어문규범작성위원회는 2005년 11월 24일에 개성에서 처음 개최되었다. 2006년까지 5차례의 회의를 개최하여, 남북의 어문규범 가운데 합의가 필요한 것(두음법칙/사이시옷/띄어쓰기/문법형태의 표기/외래어 표기법 등)을 유형별로 나누어 그 문제점을 검토하면서 어문 규범 단일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2005년 11월의 첫 회의에서 남북이 합의한 ‘단일 어문 규범 작성 요강’ 가운데 ‘단일 규범의 성격’과 ‘단일 규범의 작성 원칙’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16) 《겨레말큰사전》단일 어문 규범 작성 요강
가. 단일 규범의 성격
ㄱ. 이 규범은 남북의 현행 어문 규범을 토대로 하여 작성하는 통일 지향적인 단일 언어 규범이다.
ㄴ. 이 규범은《겨레말큰사전》편찬을 목적으로 작성되는 단일 규범이지만 남북이 다 같이 널리 받아들여 쓸 것을 전제로 한다. 
ㄷ. 이 규범은 단계적인 수정, 보충, 완성 과정을 거쳐 민족어통일 규범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전제로 하는 만큼 잠정적인 규범 초안의 성격을 지닌다.
ㄹ. 이 규범은 남북에서 사용하는 현행 어문 규범에 대하 여 어떠한 구속력도 가지지 않는다.
나. 단일 규범의 작성 원칙 
ㄱ. 남의 ≪표준국어대사전≫과 북의 ≪조선말큰사전≫에 쓰인 어문 규범, 그리고 남북 각각의 어문 규범 전반을 조사하고 정리한 다음, 
① 공통되는 것은 단일 규범에 그대로 반영하며
② 차이 나는 것은 토론과 합의를 거쳐 단일 규범을 작성한다.
ㄴ. 단일 규범 작성의 대상은 언어 특성에 따라 다음과 같은 부류로 한다.
① 자모 
② 어휘 표기: ㉠고유어, ㉡한자어, ㉢외래어
③ 띄어쓰기 ④ 문장부호
⑤ 말다듬기 ⑥ 문법 용어
⑦ 발음(단, 사전에 발음 정보를 주기로 결정한 경 우)
ㄷ. 단일 규범 작성의 유형은 다음의 2개 부류로 한다.
① 반드시 단일 규범으로 해야만 사전을 편찬할 수 있는 부류 예: 위의 ①~④ 및 사전부호 
② 여유를 주거나 허용 한계를 두고 조절할 수 있는 부류 예: 위의 ⑤~⑦. 

  ‘단일 어문 규범 작성 요강’에 따라 2006년 남북 단일어문규범작성위원회에서는 ‘자모의 명칭, 자모의 배열 순서, 사이시옷, 띄어쓰기, 외래어 표기, 언어학 용어, 형태 표기, 두음법칙’에 대한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였다. 그리고 2007년에는 이 과정에서 드러난 양측의 견해 차이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이 남북 규범어 통합에서 갖는 의의(意義)를 간략히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17) ≪겨레말큰사전≫ 편찬의 의의 
가. 남북의 어휘 전반에 대한 비교․검토를 통하여 개별 어휘 에 대한 차이를 서로 확인하고, 그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통합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나. 남북의 어휘를 집대성할 수 있다.
다. 남북의 합의로 편찬될 것이므로 남북 겨레가 함께 이용할 수 있다.
라. 남북의 어휘 차이를 해소하고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는 데 밑바탕이 될 수 있다.
마. 남북의 규범어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장을 마련할 수 있다. 
바. 편찬 과정에서 합의하여 작성하게 될 어문 규범은 통일 이후 남북 단일 어문 규범을 작성하는 데 밑바탕이 될 수 있다. 

  (17)에 제시된 것처럼 ≪겨레말큰사전≫을 편찬하면 남북의 어문 규범 및 어휘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통합 방안을 자연스럽게 모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올림말 배열을 어떻게 할 것인지, 올림말을 ‘여자’로 올릴 것인지, ‘녀자’로 올릴 것인지, ‘의식주(남)’와 ‘식의주(북)’ 가운데 어느 것을 기본 올림말로 다룰 것인지, 이념이나 체제와 관련된 남북의 새 어휘(주민등록증(남), 군중가요(북) 등)를 사전에 수록할 것인지, 그리고 의미에 차이가 있는 어휘의 뜻풀이를 어떻게 사전에 반영할 것인지 등을 남북이 하나하나 논의해서 합의하게 될 것이다. 남북의 규범어 통일을 위해서도 기본적으로 이와 같은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념과 체제가 다른 상황에서 규범 자체를 단번에 통일하려 하기보다는 사전 편찬과 같은 우회적인 방법으로 자연스럽게 통합하는, 단계적인 과정을 두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4. 맺음말

  분단 이후 남북에서 각각 제정한 어문 규범은 남북 체제의 소산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북측의 문화어는 ‘주체사상’의 본질과 맞닿아 있는 것이어서, 체제 통일 이전에는 남측의 표준어와 단번에 통일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글에서는 남북의 규범어를 통일하기 위해 ‘규범어의 비교’, ‘규범어의 통합’, ‘규범어의 통일’이라는 세 단계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아울러 현재 상황은 ‘규범어의 통합’을 위해 남북이 함께 노력해야 할 시점이라고 보았다. 
  남북의 규범어를 통합하기 위한 방안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그 무엇보다 우선하여 남북이 함께 큰사전을 편찬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남북의 학자들이 공동으로 사전을 편찬할 경우, 체제와 이념으로부터의 직접적인 부담을 받지 않으면서, 양측의 규범어 전반에 대한 논의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서 살펴본 남북의 어휘 차이도 남북이 공동으로 큰사전을 편찬하면 그 차이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고, 남북의 학자들은 이러한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논의를 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규범어 설정 지역’에 차이가 나는 어휘는 복수표준어 개념을 적용하여 남북의 어휘를 모두 사전에 수록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고, ‘언어관 및 언어 정책’의 차이에서 비롯되어 의미에 차이가 있는 어휘는 이념적인 의미를 사전에 반영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표기 규범’에 따른 차이는 합리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것은 합의하되, 합의가 어려운 것은 양측 어휘를 모두 사전에 수록하면 될 것이다. 이러한 논의는 사전편찬을 위한 모임에서는 가능한 일이라 생각되지만, 규범 자체를 통일하기 위한 모임에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겨레말큰사전≫ 편찬에 참여하고 있는 북측의 사전편찬가 정순기(2006)의 글을 옮기며, 이를 맺음말로 삼고자 한다. 

(18) “북과 남의 규범문법에서의 차이는 조선어의 문법구조자체에서의 차이인 것이 아니라 문법적 현상에 대한 분석과 해석에서의 차이이며 따라서 그것은 북과 남의 언어이질화의 근거나 내용으로 될 수 없으며 동질적인 현상에 대한 제나름대로의 분석과 해석이 가져다준 견해상의 차이이다. … 나라를 사랑하고 민족을 사랑하는 민족애와 민족자주정신에 기초하여 서로 합심하고 단합하여 문법연구를 깊이하고 허심탄회하게 자기의 견해와 주장을 피력하고 합의점을 찾는다면 규범문법 서술에서의 차이는 능히 극복될 것이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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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기(2006), “규범문법에서 찾아볼 수 있는 북과 남의 차이에 대하여”,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위원회 제5차 회의 자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