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도 국어학의 주요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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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Ⅱ. 국어학의 연구 동향
  통사론
유현경 / 홍익대
한정한 / 단국대

  1. 머리말

  이 글은 2004년도에 나온 국어 통사론 분야 연구물들에 대한 연구 동향을 간략하게 살펴보는 데 목적이 있다.
  2004년에도 예년과 다름없이 국어 통사론에 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다. 국립국어원에서 받은 목록에 필자들이 추가한 자료를 합하면 모두 147편의 연구물이 있다.1) 이를 분야별로 나누어 보면 단행본이 17편, 박사 학위 논문이 6편, 석사 학위 논문이 20편, 그리고 일반 소논문이 104편이 된다.
[표 1] 2004년도 국어 통사론 논저 유형

단행본

박사 학위 논문 석사 학위 논문2) 일반 논문 총계
일반 국어 교육 한국어 교육
개론서 4 17 6 8 7 5 104 147
학위 논문 5
소논문 묶음 3
이론서 5
    국립국어원에서는 올해부터 ‘국어 동향’을 ‘국어 생활 분야’와 ‘국어학 분야’로 분리하여 집필하기로 하였다. 따라서 그동안 유지해 왔던, 해당 분야의 논문을 기계적으로 나열하는 방식을 가능한 한 지양하고, 쟁점 사항 위주로 지난 한 해 동안의 연구 동향을 집필하기로 한다.
  본고에서는 국어사 자료를 대상으로 한 논의들은 국어사 연구 동향으로 넘기고 대조언어학적 논의와 문법 교육과 관련된 논의, 계량적인 측면의 연구, 의미를 주된 논의 대상으로 한 연구, 이론에 지나치게 치우친 논의 등은 전반적인 연구 동향에서 간단히 언급하고, 작년 한 해 발표된 현대 공시 국어 통사론의 연구물들 중 주목할 만한 몇몇 업적물을 중심으로 하여 쟁점별로 상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2장, 3장은 주로 단행본과 학위 논문에 대하여, 그리고 4장, 5장은 일반 소논문(이하 ‘일반 논문’이라 함.)에 대한 연구 동향을 기술하기로 한다.


  2. 2004 연구 동향 개관 (1)

-단행본 및 학위 논문 중심으로-
  이 장에서는 2004년도 국어 통사론을 대상으로 한 단행본, 학위 논문의 연구 경향을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단행본과 학위 논문의 연구 경향을 개략적으로 서술한 뒤, 그 중 특히 관심을 끄는 쟁점에 대해서는 좀 더 상세히 서술하기로 한다.


      2.1. 단행본의 경우

  2004년 국어 통사론 분야 단행본은 조사된 것만 17편이 있는데, 이 중 대학 교재용 개론서가 4편, 박사 학위 논문 출판물이 5편, 일반 논문을 묶은 책이 3편, 특정 이론이나 주제로 엮어진 기획물이 5편이다. 이 중 일부는 겹치기도 한다.
  통사론을 대상으로 하는 대학 교재는 그 수가 예년에 비해 적은 편인데, 『한국어 문법론』(최재희), 『현대 표준 말본』(김승곤), 『근대 국어 문법론』(이광호), 『한국어 표현 문법』(성광수 외 15인)이 있다. 이광호(2004)는 근대 국어에 대한 최초의 단행본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고, 성광수 외(2004)는 일상 언어의 표현을 중심으로 국어 문법을 설명하려는 시도가 돋보이는 저서이다.
  박사 학위 논문 출판물은 모두 5편이 있다. 먼저, 통사론의 오랜 숙제인 조사에 관한 단행본으로 『현대 국어 조사의 연구』(고석주)와 『국어의 조사와 의미역』(이선희)가 있고, 문법화에 관한 논문으로 『명사구 보문 구성의 문법화』(강소영), 부정문에 관한 사적 연구로 『국어 부정문의 변천 연구』(박형우), 그리고 교육 현장에서 필요한 체계적 연결어미의 목록을 제시하려고 한 『한국어 문법 교육을 위한 연결어미 연구』(김수창)이 있다.
  일반 논문을 단행본으로 묶은 것으로는 『(보정판) 단어, 문장, 텍스트』(고영근)과 『우리말 문법의 양상』(한영목), 그리고 Studies in Korean Syntax and Semantics by Susumu Kuno(구노(Kuno) 외)가 있다. 전자는 초쇄(1995년) 이후에 나온 관련 논저를 인용하여 저자의 견해가 그 뒤에 어떻게 반복ㆍ계승되고 비판을 받는지를 추적한다는 뜻에서 ‘보정판(補正版)’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이론 서적으로 『한국어 구구조문법』(김종복)은 제약기반이론 중 자질구조를 문법의 틀로 삼고 있는 HPSG (Head-Driven-Structure-Grammar)를 이론적 토대로 하여 한국어의 통사구조를 분석한 책이다. 또 『언어와 인지』(김진우)는 촘스키(Chomsky, 1962)의 Syntactic Structure 이후 촘스키 언어학이 언어학계와 인접 학계에 준 충격과 그 이후의 냉대 과정을 언어와 인지라는 큰 틀에서 이론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이 과정을 내재주의의 관점에서 크게 변형주의 대 인지주의의 대립에 관한 것과 변형주의 대 연결주의의 대결에 관한 것 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한편 『문법의 인지적 기초』(이성하, 구현정 역)은 독일 Bernd Heine 교수가 1997년에 출판한 Cognitive Foundations of Grammar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이 책은 문법화와 관련된 여러 저술 중에서 인지언어학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끝으로 『북한의 문법연구와 문법교육』(고영근, 구본관, 시정곤, 연재훈)은 지금까지 북한에서 이루어진 문법 연구를 문법 교육과 관련시켜 종합적으로 검토했다는 점에서 이전의 북한어 연구와 차이가 있다.


      2.2. 학위 논문의 경우

  2004년 국어 통사론 분야 박사 학위 논문은 총 6편이 조사되었다. <국어 동사 구문구조의 통시적 연구>(황국정)은 15세기 국어 동사 구문구조의 통사ㆍ의미적 특성을 밝히고 그것의 통시적 변화를 고찰하고 있으며, <국어의 격조사 보어 연구>(최형강)은 현대 국어 보어 설정의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토대로 현대국어 보어의 유형을 분류하고 있다. <국어 파생 의태어근의 형태통사적 특성 연구>(김강출)은 의태어가 의성어와 달리 파생어의 한 부류를 이루며, 그 파생 의태 어근이 다시 용언 어간 형성 접미사 ‘-거리-, -대-, -하-’ 등과 결합하여 의태 용언을 형성한다고 주장한다. 또 <한국어 동사구 수식 부사와 사건구조>(박소영)은 용언의 상적 특성을 중심으로 한 사건구조 개념을 도입하여, 수식과 피수식 대상(VP) 사이에 성립하는 어휘적 관계를 설명하고 있으며, <국어 보조용언의 연구>(권순구)는 국어 보조용언의 상적인 의미와 양태적인 의미를 규명하는 연구이다. 마지막으로 <‘-하-’ 동사의 형태ㆍ통사적 연구>(유경민)은 ‘-되-’와 ‘-시키-’와의 대응 관계를 중심으로 동사 ‘하다’를 분석하고 있다.
  이 밖에 2004년 국어 통사론 분야 석사 학위 논문은 일반대학원 논문이 8편, 교육대학원 논문이 7편,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 관련 논문이 5편이 있다. 고무적인 것은 최근 들어 한국어와 동남아시아 언어와의 대조언어학 연구 성과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어와 베트남어의 어순 연구>(전 수언 프엉), <방글라데시 학습자를 위한 한국어 문법교육>(김중섭) 등이 그러한 예이다.
  다음에서는 2004년 국어 통사론 연구 동향의 세부 측면을 살펴볼 것이다. 주로 현대 공시 국어 통사론에 대한 논의 중 작년 한 해에 쟁점이 되었던 몇몇 주제를 중심으로 하여 기술하도록 하겠다.


  3. 2004 국어 통사론의 쟁점들 (1)

-단행본 및 학위 논문을 중심으로-

      3.1. 격 개념과 조사 ‘가’, ‘를’의 양태적 의미

  고석주의 『현대 한국어 조사의 연구 I』은 교착어의 성격이 강한 우리말에서 격조사는 존재하지 않으며, 흔히 격조사의 범주에서 다루어 온 조사 ‘가’와 ‘를’은 각각 ‘선택 지정’과 ‘(행위의) 도달점 선택 지정’의 양태 의미를 가지는 ‘양태조사’라고 주장한다. 이는 기존 학계의 조사 체계에서 그 존재를 의심받지 않았던 격조사의 지위를 부정하는 것이며, 조사 ‘가’, ‘를’을 ‘는’이나 ‘도’와 같은 양태조사의 범주로 단일화, 통합화시키는 새로운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먼저, 국어의 격 개념과 관련하여 고석주(2004)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지적하고 있다. 첫째, 한국어에는 명사의 형태 변화가 없고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 조사가 있으나 인구어의 ‘격 접사’와 달리 명사에만 결합하지 않는다. 둘째, 한국어의 조사 형태는 매우 다양해 조사 형태에 따른 격 정의는 사실상 무의미하다. 셋째, ‘격’을 문법적 관계를 중심으로 정의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국어에서는 하나의 조사가 여러 가지 문법적 관계에서 쓰일 수 있으므로 ‘격’을 문법적 관계를 표시하는 조사로 파악할 수 없다.
  조사 ‘가’, ‘를’이 가지는 이러한 특징은 그동안 조사 ‘가’, ‘를’을 통사적 구조 관계에 의해서 배당되는 ‘구조격’으로 보거나, 서술어의 어휘 의미 구조 내에서의 상대적 지위로 배당되는 의미역의 통사적 ‘격 표지’로 보거나, 특정한 양태 의미와 관련시키는 양태 표지 또는 ‘주제 표지’나 ‘초점 표지’와 같은 화용적 기능에 의해서 설명하는 등 다양한 접근 방법이 제기되는 원인이 되었다. 그러나 고석주(2004)는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이들이 모두 국어에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먼저, 구조격은 생성 문법 이론에 기반을 두고서 ‘격 표지’가 문장의 통사적 구조 관계에 의해서 자동적으로 할당된다고 보는 관점이다. 그러나 이 관점은 조사의 유무에 따른 의미 차이를 설명할 수 없고, 같은 격 표지로 묶이는 조사들이 중첩되는 것을 설명할 수 없으며, 격 표지가 결코 나타날 수 없는 경우를 설명할 수 없어서 부적절한 이론이라고 주장한다. 아래 예들은 부정칭 ‘아무’ 뒤에 격조사가 나타날 수 없는 경우들이다.
(1) ㄱ. 요즘은 아무{*가/Ø}나 대학에 간다.
ㄴ. 철수는 아무{*를/Ø}도 만나지 않는다.
  둘째로, ‘의미역’ 개념에 기반을 두고 ‘격’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원형 의미역 이론’이 있다. 이것은 의미역을 서술어가 각각의 논항에 대해 가지는 함의들의 집합이라고 정의하고 ‘원형 행동주역(Proto-Agent Role)’과 ‘원형 대상역(Proto-Patient Role)’으로 구분한 다음 (태의 변화에 따른 두 원형 의미역의 우선순위에 의해) 격 배당을 실현하는 것을 말한다. 고석주(2004)는 유현경ㆍ이선희(1996)에서 일부 자동사와 형용사 구문에서 ‘주어’ 논항이 원형 행동주역이 아니라 원형 대상역을 가진다는 사실을 들어 이러한 격 배당이 국어에 적합하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한정한(2002:838)에서 이미 지적되었듯이 능동술어와 피동술어에서 태의 변화에 따라 의미역 계층의 순서가 바뀐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조사를 ‘주제 표지’나 ‘초점 표지’로 보는 관점이 있는데, 고석주(2004)에 따르면 동일한 조사가 항상 ‘주제’나 ‘초점’을 나타내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들어 부적절한 설명이라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아래 예에서 ‘아무’는 초점을 받는 위치에 있지만 초점표지 ‘가’가 붙을 수 없다는 것이 그러한 예이다.
(2) ㄱ. 그 행사에는 누가 참가할 수 있어?
ㄴ. 그 행사는 아무{*가/Ø}나 참가할 수 있어.
  결론적으로 고석주(2004)는 주어나 목적어와 같은 문법 범주는 조사 ‘가’, ‘를’과 무관하며 자켄도프(1990, 1997)의 ‘어휘개념구조’에서의 상대적 위치로 규정될 수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격조사의 부정은 논리적인 귀결로 고석주(2004)의 두 번째 주장으로 이어진다. 즉, 조사 ‘가’, ‘를’은 특수조사 ‘는’이나 ‘도’와 함께 문장의 ‘화용 층위’에서 개입되는 ‘양태조사’라는 것이다. 사실 격조사를 부정하는 저자의 주장은 양태조사 ‘가’, ‘를’의 의미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하는 데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는 우선 조사 ‘가’가 (1)의 예에서 보듯이 부정칭을 나타내는 부정 대명사와는 어울리지 못한다는 사실에서 ‘가’의 의미를 ‘선택 지정’으로 파악하였다. 이 선택 지정은 기존의 배타성과도 차이가 있는데, ‘배타성’은 조사 ‘가’의 의미가 아니라 ‘가’가 결합한 명사구가 문장에서 강조되거나 초점을 받음으로써 나타나는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조사 ‘가’는 다른 보조사 ‘는’, ‘도’와 같은 계열로 묶일 수 있는 화자의 판단을 나타내는 양태조사가 된다. 그러나 부정 대명사 ‘누구나’의 경우, ‘누구나가 그렇게 생각하듯이’라든가 ‘사람은 누구나가 꽃인 게다.’와 같은 문장에서는 자연스러운데 이 점은 풀어야 할 숙제이다.
  또 조사 ‘를’의 의미는 이전의 연구들에서 ‘전체성’의 의미를 나타내는 것으로 주로 논의되었는데, 저자는 ‘를’이 쓰인 명사구가 언제나 ‘전체성’을 가지는 것으로 파악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전체성’은 ‘를’의 ‘대상성’이라는 의미에서 파악되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저자는 ‘를’이 쓰이는 명사구가 화자의 주관적 판단에 의해 행위의 ‘대상’으로 파악될 수 있다는 최현배(1937/1983)의 논의를 발달시켜 ‘를’이 화자의 판단을 나타내는 ‘(행위의) 도달점 선택 지정’의 ‘양태조사’라고 주장한다. 또 저자는 ‘를’에 대해서도 ‘배타성’의 의미가 있다는 기존의 논의를 검토한 뒤, 이 역시 ‘를’의 의미가 아닌 강조나 초점에 의한 의미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몇 가지 의문점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아래 예문의 부정 인칭 대명사인 ‘누구’는 조사 ‘가’와 ‘를’을 생략할 수 없는데, 그렇다면 ‘부정칭’과 ‘(도달점) 선택 지정’의 양태 의미가 서로 배치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3) ㄱ. 그 일을 누가 해야 하나?
ㄴ. 할머님은 누구를 양자로 삼으셨지?
  둘째로 ‘영희는 책을 철수에게 주었다.’와 같은 문장에서 ‘도달점 선택 지정’이 ‘철수’가 되지 못할 이유는 무엇인가? 설사 그래서 ‘영희는 책을 철수를 주었다.’가 되었다고 한다면, 왜 ‘책’은 ‘을’이 필수적인데, ‘철수’는 ‘를’이 수의적인가? 셋째로, ‘도둑이 경찰한테 잡혔다.’와 같은 피동 구문에서 ‘도둑’은 ‘선택 지정’인가, 아니면 ‘도달점 선택 지정’인가? 잘 구분이 되지 않는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가’, ‘를’에 대한 일관성 있고 단일한 의미 부여가 성공적일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3.2. 원형 의미역 이론과 격 배당

  주격 ‘가’와 목적격 ‘를’의 격 배당과 관련하여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이론으로 ‘원형 의미역(Proto-Role) 이론’이 있다. 이것은 주격과 목적격이 통사 구조의 구조적 형상에 따라 주어지는 구조격이 아니라 서술어의 어휘 의미에 바탕을 둔 의미적 특성들의 문법적 실현이라는 주장이다. 이것은 한정한(2002)에서 ‘의미역 계층에 의한 격 실현’이라는 방식으로 국어에 적용되었던 것인데, 이선희는 『국어의 조사와 의미역』에서 이 논의의 토대가 되는 다우티(1991)의 ‘원형 의미역’을 조사 ‘를’과 관련된 거의 모든 구문에 확대 적용하고 있다.
  다우티(1991)에 따르면 논항 명사구의 문법적 실현에 기여하는 통사 층위와 의미 층위는 일대일이 아닌 일대다의 대응 관계를 가진다. 다시 말해서 통사적 차원에서 조사를 동반하는 논항명사구에 관련된 의미적 특성은 행동주, 대상, 장소 등의 개별 의미역이 아니라, 세분화된 의미적 함의들로 구성된 하나의 집합적 범주에 해당된다. 이러한 범주들은 특정 논항 명사항의 문법적 실현과의 관련성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국어에서 논항 명사항의 문법적 실현은 ‘가’, ‘를’과 같은 특정 조사와의 결합을 통해 가능하다. ‘가’, ‘를’과의 결합을 중심으로 볼 때, 국어에서 논항 실현에 관여하는 원형 의미역의 범주는 크게 원형 행동주역(Proto-Agent Role)과 원형 대상역(Proto-Patient Role)의 두 가지로 분류된다. 일반적으로 두 개의 논항 명사구를 요구하는 동사 구문에서 조사 ‘가’는 원형 행동주역과, ‘를’은 원형 대상역과 각각 관련을 맺는다.
  구체적으로 다우티(1991)의 논항 실현 원칙과 그 추가 조건들을 보이면 아래와 같다. 다만, 이것은 논항 실현과 관련하여 일정한 의미적 특성들이 나타내는 특정한 경향에 대한 기술일 뿐 문장의 통사적 도출 과정에서 적용되는 규칙이 아니며, 그림쇼우(1990)식의 의미부와 통사부의 연결 이론에 해당되지도 않는다.
(4) 다우티(1991)의 논항 실현 원칙과 그 추가 조건
논항 실현 원칙: 주어와 목적어를 가지는 서술어의 논항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수의 원형 행동주역 특성을 가지는 논항은 주어 자리에, 상대적으로 많은 수의 원형 대상역의 특성을 가지는 논항은 서술어의 목적어 자리에 나타난다.

추론 1 :

두 개의 논항이 동일한 수의 원형 행동주역 특성과 원형 대상역 특성을 보이는 경우 이 중 어느 하나 또는 양자가 모두 주어에 나타날 수 있다.

추론 2 :

일반적으로 세 자리 이상의 서술어의 경우 더 많은 수의 원형 대상역의 함의를 나타내는 논항이 목적어 자리에 나타나며 적은 수의 원형 대상역의 특성을 가지는 논항은 사격을 취하는 명사구로 나타난다.
  추론 1은 ‘NP1이 NP2와 비슷하다’와 ‘NP2가 NP1과 비슷하다’의 대응 관계를 가지는 문장들의 논항 실현 양상을 설명하며, 추론 2는 대격 표지를 동반하는 요소를 동사구의 다른 문장 성분과 구분한다. 이선희(2004)에 따르면, 국어에서 원형 대상역의 특성은 ‘를’의 실현과 직접적 관련을 맺는다. 그리고 다른 조사들은 ‘를’에 비해 약한 원형 대상역의 특성을 보유하며, 장소, 이탈점, 지향점, 도구, 방향 등의 구체적이고 단순한 의미를 나타낸다.
  국어에서 조사 ‘가’나 ‘를’을 동반하는 논항 명사구들의 의미적 함의들은 원형 행동주역과 원형 대상역의 원형적(prototypical) 범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선희(2004)에 따르면 각각의 원형 의미역을 구성하는 함의들은 다음과 같다.
(5) ㄱ. 원형 행동주역: 의도성, 다른 참여항에 대한 사건이나 상태의 변화를 통해 다른 참여항에 영향을 미침. 다른 참여항에 비해 좀 더 뚜렷한 이동이나 움직임을 보임. 지각이나 인지의 주체(동사가 나타내는 사건과 독립적으로 존재함).
ㄴ. 원형 대상역: 상태 변화를 경험함. 사건의 인과적 결과로 나타나거나 영향을 받음. 다른 참여항과 대조적으로 정태성을 지님. 대상 변화역(동사가 나타내는 사건에 의존하여 존재함). 서술어의 상적 특성과 의미적으로 관련된 구체적인 사건이나 상태를 지시함.
  결론적으로 이선희(2004)는 위의 원형 대상역이 국어의 조사 ‘를’의 의미적 함의이며 이것이 ‘에’, ‘에게’, ‘에서’, ‘로’ 등의 조사와 동등한 어휘 의미적 특성을 보유한다는 것이다. ‘를’의 실현은 자ㆍ타동사 분류의 절대적 기준으로 여겨져 왔으나 사실상 조사 ‘를’은 체언과 서술어 사이의 특정 의미 관계를 구체화하는 주된 문법적 표지로서 기능할 뿐이라는 것이다. 통사적 층위에서 조사 ‘를’의 문법적 실현은 의미적 층위에서 서술어의 어휘 의미를 바탕으로 한 각 참여항의 의미 역할과 직접적 관련을 맺고 있으며, 의미부와 통사부의 투사 관계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선희(2004)는 조사 ‘를’이 가지는 원형 대상역 의미 특성이 ‘를’이 나타나는 이동 동사 구문, 대상 위치 동사 구문, 피해 동사 구문, 대칭 동사 구문, 수혜 동사 구문, 태도 동사 구문 등에 그대로 드러난다고 보고 있으며, 이러한 특성은 서술어의 논항 구조 정보에 속하지 않는 ‘를’의 문법적 실현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시간, 빈도, 거리의 부사어와 ‘를’의 결합은 전체성과 관련된 대상 변화역의 특성과 관련되며, 이동 동사 구문의 논항 명사구인 [NP-에]에 나타나는 ‘를’의 실현은 목표나 장소의 명사구에 대한 대상화를 나타낸다. 또 용언의 활용형에 더해지는 ‘를’의 분포는 ‘가’와 더불어 선ㆍ후행 용언과 관련한 원형 의미역의 특성에 따라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가’나 ‘를’이 등장하는 모든 구문을 원형 의미역이라는 포괄적 개념으로 설명하는 것은 원형 행동주역이나 원형 대상역이 가지는 지나치게 넓은 외연으로 인해 그 설명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원형 의미역을 의미부와 통사부의 투사 관계를 연결하는 기제로만 사용하고 ‘가’나 ‘를’의 의미를 독립적으로 처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듯하다.


      3.3. 격 보어 설정 문제

  보어와 부가어의 구별 문제를 다룬 논문으로 『국어의 격조사구 보어 연구』(최형강)가 있다. 이 글은 보어 설정의 기준을 마련하여 보어의 특성을 확인하고 이를 토대로 보어의 유형을 분류하는 데 목적이 있다. 단, 그 보어의 대상을 서술어가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체언+격조사’의 형식만으로 논의를 좁히고 있다.
  최형강(2004)은 ‘주어나 목적어 이외에 서술어가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논항’을 보어로 정의하고 있다. 이것은 그동안 보어와 보충어(complement), 논항(argument)의 정의가 이론에 따라 부분적으로 겹치고 달라 혼란스러웠던 점과 이를 해결하려는 그간의 연구 결과들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형강(2004)가 제시하고 있는 격 보어의 확인 방법은 관계 관형절의 표제화 가능성, 생략 가능성, 대용 가능성, 격조사의 교체 가능성과 서술어의 교체 가능성 등이다. 먼저, 이들을 살펴보고, 유형별 보어를 검토해 보기로 한다.
  격 보어 확인 방법의 하나로 그동안 관계 관형절의 표제화 가능성이 거론되어 왔다. ‘철수가 학교에 다닌다.’는 문장에서 관계 관형절 ‘철수가 다닌 학교’와 ‘학교에 다닌 철수’가 모두 가능하므로 ‘철수’와 ‘학교’는 모두 논항이고, 이 중 주어나 목적어가 아닌 ‘학교’는 격 보어가 된다. 그러나 ‘철수가 학생이 아니다.’로부터 ‘학생이 아닌 철수’는 도출 가능하지만 ‘*철수가 아닌 학생’은 도출 가능하지 않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격 보어의 가장 전형적인 예로 거론되었던 ‘NP1이 NP2가 아니다’의 NP2가 격 보어의 범주에서 탈락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최형강(2004)는 이 점을 막기 위해서 ‘NP2’가 서술어 ‘아니다’와 1차적인 의미 관계를 형성하기 때문에 예외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6) ㄱ. 보어 명사구는 서술어와 1차적인 의미 관계를 형성하지 않는 한, 관계관형절의 표제가 될 수 있다.
ㄴ. 서술어와 1차적인 관련성을 가지는 보어 명사구는 관형 구성 안에 서술어와 함께 나타나야 한다.
  격 보어를 확인하는 두 번째 방법으로 저자는 보어 성분의 생략 가능성을 들었다. 보어의 생략이 상대적으로 쉬운 이유는 보어가 서술어의 논리적 개념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필요하지만 반드시 명시적으로 실현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당연 논항(default argument)’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최형강(2004)는 이것도 절대적인 기준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 논의의 핵심은 생략을 허용하지 않는 참 논항(true argument)인지, 개념을 완성하기 위해 필요하나 반드시 실현되지 않아도 되는 ‘당연 논항’인지를 구별하는 문제이지 생략 가능성 자체만으로 논항인지, 보어인지를 가를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쨌든 해당 보어 성분의 생략 가능성을 확인해 본 결과는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7) ㄱ. 보어 명사구는 서술어와 1차적인 의미 관계를 형성하지 않는 한, 생략될 수 있다.
ㄴ. 동일한 유형의 보어 명사구도 서술어에 따라 생략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다.
  격 보어를 확인하는 세 번째 방법은 격조사의 생략 가능성이다. ‘얼음이 물(이) 되었다.’나 ‘철수가 학생(이) 아니다.’와 같은 ‘이/가’ 보어인 경우는 격조사의 생략이 비교적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그러나 ‘와/과’ 보어인 경우는 ‘철수가 영이(와) 만났다.’에서는 생략이 자연스럽지만, ‘*철수가 영이(와) 싸웠다.’는 그렇지 못한 것으로 보아 서술어에 따라 그 허용 정도가 달라짐을 알 수 있다.
  격 보어를 확인하는 네 번째 방법은 대용 가능성으로, ‘그러하다’ 대용을 통해 목적어에 대응할 만한 또 하나의 문장 성분을 찾아내는 것이다. ‘얼음이 물이 되었다.’에서 ‘*이 얼음이 물이 되었고 저 얼음도 물이 그랬다.’는 가능하지 않지만, ‘이 얼음이 물이 되었고 저 얼음도 그랬다.’는 가능하다. 또 ‘철수가 학생이 아니다.’에서도 ‘*철수가 학생이 아니고 영희도 학생이 그렇다.’는 가능하지 않지만, ‘철수가 학생이 아니고 영이도 그렇다.’가 가능한 것으로 보아 서술어 단독으로는 ‘그러하다’의 대용이 될 수 없지만, 보어+서술어는 대용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서술어만을 대용한 대용어와 보어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는 서술어와 보어의 결합이 긴밀하지 않는 경우로 제한된다는 것이다.
  격 보어를 확인하는 다섯 번째 방법은 격조사의 교체 가능성이다. 이것은 최형강(2004)만의 독특한 주장으로 그동안 주목받지 않았던 검증 방법이다. 저자는 ‘격조사의 교체 가능성’은 격조사의 교체로 해당 명사구의 의미역이 변화될 수 있음을 전제로 하며, 의미역의 변화를 전제로 한다면 의미역을 받을 수 있는 대상, 즉 논항임을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것이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병규(1998)에서 다음의 밑줄 친 성분들을 논항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8) ㄱ. 바닥에 물이 흥건하다.
ㄴ. 바닥이 물로 흥건하다.
(9) ㄱ. 방 안에 담배 연기가 뿌옇다.
ㄴ. 방 안이 담배 연기로 뿌옇다.
  논항이 아닌 경우는 이러한 격교체가 허용되지 않는데, 유현경ㆍ이선희(1996)은 ‘NP-에’이면서 동사가 하위범주화하는 논항이 아닐 때에는 다음과 같이 ‘를’과 교체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10) ㄱ. 할아버지는 병원에서/*을 돌아가셨다.
ㄴ. 장미꽃이 꽃밭에/*을 피었다.
ㄷ. 영신이는 지금 도서관에서/*을 공부한다.
  격 보어를 확인하는 여섯 번째 방법은 서술어의 대치가능성이다. 이 방법은 다른 요소는 영향을 받지 않고 남아 있는 상태에서 해당 동사를 다른 ‘의사-동의어’로 대치해 봄으로써 동사가 요구하는 필수적인 구성 성분을 판별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얼음이 물이/물로 되었다.’의 서술어 ‘되다’는 ‘이/가’와 ‘로’를 보어로 요구한다. 그러나 ‘얼음이 *물이/물로 변한다.’의 서술어 ‘변하다’는 ‘로’만을 보어로 요구한다는 사실을 서술어의 교체를 통해 판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최형강(2004)는 격 보어를 확인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으로 격조사의 교체 가능 여부를 사용하고 있다. 격조사의 교체에 어떤 통사적인 변형을 상정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격조사의 교체가 하나의 격틀을 또 다른 격틀로 바꾸는, 즉 동사 구문의 변화로 볼 수 있으므로 동사 구문 변화의 참여자인 논항을 보어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판별 기준을 이용하여 저자는 ‘이/가’ 보어, ‘에’ 보어, ‘에게’ 보어, ‘에서’ 보어, ‘로’ 보어, ‘와/과’ 보어, ‘보다’ 보어의 유형을 분류하였다. 그리고 보어를 주어, 목적어와 대등한 서술어의 논항임을 주장하기 위해 조사 ‘에, 에게, 에서, 로, 와/과, 보다’를 부사격조사가 아니라 보격조사로 명명하고 있다. 이러한 논의는 주격, 목적격, 보격조사를 ‘논항 표시 조사’, 그리고 나머지 조사를 ‘부가어 표시 조사’라고 칭한 한정한(2003)의 입장과 궤를 같이한다.


  4. 2004 연구 동향 개관(2)

-일반 논문을 중심으로-
  이 장에서는 2004년도 국어 통사론을 대상으로 한 일반논문의 연구 경향을 살펴보기로 한다. 2004년도에 나온 국어 통사론 관련 일반논문은 104편 정도인데, 이 연구 논문들의 전체적인 경향을 개략적으로 서술한 후, 특히 2004년에 활발하게 논의되었던 연구 주제들에 대하여 좀 더 상세히 서술하기로 한다. 세부 연구 주제에 대한 서술에서는 해당 연구 주제에 대하여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거나 대립적인 관점으로 논쟁이 있었던 논문들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겠다.
  2004년에 발표된 일반논문의 연구 동향을 개략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연구 주제면에서 보면, 예년에 많이 연구되었던 격과 조사, 접속 등의 주제를 다룬 논문들이 2004년에도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두드러진다. 이 외에 2004년에 특히 많이 다루어진 연구 주제로는 상에 관련된 것을 들 수 있고 어휘 범주 부사를 새로운 시각에서 보려 한 논문들이 여러 편이 있다. 2004년에는 특히 ‘이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최근 몇 년 동안 ‘이다’의 범주적 속성에 관한 논문들이 꾸준히 발표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작년의 일반 논문 연구 주제로 많이 부각된 것 중 하나가 어순에 관한 것이다. 국어의 자유 어순에 관해서 여러 방면의 이론적인 모색이 이루어졌다. 국어에 특이하게 나타나는 구문 중에서는 인상 구문과 이와 관련이 있는 소절 구문에 대한 연구가 여러 편 발표되었다. 그러나 국어 통사론의 단골 주제였던 이중주어 구문이나 이중목적어 구문에 대한 연구는 최근 몇 년간의 연구 동향에서 그러했듯이 2004년에도 불과 2, 3편에 그치고 있다.
  2004년에는 현대 공시 국어 통사론뿐 아니라 현대 이전의 국어 자료를 대상으로 한 중세 국어나 근대 국어의 통사론 연구도 증가하였다. 타동사, 자동사, 형용사 구문의 논항구조 변화를 연구한 황국정의 일련의 논의가 있고, 국어사 자료에서 문법적 형태들의 기능과 특성에 관한 논의로 “국어 ‘NP이’ 補語의 성격에 대한 고찰”(이영경), “석독구결에서 처격·여격 표지의 형태통사적 결합 양상 고찰”(유현조) 등이 있다. 이 밖에도 부정문에 관한 연구로 박형우의 논의를 들 수 있다.
  국어 통사론 분야의 2004년 일반 논문의 연구 동향 중 두드러진 것은 한국어와 여타의 다른 언어들을 비교하여 살펴본 대조언어학적 연구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한국어, 영어, 스페인어, 아랍어의 부사의 위치와 어순의 유형”(김선 외), “불어, 한국어, 영어 및 일어의 TOUGH 형용사구문 대조연구”(김종명), “한·영·독·스페인어 명사구의 어순 비교 연구”(이건한), “다중상속위계에 따른 영어 및 한국어 술어체계”(임경섭), “헝가리어 존재동사 van 구문과 한국어 대응 구문의 대조 연구”(박수영), “스페인어와 한국어에서의 구조격과 D-자질”(이만기), “A Minimalist Analysis of X0 Reflexivization in Chinese and Korean”(송홍기) 등이 이러한 연구이다. 특히 세 개 이상의 언어를 대조한 연구들은 최근 프로젝트 수행의 결과물들이다. 한국어와 대조되는 언어로 영어나 일어 등 잘 알려진 언어보다 스페인어, 헝가리어, 중국어 등 비교적 한국어와 거리가 있는 언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늘어난 것도 특이한 사항이다. 이러한 대조언어학적 연구는 외국어학 전공자들의 한국어 구조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는 한국어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제공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으나 한국어와 전혀 유형이 다른 언어들의 기계적인 대조 작업이 국어 통사론에 어떠한 기여를 할 것인지는 좀 더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2004년에는 국어 자료를 이론적인 기반을 가지고 해석하려 한 논의들이 15편 이상 되어 수적으로도 무시하지 못할 성과를 거두었다. 이 중 최소주의를 이론적인 기반으로 한 논의가 6편 정도이고 HPSG(핵어 중심 구구조문법) 등 구구조문법의 틀을 가지고 국어 자료를 다룬 연구 논문이 4편 정도 된다. 아직까지는 촘스키의 최소주의 이론이 대세이지만 구구조문법을 이론적인 틀로 사용한 논의들이 최근 증가하고 있다. 이론적인 기반을 가지고 국어 자료를 해석하려 한 논의들이 주로 다룬 문제는 격, 조사 교체의 문제, 어순, 인상 구문, 존대 자질, 이중목적어 구문 등 다양한 편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론적 논의들이 주로 외국어학을 전공한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국어 통사론 전공자들의 연구의 흐름과 별도로 하나의 부류를 형성하고 있는 실정이다. 같은 주제를 다루면서도 외국어학 전공자들과 국내에서 국어 통사론을 전공한 학자들 사이의 학문적 교류는 그리 활발하지 않은 편이다. 앞으로 국어 통사론에서 풀지 못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두 부류 간의 연구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5. 2004 국어 통사론의 쟁점들 (2)

-일반 논문을 중심으로-

      5.1 조사와 격의 문제

  한국어에서 조사와 어미는 주요한 문법 범주를 드러내는 문법 요소로서 통사론 논의의 주요 연구 대상이 되어 왔다. 2004년에 조사와 격에 대한 논의는 거시적인 측면에서 조사 전체를 조망한 연구와 함께, 미시적인 측면에서 하나의 조사에 대하여 세밀히 논의한 논문들도 있었다. 이 밖에도 몇 편의 논저들이 더 있으나 이 글에서는 기존의 논의에서 좀 더 나아간 논문들과 시사점을 던져 주는 세 편의 논문들을 중심으로 연구 동향을 기술하기로 하겠다.
  2004년의 경우 어미에 대한 논의보다는 조사에 대한 연구 논문들이 많은데, 그 중 “한국어 조사의 하위 부류와 결합 유형”(임동훈)은 한국어 조사를 하위 부류를 세우고 각 하위 부류 사이의 결합 유형을 고찰한 연구이다. 기존의 문법서에서는 조사를 격조사와 보조사(혹은 특수조사)로 양분하고 격조사에 주격조사, 목적격조사(혹은 대격조사), 부사격조사, 보격조사 등을 두고 보조사는 의미에 따라 분류하여 왔다. 다른 한편에서는 격조사를 구조격조사와 의미격조사(혹은 내재격조사)로 나누어 논의한다. 격조사와 보조사는 명사에 붙는다는 형태적 특성으로 인해 전혀 다른 성격을 가졌음에도 하나의 범주 안에 유형 분류되어 온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그동안의 논의에서 격조사는 격조사대로, 보조사는 보조사대로 논의가 이루어진 것도 이 둘의 이질적인 특성 때문이다. 그러나 격조사와 보조사는 명사에 결합될 때 그 순서가 정해져 있고 서로의 결합 관계에서도 제약을 가지고 있어 비록 특성은 다르지만 이 둘의 관계를 논의하지 않을 수 없다. 황화상(2003)에서도 이러한 조사들의 결합 관계를 작용역이라는 기준으로 살펴본 바 있다. 임동훈(2004)의 연구는 황화상(2003)의 논의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조사들의 분포상의 특성을 바탕으로 조사들의 의미 기능을 함께 고려하여 조사를 하위 분류한 것이다.
  임동훈(2004)의 논의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우선 이 논의에서는 격조사를 문법격과 의미격으로 나누었다. 문법격이란 기존의 논의에서 구조격이라 하였던 것인데, 한국어에서 구조적인 형상이 같은데도 격조사의 형태가 달라지는 것에 유의하여 한국어에서의 격조사는 구조적인 동일성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문법적 기능을 표시한다고 보아 ‘문법격’이라는 용어를 선택하였다. 그러나 한국어에서 문법격조사로 분류된 ‘이/가’나 ‘을/를’, ‘의’가 항상 동일한 구조를 드러내는 것도 아니지만 동일한 문법 기능을 나타내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문법격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임동훈(2004:125)에서 ‘비를 맞았다.’와 ‘비에 맞았다.’가 이루는 구조적 형상은 동일한데도 조사가 달라짐으로써 선행어가 목적어인지 아닌지와 관련한 문법적 기능이 달라진다고 하였는데, 조사 ‘을/를’은 ‘철수는 운동장을 두 번을 돌았다.’, ‘철수는 학원에서 한 시간을 더 있었다.’에서와 같이 문법적으로 목적어라고 볼 수 없는 성분에도 결합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어에서 격조사가 문법적 기능만을 나타낸다고 보기 어렵다.
  보조사(임동훈(2004)에서는 특수조사라 함.)는 관계 의미를 표시하지 않고 의미론적으로 선행어의 통사 범주가 무엇이든지 그것과 잠재적인 대립 관계에 있는 의미상의 자매 항목들을 배경으로 하여 선행어를 한정하는 조사라 하는데, 이를 후치사와 첨사로 나누었다. 후치사는 기원적으로 보어(complement)를 취하는 명사나 동사를 문법화한 것이거나 이와 유사한 통합상의 특징을 보이는 것이다. 문법화의 발달 경로를 고려할 때 후치사는 주격조사를 제외한 격조사에 후행함이 일반적이다. 첨사는 잠재적인 대립 관계에 있는 항목들의 집합에서 특정 항목을 선택할 때 화자가 주관적 관점에서 특정 항목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표현한 것으로 정의한다. 후치사는 잠재적 대립 관계에 있는 항목들의 집합에서 특정 항목을 선택해 자신의 작용역(scope)로 삼지만, 첨사는 상황에 대한 화자의 전제를 바탕으로 특정 상황을 표상하여 자신의 작용역이 선행 명사를 넘어 관련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다는 차이를 지적한다. 요컨대 후치사와 첨사의 구분은 그 뒤에 다른 조사가 올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분포상의 차이와 아울러 이에 상응하는 의미상의 차이, 그 작용역이 선행어에 국한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에 의해서 뒷받침된다.
  임동훈(2004)에서는 조사 유형을 문법격조사, 의미격조사, 후치사, 첨사로 분류하고 이에 의해서 조사의 결합 유형을 하나하나 설명해 나가고 있는데, 흔히 비교격조사로 보는 ‘처럼, 같이, 보다, 만2(비교)’를 분포에 근거하여 의미격조사가 아닌 후치사로 분류한다. 이 중 조사 ‘보다’는 ‘낫다’와 같은 형용사의 논항구조에서 격조사로 기능하고 있어 이를 후치사로 분류하는 것에 의문점이 남는다. 조사의 분포상의 특성과 의미적 고려 이외에 조사가 선행어와 결합한 형태가 문장에서 어떠한 기능을 하는가에 대한 설명과도 연관되어야 조사의 하위 유형 설정이 보다 설득력을 얻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임동훈(2004)의 결론 부분의 마지막에서 밝혔듯 조사 의미와 분포의 관계에 대한 후속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임동훈(2004)에서 제시한 한국어 조사의 전체적인 틀이 개별 조사에 대한 미시적인 연구로 좀 더 탄탄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개별 조사의 범주와 유형적 특성에 대한 논의로 “교호성과 ‘-와’”(양정석)와 “현대국어 조사 ‘도’의 문법적 역할”(최웅환)이 있다. 양정석(2004)에서는 조사 ‘와’를 격 표지나 접속조사가 아닌 후치사로 보고 있다. 이 논의에서의 후치사는 인구어의 전치사에 상응하는 개념이다. 이는 저자의 이전 논저들과 궤를 같이하고 있는데, 저자는 ‘로’나 ‘와’가 후치사로서의 독립된 자격을 가짐을 계속 주장한 바 있다.
(11) ㄱ. 철수가 대표 학생으로/*대표 학생Ø 단상에 올랐다.
ㄴ. 선생님은 철수를 대표 학생으로/*대표 학생Ø 회의에 보냈다.
(12) ㄱ. 김씨가 자기 아이들과/*자기 아이들Ø 떠났다.
ㄴ. 그는 김씨를 자기 아이들과/*자기 아이들Ø 떠나보냈다. (양정석, 2004:381)
  (11), (12)에서 문법성의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NP-로’나 ‘NP-와’ 형식의 서술어(이차 서술어) 됨으로부터 기인하는 것인데, 이렇게 ‘NP-로’나 ‘NP-와’가 이차 서술어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은 ‘로’나 ‘와’가 통사적으로 머리성분(head)이며 ‘NP-로’나 ‘NP-와’가 ‘NP’와 다른 범주적 특성을 지닌다는 증거라고 한다. 이러한 ‘와’는 통사적으로는 후치사로되 논항의 의미역적 성격을 나타내는 기능과 접속의 기능을 모두 가지는 것으로 본다. 그런데 양정석(2004)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문법 설명에 의미 구조가 활용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기 때문에 ‘교호성’이라는 의미 자질에 대한 논의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대칭동사에 의한 접속 구문과 여동 구문 형성에 본질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의미 구조라는 표상 층위에 교호성 자질을 가지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로써 통사 구조 층위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구문들 사이의 문법적 연관성을 포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논의는 종래에 ‘와’의 격 표시 기능과 접속 기능에 대한 이분법적 시각을 지양하고 후치사로 상정함으로써 ‘와’와 관련된 문장의 쓰임을 완전하게 설명할 수 있다고 보았다.
  최웅환(2004)는 조사 ‘도’가 가지는 통사적 역할에 대하여 살펴본 연구이다. 조사 ‘도’는 보조사이기 때문에 기존의 연구에서 주로 형태론적, 의미론적, 화용론적 측면에서 많이 논의되어 왔는데, 최웅환(2004)에서는 조사 ‘도’가 문장 형성에 구조적으로 관여한다는 전제하에 그 통사론적 속성을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 논의에서는 격의 개념을 단위문장 내에서의 유의미한 참여항이 되게 하는 속성으로 보고 있다. 이는 격을 서술어와의 관계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지 않고 좀 더 포괄적인 개념으로 보는 것이다. 보조사와 격조사의 배합에서 격조사가 수의적으로 필수적으로 생략되는데 이때 문법적인 기능핵인 격조사가 생략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보조사에 격성이 내재해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즉, 조사 ‘도’의 교착 단위가 하나의 문장내적인 지위를 갖는 단위로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남기심(2001:56-72)에서도 격을 ‘체언이 그 뒤의 말에 대하여 가지는 일정한 의미 관계’로 규정하고 이러한 격은 격조사에 의해서 표시되는 것으로 보았다. 즉, 체언은 격조사에 의해 표시되는 격을 가지고 뒤의 다른 말들과 어울려 좀 더 큰 통사적 구성을 이룰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관형격조사 ‘의’나 접속조사 등도 격조사에 포함될 수 있다. 최웅환(2004)에서는 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조사에도 격의 기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격의 개념은 현재로서는 국어 통사론의 주된 흐름은 아니지만, 최근 국어에서 격조사의 위상과 관련하여 격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어 더 많은 논증과 천착이 필요한 부분이다. 최웅환(2004)에서 보조사라는 개념적 전제에서 벗어나 개별 조사들의 다양한 문법적 특성을 살펴 역으로 보조사라는 범주를 규정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 바는 시사점이 크다고 하겠다.


      5.2. 접속의 문제

  한국어에서 접속은 최근까지도 꾸준히 관심이 집중되는 연구 주제이다. 2004년도에 발표된 접속에 대한 논의 중 이 글에서 살펴볼 논문은 “종속접속문의 조응 현상과 구조적 이중성”(김영희)과 “한국어 접속문의 구조”(김정대) 두 편이다.
  먼저 김정대(2004)는 한국어 접속문의 통사적 구조에 대하여 살펴본 논의이다. 그동안 접속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루어져 왔는데 접속 구성의 형상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는 논의는 그리 많지 않다. 접속 구성의 통사 구조에 대한 논의는 연구의 초점이나 목표가 되기보다는 자신이 도출한 결과를 정당화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 것이 대부분이다. 접속 구성의 통사 구조를 본격적으로 다룬 논의로 김정대(2004)에서 소개한 것처럼 김지홍(1998)이 있다.
(13) ㄱ. 농부가 밭을 갈고 어부가 고기를 잡았다.
ㄴ. 농부가 밭을 갈았고 어부가 고기를 잡았다.
  김정대(2004)에서는 첫째, (13)과 같이 선행절에 과거 시제를 나타내는 형태소의 게재 여부와 관계없이 선행절이 과거 시제로 해석되는 등위접속문의 통사 구조와 의미가 동일한가? 둘째, 한국어 접속 구성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절(clause)과 절을 잇는 접속문에서 접속구(CONJP)의 통사 구조상 위치는 한 군데로 고정되는가 그렇지 않은가? 셋째, 다항적 종속접속문의 성격은 어떠하며, 그것의 성격을 밝히는 것이 한국어 접속문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 어떤 도움을 주는가? 하는 세 가지 문제에 대하여 논의하고 있다.
  이 논의에서는 (13ㄱ)의 통사 구조는 “[[TP[농부가 밭을 갈고 어부가 고기를 잡]았]다.]”와 같이 명제문과 명제문이 접속된 전체가 하나의 시제 요소에 이끌리는 구조로 보았고, (13나)는 “[[TP1 농부가 밭을 갈았]고 [TP2 어부가 고기를 잡았]다.]”처럼 선완결문과 선완결문이 접속된 전체가 문장 종결 형태소에 이끌리는 구조로 보았다. (13ㄱ)는 선행절과 후행절의 내용이 화자에 의해 분리적으로 인식되지 않고 동시적으로 인식된다는 의미 특성을 지니며 (13ㄴ)는 시제 요소가 선·후행절에 각각 배당되는 구조로, 선·후행절이 분리적으로 이해된다는 의미 특성이 있다.
  두 번째로 제기한 문제에 대한 결론은 종속접속문의 통사 구조는 선행절이 후행절보다 계층이 낮은 구조이며 그 접속구는 VP 또는 TP와 자매 교점이 된다는 것인데, 이는 다음의 (14)와 같은 두 문장의 의미 차이를 설명해 줄 수 있다.
(14) ㄱ. 철이가 학교에 가는데 돌이가 철이를 불렀다.
ㄴ. 철이가 학교에 갔는데 돌이가 철이를 불렀다.
  반면 등위접속문의 통사 구조는 선·후행절이 동일한 계층으로 설정한 구조이다. 등위접속문의 경우는 접속되는 절의 수만큼 접속구가 존재하게 되며 각 접속구의 계층은 동일하다. 그 선·후행절의 자격은 VP 또는 TP가 되는데 이는 (13)과 같은 두 등위접속문의 의미가 다르다고 보는 저자의 입장이 고려되어 있다.
  세 번째로 다항적 종속접속문의 통사적 특성을 보면 다항적 접속문은 겉으로만 다항 접속일 뿐이고 실제로는 이항 접속인데, 이는 각 절들이 순차적으로 접속되어 더 큰 접속문을 이루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사실이 종속접속문의 선행절의 계층이 후행절의 계층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결정적인 증거로 보았다.
  김정대(2004)에서는 등위접속문과 종속접속문의 통사 구조를 다르게 설정함으로써 이 구 구성의 의미적·통사적 차이를 설명하려 하였다. 그러나 한국어에서 같은 형태의 접속어미가 앞뒤 문맥에 따라 등위적으로도 종속적으로도 해석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경우 과연 구조적인 문제로 접속문 개별의 의미화용적 특성을 설명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최근 몇 년간 이러한 접속문의 이중적 특성으로 인하여 종속접속문이 내포문과 접속문의 특성을 둘 다 가지고 있는 구문으로 보려는 일련의 시도가 있어 왔다. 김영희(2004)는 종속접속문의 내포문적 성격과 접속문적 특성을 모두 인정하는 논의이다.
  김영희(2004)는 종속접속문이 내포문(김영희에서는 포유문이라 함)을 기저구조로 하고 접속문을 표면 구조로 하는 구조적 이중성을 가지고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하여 조응 현상을 중점적으로 살피고 있다. 조응 현상은 선행사와 조응사가 맺는 조응 관계의 조건에 따라 지배성 조건과 선행성 조건으로 갈라지며 조응사의 형태에 따라서는 대형태 조응과 영 조응으로 갈라지고 대형태 조응은 다시 재귀 대명사 조응, 대명사 조응 및 대동사 조응으로 갈라진다. 종속접속문에서는 조응 관계의 조건에 따른 두 가지 조응과 조응사의 형태에 따른 네 가지 조응이 모두 가능하며, 가장 다양한 조응 현상을 보여 주는 구문 유형이다. 종속접속문에서 볼 수 있는 지배성 조건의 조응으로는 재귀대명사 조응과 역행 영 조응이 있으며 선행성 조건의 조응으로는 순행 영 조응, 대명사 조응 및 대동사 조응이 있다. 종속접속문의 선행절과 후행절에서 지배성 조건의 조응이 일어난다는 것은 조응사가 나타나는 절이 선행사가 나타나는 후행절에 나타남으로 해서 종속접속문을 선행절이 후행절에 내포되어 있는 내포문 구조로 분석케 한다. 종속접속문이 내포문임을 주장하는 이들의 다른 근거인 선행절 옮기기, 주제어 되기 및 주어 올리기 현상은 역행 조응 현상을 통한 이러한 분석을 강력히 뒷받침한다. 한편, 종속접속문의 선행절과 후행절에서 선행절 조건의 조응이 가능하다는 것은 선행사가 나타나는 절과 조응사가 나타나는 절이 통사 계층상 동일한 접속절들임을 가리킨다. 이러한 조응 현상에 근거하여 저자는 종속접속문은 내포문 구조와 접속문 구조라는 이중적 통사 구조를 가지고 있는 구문 유형이라고 주장하면서 종속접속문을 기저 구조의 내포문 구조와 표면 구조인 접속문 구조의 두 가지 구조를 가진 이중적 구조를 가진 구문으로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종속접속문이 내포문의 기저 구조에서 접속문의 표면 구조로 변형되는 과정에서 제기되는 이론적인 문제점들을 해결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왜 이러한 변형이 일어나게 되는가? 어떠한 요인이 종속접속문을 구조적 이중성을 가지게 하는가? 하는 문제들은 미해결로 남아 있다. 그러나 기존의 종속접속문과 부사절의 이분법적 시각을 지양하고 이를 통합하려 했다는 점, 기존의 종속접속문을 접속문으로 분류하는 쪽과 부사절로 분류하는 쪽에서 각각 서로의 주장에 근거로 삼는 예들만 보려 하고 반례들에 대한 설명은 소홀하였는데 이 논의에서 든 예들은 이 둘의 주장에서 각각 근거로 사용한 예들을 모두 포용하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종속접속문과 부사절에 관한 해묵은 논쟁은 바야흐로 전환점에 와 있는 듯하다. 종속접속문이 가지는 내포문적인 성격과 접속문으로서의 특성을 모두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논의들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5.3. 상과 ‘-고 있-’

  2004년에는 상(相, aspect)이나 어휘상(Aktionsart)을 다룬 논문들이 여러 편 발표되었다. 그 중 특히 ‘-고 있-’와 관련한 논의들이 주목되는데, “한국어 동사의 사건구조와 사건함수 ‘-고 있다’의 기능”(김윤신), “‘-고 있-’과 부분성(部分性)”(신언호), “-고 있-’과 ‘-어 있-’의 상보성 여부 검토와 구문 규칙 기술”(양정석) 등을 들 수 있다. 세 편의 논문 모두 ‘-고 있-’를 진행상으로 보았던 기존의 견해를 부정하고 새로운 시각에서 ‘-고 있-’의 의미 기능과 범주에 대해 논의를 하였다는 공통점을 있다.
  ‘-고 있-’에 대한 논의는 ‘-어 있다’와 함께 한국어 동사의 상에 대한 연구에 중요한 문제로 취급되어 왔다. 장석진(1973)에서 ‘-고 있-’를 단순히 진행형이 아니라 과정의 계속과 결과 상태의 지속이라는 중의성을 갖는다는 점을 지적하였고, 이로부터 ‘-고 있-’의 의미적 특수성이 주목받기 시작하였다. 김윤신(2004)에서는 ‘-고 있-’ 구성의 의미가 그와 결합하는 동사에 따라서 각각 다른 상적인 의미 해석을 갖는다는 사실로부터 ‘-고 있-’의 상적 의미가 동사의 사건구조, 더 나아가서 의미구조에 의존하여 결정된다고 본다. 이 논문에서 동사의 사건구조는 벤들러(1976)이 제시한 상적 부류(aspectual class)에 뿌리를 두고 푸스테욥스키(1995)가 제시한 사건구조의 틀을 바탕으로 설정하였다. 저자는 ‘-고 있-’을 그와 공기하는 동사와의 결합 관계를 통해서 전체 동사구나 문장의 의미를 결정하는 사건함수로 파악하고자 하였다. 사건함수로서 ‘-고 있-’의 기능은 동사 어휘상이 내포하는 사건구조를 단일사건인 상태 또는 과정으로 단순화시키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동사에 ‘-고 있-’이 결합된 결과적 의미는 동사의 사건구조에 따라서 달라진다. 즉, ‘뛰고 있다’의 경우에는 뛰는 동작의 계속을 의미하지만 ‘입고 있다’의 경우에는 입고 있는 동작의 계속이나 입고 있는 상태를 나타낸다.
  양정석(2004)에서도 ‘-고 있-’ 구문과 ‘-어 있다’ 구문이 상(관점상)의 개념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의미적 특성들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결과 지속의 의미를 가질 때 ‘-고 있-’은 타동사 구문에, ‘-어 있다’는 자동사 구문에 상보적으로 분포한다는 설명에 의문을 제기한다. 일부 구문에서 ‘-고 있-’이 실현될 때 중의성을 보이는 요인을 재귀성에서 찾은 것이 이전의 여러 연구자들의 시도였으나 이 논문에서는 동사가 가지는 사건구조의 복합성에서 찾으려고 하였다. 이러한 중의적 해석은 어휘의미적 구조의 단순성과 복합성을 구별하는 기준으로도 활용될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양정석(2004)에 의하면 ‘-고 있-’의 본질적 기능은 이 구문의 의미적 조건으로 비한계성([-b])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논의에서 ‘-고 있-’ 구문이 진행과 결과 지속의 두 가지 의미만을 가지는 것으로 가정하였으나 양정석(2004)에서는 ‘진행, 반복화, 재료화, 이상화된 진행, 결과 지속’의 다섯 가지 해석을 가지는 것으로 보는데, 이 의미 해석들은 ‘-고 있-’이 부과하는 비한계성 조건과 이 조건을 충족시키는 과정이라는 관점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에 반해 ‘-어 있다’ 구문의 시상성 의미는 한계성([+b])로 규정하고 그 실현 조건을 제시하였다.
  김윤신(2004)와 양정석(2004)의 논의는 둘 다 ‘-고 있-’이 어휘상(양정석의 용어로는 시상성) 값의 전환에 관여하는 연산자라는 생각은 공통된 바 있으나 양정석(2004)의 경우는 자켄도프(1990, 1991, 1997)의 개념의미론에 따라 부가어 대응 규칙에 의한 의미 조건 부과와 순수한 의미론적 규칙에 의한 조건의 충족이라는 두 단계의 절차를 가정하는 것이 김윤신(2004)와의 차이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이 두 논문 모두 보조동사들에 의한 상을 관점상으로 파악하는 종래의 입장에서 벗어나 ‘-고 있-’의 기능을 어휘상의 값을 바꾸는 것으로 본다는 점에서 기존의 논의와 변별된다.
  비슷한 시기에 신언호(2004)는 위의 두 견해와 의견을 달리하여 ‘-고 있-’의 의미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다. 신언호(2004)의 경우에도 ‘-고 있-’를 진행상으로 보는 기존의 논의에 문제를 제기하였다. 저자는 관점상, 즉 화자가 상황을 전체적으로 바라보는가 아니면 부분적으로 바라보는가의 대립에 따른 상의 인식이 ‘-고 있-’의 본질적인 의미 특성을 이해하는 데 더 적합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의 두 논의에서 ‘-고 있-’의 기능을 동사의 어휘상 값을 바꿔 주는 함수로 보는 반면, 신언호(2004)에서는 화자가 상황의 내적인 시간 구성을 부분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고 그간 진행상이라 불리어 오던 ‘-고 있-’을 불완전상의 표지로 해석하고 있다. 저자는 상황의 ‘전체성’에 대립되는 ‘부분성’의 개념으로 ‘-고 있-’의 부차적 의미를 설명하였는데, ‘-고 있-’ 구문은 ‘제한성, 확장성, 미완결성’ 등의 부차적 의미를 가지게 되고 그동안 ‘-고 있-’의 주요 의미로 다루어지던 ‘반복’이나 ‘습관’은 ‘-고 있-’과 관련이 없는 명제의 내용이며 재귀적 구문에서 드러나는 ‘-고 있-’의 중의성은 ‘-고 있-’의 기능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상에 대한 일련의 논의들은 한국어에서 설정되었던 상 범주와 유형의 체계를 흔들어 놓았다. 그러면 한국어에서는 상 범주가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위의 논의들에도 불구하고 ‘-고 있-’ 구문이 지니는 진행이나 결과 지속의 의미는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푸스테욥스키의 사건구조로 한국어의 문법 현상을 설명하려고 하는 시도는 여러 가지 시사점을 던지고 있으나 이는 통사적 설명이 아니라 의미론적 설명이기 때문에 통사론적인 논의와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보완해 줄 수 있는 다른 영역의 논의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고 있-’을 사건 함수로 본다 하더라도 이러한 함수적 기능이 문맥에서 파악되는 ‘-고 있-’의 의미들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2004년에 발표된 상에 대한 논문들은 기존의 연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고 보이는데 이는 최근 몇 년간 동사의 어휘상에 대한 논의들과 푸스테욥스키의 생성 어휘부 이론을 국어 자료에 적용시켜 본 여러 논의들이 축적된 결과라고 생각된다.


      5.4. ‘이다’의 문제

  최근 몇 년 동안 ‘이다’의 범주에 대한 논의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다. ‘이다’는 학교문법의 서술격조사설부터 지정사설, 접사설, 용언설 등 그 형태, 통사적 특이성으로 인하여 그 범주적 정체성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2004년도에도 ‘이다’에 대한 관심이 계속되었는데 2004년의 ‘이다’ 논의의 특징은 범주에 관한 논의보다는 주로 ‘이다’의 통사구조에 관하여 관심이 집중되었다는 것이다. 이 중 “‘이다’ 구문의 ‘-으시-’ 일치 현상”(이정훈), “‘-이다’ 구문의 통사구조”(성태수), “‘-ㄹ 예정이다’류 구문 연구-말뭉치 용례의 통사 정보분석을 중심으로-”(남길임) 등을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이정훈(2004)는 ‘이다’ 구문에 나타나는 ‘-으시-’ 일치 현상을, 일반적인 통사구조와 규칙, 조건 그리고 ‘이다’ 구문의 형태·통사적인 특성으로 설명하려고 하였다. ‘이다’는 통사적으로는 용언의 일종으로 VP를 이끄는 핵(head)이지만 형태적으로는 의존성을 지녀서 접사나 접어적인 성격을 지니며 때로 어휘부의 재구조화나 어휘적 파생에 참여하기도 한다. 어휘부 재구조화나 어휘적 파생에서는 ‘이다’의 의존성이 어휘부에서 해소되므로 통사부에 별다른 문제를 야기하지 않으나 통사적 핵으로 기능하는 ‘이다’의 경우 의존성 해소가 문제된다. 저자는 ‘이다’와 ‘이다’의 선행 요소가 통사적 핵 이동에 의해 통합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전제하에 ‘-으시-’ 일치 현상에서 ‘이다’ 구문의 일반성과 개별성을 살펴보았는데, ‘이다’ 구문에서는 주어, 주제어, 초점어뿐만 아니라 보충어나 관형절의 주어도 H ‘-으시-’ 일치의 대상이 되며 이러한 일치 현상은 명시어-핵, 부가어-핵, 핵-핵 관계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세 가지 관계가 동시에 가능할 때에는 핵-핵 관계가 명시어-핵 관계나 부가어-핵 관계보다 선호된다고 한다. 그리고 주제, 초점, 통제성 등의 의미기능이 통사구조적 조건보다 선호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이다’ 구문에서의 ‘-으시-’ 일치 현상이 통사적인 측면보다 의미적인 측면이 더 많이 작용함을 보여 준다. ‘이다’ 구문은 보충어 자리에 존대의 자질이 올 때에도 ‘-으시-’ 일치 현상이 일어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예문 15). 때로는 비논항인 초점어도 H ‘-으시-’와 일치하기도 한다(예문 16). 
(15) ㄱ. 나를 낳은 것은 어머님이셨지만, 기른 것은 할머님이셨다.
ㄴ. 그 말의 증거가 바로 우리 선생님이시다.
ㄷ. 그 차 소유주는 엄연히 선생님이시니까요.
ㄹ. 보아하니 인근 간척지에 노동하러 온 인부는 아니고 …… (중략) …… 어장의 주인이신가 …… (중략) …… 공무원 나으리신가. (이정훈 2004:227)
(16) 선생님이 외딴섬까지 웬일이십니까? (이정훈 2004:224)
  이정훈(2004)에서는 위의 예문들을 ‘이다’ 구문이 지닌 독특한 문법 질서, 즉 보충어 핵의 V ‘-이-’로의 핵 이동으로 설명하였다. 그러나 이 논의에서도 고백하였듯이(이정훈 2004:225) ‘이다’ 구문의 ‘-으시-’ 일치 현상은 통사구조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이다’ 구문이 가지는 이러한 특이 현상들을 통사·의미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하겠다. 이정훈(2004)는 ‘이다’ 구문의 특정 통사 현상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이다’의 통사적 문제를 깊이 있게 고찰하였기 때문에 연구 방법론적 측면에서도 의의가 있다. 결론 부분에서 저자가 밝혔듯이 설명을 한 부분보다 앞으로 설명해야 할 부분이 많으며 기존의 ‘-으시-’ 일치의 일반적 틀로는 설명할 수 없는 여러 예문을 발굴하여 후속 연구가 나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였다고 본다.
  성태수(2004)는 ‘이다’ 구문을 <동지시적 ‘-이다’> 구문과 <술어적 ‘-이다’> 구문으로 나누어 그 통사적 의미를 살펴보았다.
(17) ㄱ. 그 학생이 철수다.
ㄴ. 철수가 학생이다.
  ‘이다’ 구문은 보충어 위치에 나타나는 명사구는 지시적 의미를 가질 경우 (17ㄱ)과 지시적인 의미를 가지지 않을 경우 (17ㄴ)에 따라 <동지시적 ‘-이다’>구문 (17ㄱ)과 <술어적 ‘-이다’>구문 (17ㄴ)으로 나눈다. <동지시적 ‘-이다’>의 보충어 자리는 표면적으로 지시적인 의미를 지니지만 일반 논항과 다른 성격을 가진다. <동지시적 ‘-이다’>의 보충어 자리는 ‘-이다’에게서 [N] 자질을 빼앗긴 불완전한 논항이다. <동지시적 ‘-이다’>의 보충어 자리에 위치한 명사구는 <술어적 ‘-이다’>의 보충어 자리에 위치한 명사구와 동일하게 자신의 주어에 대한 술어적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국어의 ‘-이다’는 보충어로 소절을 택하며, 그 소절을 구성하는 두 명사구들 중 NP2는 주어 NP1에 대한 술어적 역할을 한다. 저자는 ‘-이다’를, 명사구를 형용사로 파생시키는 서술형 파생접사라고 주장하였다. ‘이다’ 구문을 보충어의 지시적 성격에 따라 하위 유형으로 분류하는 것은 남기심(1986)에서 이미 주장했던 바이고, ‘이다’ 구문을 소절 구성으로 분석하는 견해는 송복승(2000) 및 2004년도에 발표된 “국어 소절과 ‘-로’의 기능”(송복승)에서도 피력되었으며, 소절을 복합술어로 분석한 “국어 소절(Small Clause) 구성의 복합술어 분석”(유현경)에서는 자동구문의 소절 구성의 존재 가능성을 타진한 바 있다.
  ‘이다’ 구문은 그 형태·통사적 특성이 여타의 다른 어휘 문법 범주와 상이하여 앞으로도 논쟁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며 또한 ‘이다’는 문법화된 구성에도 빈번하게 관여하여 ‘이다’의 전형적인 용법과 변별되는 특이 구성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이다’의 특이 구성에 대한 연구로 남길임(2004)를 들 수 있다. 남길임(2004)는 ‘이다’ 구문의 특이 구성 중 하나인 ‘-ㄹ 예정이다’류 구문에 대하여 세밀하게 살펴본 논의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ㄹ 예정이다’류 구문은 주어 명사항 NP1과 주어 명사항의 내적 심리 상태나 내적 심리 상태를 판단할 수 있는 외적 상태나 상황을 나타내 주는 NP2로 구성되며, 이때 NP2는 항상 관형절을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단, 이 구문은 일반적인 ‘NP1이 NP2이다’ 구문과 달리 ‘아니다’ 부정이 다소 제약적이며 NP2의 어휘 의미에 따라 주어의 인칭이 제약된다는 점에서 특수하다. 또한 ‘-ㄹ 예정이다’류 구문은 표면적으로는 ‘-ㄴ/ㄹ 것이다/법이다/모양이다’와 유사한 통사 구조를 가짐에도 다른 통사·의미적 특성을 가지는 부류이다. 특정 구문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는 말뭉치 용례 분석을 통하여 가능하게 되었다. 이러한 말뭉치 용례를 기반으로 한 ‘-ㄹ 예정이다’류 구문에 대한 연구는 국어 문법에서 논쟁의 대상이 되어 온 ‘이다’ 및 ‘이다’ 구문에 대한 쓰임을 실제 언어 자료를 바탕으로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실제 국어 자료를 바탕으로 한 구문 분석은 ‘이다’ 구문의 기본적인 논의를 확장하여 ‘이다’의 다양한 유형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6. 맺음말

  지금까지 2004년도에 발간된 국어 통사론 분야 연구물에 대하여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양적인 면과 질적인 면에서 전년도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단행본의 수가 약간 줄었고, 학술진흥재단과 같은 연구 지원 단체의 프로젝트 결과물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특히 한국어와 타 언어와의 비교, 대조 연구가 전년에 비해 많아졌다.
  내용적인 면에서 볼 때, 전통적인 ‘격과 조사’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이들을 순순히 통사이론의 틀 안에서 해결하기보다는 ‘원형 의미역’이나 ‘양태 의미’, ‘사건구조’와 같은 의미적 해석을 통해 해결하려는 시도가 늘어났다. ‘종속 접속과 대등 접속’에 대한 연구에서는, 한국어에서 같은 형태의 접속어미가 앞뒤 문맥에 따라 대등적으로도 종속적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데 이런 접속문 개별의 의미·화용적 특성을 어떻게 포용할 수 있을지 좀 더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내용 면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상(相, aspect)’이나 어휘상(Aktionsart)에 관한 연구들이다. 예를 들어 ‘-고 있-’이 ‘진행상’과 ‘결과 상태 지속상’의 중의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이미 지적되어 왔지만, ‘-고 있-’ 구성의 의미가 그와 결합하는 동사에 따라서 각각 다른 상적인 의미 해석을 갖는다는 사실로부터, ‘-고 있-’의 상적 의미가 동사의 사건구조, 더 나아가 의미구조에 의존적일 수 있다는 주장은 논리적인 진척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끝으로 올해부터 바뀐 『국어 연감』의 집필 방향에 따라, 국어학의 쟁점 사항을 중심으로 본고를 기술하는 과정에서 저자들의 능력 부족과 게으름으로 주옥같은 업적물들이 빠지거나 잘못 이해된 부분이 있을까 염려된다. 동문 선후학들의 너그러운 아량이 있기를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