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태 론]
이 지 양 / 가톨릭대

1. 머리말
    2001년의 형태론 연구는 그 이전과는 다소 다른 양상을 띠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늘 형태론 연구의 중심에 있어 왔던 복합, 파생 등이 이러한 제목으로의 논문 분류가 불가능할 만큼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으며, 전체적으로 복합과 파생을 중심으로 한 논의에서 축적해 왔던 에너지를 다양한 주제로 확산시키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최근 몇 년 동안 활발하게 논의되어 왔던 문법화와 관련되는 논의들도 눈에 띠게 줄어든 모습이다.
    2001년 형태론 연구에서 주요한 논점으로 등장하고 있는 주제는 단어 형성과 관련된 "어근"의 개념 문제와 한자어에 대한 관심 증대로 보인다. 개별적인 형식들에 대한 형태소나 형태론적 구성에 대한 연구는 물론 계속 이어지고 있다.
    평소보다 형태론 논저의 양적인 증가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도 없는데, 이런 여러 상황을 감안하여 본고는 올해의 형태론 연구 성과들을 형태론에 관한 일반론, 단어형성과 관련되는 문제, 개별적인 형식들에 대한 연구들로 구분하여 서술할 것이다. 물론 필자의 능력 부족과 자료 수집의 어려움 등을 핑계로 하여 많은 업적들이 여기에서 언급하지 못한 많은 업적들이 있다는 점은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2. 일반론
    송철의의 "국어의 형태론적 특질"은 그동안 산발적으로 논의되어 왔던 국어의 형태론적 특질을 한 자리에 모아서 제시한 논문이다. 여기서는 인구어와 다른 모습을 보이는 현상들, 일반언어학의 방법으로 잘 설명되지 않는 것 등을 국어의 특수성으로 보고 국어의 형태론적 특질을 언어유형론, 품사 및 단어 구조, 활용·곡용, 조어법과 관련되는 것들로 분류하여, 문법범주의 실현이 통사론적 방법보다는 형태론적 방법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 '있다, 이다'의 특이한 존재, 어근 분리 현상, 조사가 결합된 활용형의 문제, 소위 통사적 파생의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서술하고 있어서 그동안 국어 형태론 연구에서의 주요 주제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내는 데에 작용하는 규칙들이 공시적이냐 통시적이냐의 문제는 현금의 형태론 연구에 있어서 최대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생성형태론의 단어형성규칙들은 기본적으로 공시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었고, 국어의 많은 연구자들도 이러한 이론틀에 근거하여 많은 성과를 이루어내 왔다. 그러나 최근의 문법화 과정에 대한 연구 등이 이루어지면서 단어형성이 단지 공시적인 규칙에 의해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나게 되었다. 이러한 논의들은 필연적으로 단어형성규칙의 성격이 공시적인지 통시적인지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게 되었다.
    이호승의 "단어형성과정의 공시성과 통시성"은 이러한 논의를 정면에서 다루어보려는 시도이다. 이 논문은 기본적으로 단어형성과정이 본질적으로 통시적이라는 주장에 대한 반론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그것이 단어형성과정의 공시성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며, 새로운 단어의 형성은 동일한 과정이 아니라 서로 다른 두 과정을 거쳐 이루어질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는 이 두 과정을 구분짓는 중요한 기준으로 "새로운 단어의 형성에 어휘부에 이미 등재되어 있는 단어들의 내적구조에 대한 화자의 공시적 직관이 개입되어 있는지의 여부"를 들고 있다. 즉 통사적 구성이 하나의 단어로 굳어진 것으로 비생산적 단어형성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통시적인 단어형성과정으로, 단어들의 내적 구성에 대한 직관을 바탕으로 이루어져 생산적 단어 형성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공시적 단어형성과정으로 처리한다. 실제로 단어형성에 대한 면밀한 분석 작업을 해 본 사람들이라면 공시성과 통시성 사이에서 갈등을 겪게 되는 일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한 연구는 많은 형태론의 다른 주제들에 접근하기 위한 기본적인 전제로 설정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단어의 형성과정이 단지 형태론 내부의 독립된 현상이 아니라 문법의 여러 다른 부문과 상호 관련이 있다는 점은 이미 알려져 왔지만, 화용론이 단어형성에 관여할 수 있다는 점은 학자들 사이에서 그럴 가능성이 있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관념적 생각만 가지고 있었을 뿐 본격적인 탐구의 대상이 되지는 않았었다. 이광호의 "국어 접사류의 형태화용론적 기능 연구"는 '화용론적 동기로 인한 형태소의 결합과 분해'에 해당되는 '-토랑, -텔, -토피아, -틱, -티즌' 등의 구체적인 예를 드는 등 몇 가지 측면에서 화용론이 단어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이승욱의 "문법화의 단계와 형태소 형성"은 문법화에서 중요한 부분이 변화의 계기성이 구현되는 중간 단계임을 말하고, 그 중간 단계의 층위에 해당되는 '브터' 등의 후치사를 '준단어' 혹은 '중성어'라 부르고 이들이 단어나 어미 범주와는 구별되는 것으로 파악하였다. 이 논문에는 문법화를 비판하는 논자들이 제기하는 규칙의 문제에 대하여도 중요한 해명을 하고 있다. 즉 문법화에는 문법화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고유한 규칙은 없지만, 문법화는 음운, 형태, 의미, 어휘의 모든 분야와 연관된 구조의 관계이므로 필요에 따라 각 분야의 기존 규칙에 의존하는 것으로도 문법화가 지향하는 목표는 달성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문법화를 경험하는 대상들은 동일한 구조적 조건에 놓일지라도 일률적이고도 기계적으로 일어나지 않으므로 규칙의 적용 자체에 대해 예외일 수 있다고 본다. 이는 결국 문법화가 언어 변화의 동기에도 관심을 가진다는 점에서 언어 변화의 주체가 언어 자체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과도 직결되는 것이다.
    이석주의 "합성어의 단일어화 현상"은 문법화의 과정 중 하나로 생각되는 재구조화와 연관된 논문이다. 어원적으로는 합성어인 예들이 현대국어에서 공시적으로는 단일어로만 인식되는 것들에 대한 설명이 이 논문의 목표이다. 이 논문은 단일어로 규정할 수 있는 기준을 원래 형태소의 소멸이나 손상으로 인하여 유연성이 상실된 경우로 잡고 있는데, 이는 형태론적 어휘화에 대한 다른 표현으로 생각된다. 형태소의 이러한 변동들은 음운이 축약, 생략, 첨가, 이동, 변동 등을 경험할 때 나타나서 단일어화가 잘 일어남도 지적되고 있다 .
    이석주의 또 다른 논문인 "국어 단어의 통어 범주의 변동"은 역시 문법화 과정의 하나로 논의되는 재범주화와 관련된 논의이다. 이 논문은 범주의 변동을 '범주 변화'와 '범주 첨가'로 구분하면서, 새로운 범주를 획득하였거나 변화가 일어난 단어들의 근원적 범주를 찾기 위한 방법으로 Adams(1973)을 원용한 "직관, 형태적 특징, 역사적 증거" 이외에도 "사용의 일반성과 통어상 범주의 전이 가능성"을 고려하여 다양한 양상의 범주 변동을 고찰하였다.
    김태엽의『국어 종결어미의 문법』에서의 형태론적 관심은 주로 어미구조체의 구성에 놓여진다. 둘 이상의 구성 요소로 이루어진 어미구조체에는 문장종결소가 관여함으로써 그 형태가 종결어미의 기능을 획득하게 되며, 이 어미구조체의 재구조화에 의해 종결어미가 이루어지게 된다는 점이 논의되고 있다. 본래 어미구조체 구성에 문장종결소가 관여하지 않던 구성에서는 문장종결소의 위치 바로 앞에 있던 요소가 문장종결소로 기능이 바뀌어 그 형태가 종결어미의 역할을 가지게 됨을 보이고 있다. 문장종결소의 유형으로는 '-다, -냐, -라, -자'와 같은 형태론적인 것들과 억양 등의 음운론적 문장종결소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간접인용문의 내포문이 되었을 때 '-ㄴ걸, -으마, -구나' 등의 어미들이 직접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이들을 문장종결소에 포함시키지 않고 '-다'가 이들을 대표할 수 있다는 태도는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간접인용문은 또 다른 통사절차이기 때문에 별도의 설명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규호의 <한국어 복합조사의 판별기준과 구성 연구>는 복합조사를 '분석 가능한 둘 이상의 형태소가 하나의 조사로 굳어진 것'이라고 정의하고 이를 단순한 통합 관계로 이루어진 단순 통합형과 구별하기 위하여 '분리 가능성, 교체 가능성, 의미의 특수성'을 기준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또한 복합조사가 단일한 조사로 바뀌었는지를 판별하기 위하여 '분석가능성, 의미변화'의 기준을 적용하여 다양한 복합조사들에 대한 검토를 행하고 있다. 복합조사화의 기제로는 재분석, 융합, 의미변화 등이 제시되었으며, 단일 조사화의 과정에는 형태변화와 의미변화가 기제로 작용함을 논의하고 있다. 여기서 제시된 방법들은 복합어와 구의 판별기준이나 문법화의 기제 등이 많이 참고된 것으로 여겨지는데, 조사를 대상으로 한 형태론적 분석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3. 단어형성
    김건희의 "VP Shells와 '한자어 명사 + 하다'에 대하여"는 국어 동사에서 자주 나타나는 '한자어 명사 + 하다' 구성으로 이루어진 동사를 대상으로 하여, '-하다'가 술어명사에 [+V]를 부여하는 파생접사 및 일종의 경동사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즉 '-하다' 동사가 가지는 동작성을 바탕으로 동작성이 '-하다'에 전이되어 경동사가 됨을 보이고 있다. '-하다'를 파생접사로 보아온 기존의 일반적인 논의에서 벗어나 '-하다' 자체가 가지게 되는 동사적 속성에 주목한 것이다. 그러나 '-하다'가 모든 경우에 동작성을 가진다는 사실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조용하다, 상냥하다, 흠모하다' 등 많은 동사들에서 동작성보다는 상태성을 보일 수 있는 경우를 고려하면 이 때의 '-하다'를 같은 것으로 파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많은 '-하다' 동사가 동작성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모든 경우에 적용되기 어렵다면 여전히 '-하다'는 파생접사일 뿐이기 때문이다.
    김창섭 "'X하다'와 'X를 하다'의 관계에 대하여"에서도 '하다'를 접미사적 성격을 가지는 기능 동사 혹은 경동사로 보고 있기는 하지만 초점은 '하다'의 범주를 결정하는 데에 놓여 있지 않다. 문제의 핵심이 '하다'의 범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런 부류의 구성을 설명하는 데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필자에게는 김창섭 "'X하다'와 'X를 하다'의 관계에 대하여"가 올해 나온 형태론 논저 중에서 많은 문제를 제기하게 될 논문으로 보인다. '하다' 가 가지는 복잡하고도 다양한 성격을 가닥을 잡아 전체적인 관점에서 논의하고 있으면서도, 앞으로 많은 논의를 통하여 결론을 내려야 할 부분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논문에 의하면 'X를 하' 구성에서 'X'의 의미는 모두 '하-'에 투영되는데, '하-'는 행위 동사, 작용동사, 관계 동사, 상태 동사로 분류되며, 행위 동사와 작용 동사일 때만 'X'와 '하-'가 대격 구성을 이룰 수 있게 된다. 앞서 본 김건희의 논문에서의 논의 대상은 바로 동작성을 가지는 행위 동사와 작용 동사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김창섭에서 주된 문제는 동사 분류 자체의 의미론적 속성보다는 'X'의 본질적 성격이 무엇인가에 관심이 놓여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X+하'의 경우에 'X'는 서술성의 의미를 갖되, 문장의 한 성분이 될 자격은 갖지 못하므로 어근적 성격을 가지는 한편, 반복된 'X'의 생략, '안'에 의한 '하'만의 부정, 접속 부사에 의한 'X'의 병렬, 'X'의 주제화와 같은 통사적 과정을 허용한다는 점에서 이 구성이 구적인 속성도 가짐을 보이고, 이로부터 '하' 앞의 'X'에 대해 어근구(RP)를 설정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X를 하' 구성에서의 'X'는 NP로 처리된다. 그런데 이들 X 중에는 서술성 어근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서술성 어근과 서술성 명사를 겸하는 것들이 있어서 이 두 가지 자격을 동시에 가지는 것들에 대해서는 그 범주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X하' 구성과 'X를 하' 구성의 문장들이 동일한 의미를 가지는 것을 설명해야만 한다. 김창섭은 그 이유를 이들이 동일한 논항 구조와 의미 정보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 논문은 모든 'X하' 구성과 'X를 하' 구성을 일관성 있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어근'을 준품사로 설정한다든지, 어근구를 설정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지금까지 형태론적 개념에 머물러 있던 어근에 대해 통사적인 확장이 타당한 것인지의 문제가 걸림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근래 들어 '어근'은 그 쓰임이 확대되어 나가면서, 그 외연을 한정하는 일이 어려워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본질적인 개념 자체가 재정립되어야 할 시점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이재인의 "국어 형태론에서 '어근' 개념"은 이러한 관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여러 예들을 들어 "어휘족, 어간의 어근화" 등의 개념을 도입하고, 이를 통해 기존의 연구에서 애매모호한 위치에 놓여 있던 여러 성분들을 어근 속으로 끌어 들이고 있다. 그 기본적인 바탕은 "어간"은 굴절의 측면에서 사용되는 것이므로 단어 형성의 관점에서는 "어근"의 개념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인데, 단어나 어간이 단어 형성에 참여하면서 형태는 그대로이지만, 굴절성을 잃는 등 어근의 성격을 가지는 과정을 "어근화"라 부르고, '턱걸이'의 '턱걸-' 등이나, 사이시옷이 관여하고 있는 '촛불'의 '촛-' 등은 모두 어근화와 관련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시정곤 "명사성 불구어근의 형태·통사론적 연구"에서 어근의 개념은 그 어느 경우보다 광범위하다. 사실 이 논문에서의 '어근'은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관행으로는 '어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으므로 앞에서 들었던 다른 논자들의 '어근'의 개념과는 본질적으로 차이를 보인다. 이 논문이 어근을 이렇듯 넓은 의미로 사용하게 된 데는 앞선 다른 논문들에 대한 논의에서 이미 지적되었듯이 어근이 가지는 제약이 너무 다양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어근'은 이 논문에서 '어휘적 불구어근'이라 불리지만, 초점은 이런 종류의 어근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형식요소와 결합할 때 제약을 가지는-아예 결합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어근들 중 명사성을 띠는 경우들이다. 이 논문은 이러한 제약의 다양성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고찰하고 있다. 이 논문의 바탕이 되는 주된 생각은 형식요소와의 결합에 제약이 따르면 모두 불구어근이라는 것이다. 역시 다른 논문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어근의 개념을 확대해서 보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문제는 기존의 형태론적 개념들-어기, 어근 등-로부터 너무 먼 거리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지만, 어근에 관한 논의들이 더 진행되어 그 범위 한정에 대한 대체적인 윤곽을 잡기 위해서는 이런 류의 다양하고도 개방적인 논의들이 자극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채현식 "한자어 연결 구성에 대하여"에서도 '어근'이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다. 비록 이 논문이 한자어 구성 자체가 가지는 특성을 논한 것이지만, 그냥 명사로 볼 수 없는 한자어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요소-즉 한자어 어근들-에 대하여 '어근적 단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들은 통사적 구성에 참여하지만 충분히 단어라고 할 만큼 자립성도 있지 않으며, 조사와의 통합에도 제약이 크다는 점에 고민이 있다. 문제의 본질은 김창섭의 "'X하다'와 'X를 하다'의 관계에 대하여"와 동일한 측면이 있지만, 결론은 상반되게 나타난다. 즉 김창섭에서는 이들의 어근적 속성에 주목하여 어근 쪽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채현식의 경우는 그 의존성에도 불구하고 통사적 구성에서의 역할에 비중을 두어 단어에 무게중심을 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채현식의 논문은 "어근적 단어" 자체만이 주된 논점은 아니다. 이 논문은 한자어 연결 구성이 모두 동일한 것이 아니라, 통사적 구성으로 이루어진 것들과 형태적 구성으로 이루어진 것들로 구분됨에 주목하였고, 이를 입증하기 위해 한자어 연결 구성들을 한자어 동사성 명사가 포함된 구성과 한자어 어근에 의한 구성으로 나누어 논의한 결과 한자어 어근이 포함된 일부 구성을 제외하고는 통사적 결합이라고 결론짓고 있다.
    근래에 한자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자어가 단어 형성에 참여하는 과정뿐만 아니라 한자어 자체의 체계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김창섭의 "한자어 형성과 고유어 문법의 제약"은 한자어들이 형성될 때 고유어 문법이 국어 단어로서의 적격성을 판정하여 국어 단어로 받아들이든지 거부하든지에 관한 기제로 작용한다는 관점, 다시 말해서 고유어 문법이 한자어 단어 형성에 제약을 가한다는 관점에서 한자어들을 고찰한 논문이다. 2자 한자어들은 그 성분 간의 문법 관계와는 관련성이 적고, 의미적 존재로서만 형태소끼리의 결합으로 분석되며 따라서 구조적인 이유 때문에 거부되는 일은 없다. 반면 3자 한자어들에서는 성분 간의 문법 관계가 문제가 되며 여기에는 고유어 문법이 적극적으로 관여한다고 논의되고 있다. 즉, 각각의 3자 한자어들은 2자어 쪽이 하나의 단어로서 작용하며, 1자 요소는 문법적으로 어근이거나 접사로 파악된다는 점이 밝혀졌다.
    연재훈의 "이른바 '고기잡이'류 통합합성어의 단어형성에 대한 문제"는 [N-V-이] 구성이 [N-[V-이]]의 구성으로 분석되는 것이 타당함을 생성형태론의 단어형성규칙으로 해결하려는 글이다. 이 구성이 [N-[V-이]]로 분석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러 가지로 제시되고 있는데, 그 하나는 통사적인 구나 문장이 단어 형성의 입력으로 작용하는 것이 모순이라는 점이다. 이는 생성형태론의 기본 전제를 어기기 때문이기도 하다. 둘째는 이런 구성에서의 [-이]가 일반적인 명사 파생 접미사 [-이]와는 달리 다양한 의미를 가지므로 경제성을 고려하면 역시 [[N-V]-이]로 분석하는 것보다는 [N-[V-이]]로 분석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논문은 비록 하나의 구성을 문제 삼고 있기는 하지만 그 배경에는 유추론자와 통사론자의 이론을 비판하는 어휘론자의 입장이 깔려 있다는 점을 보면 단어형성에 관한 기본적인 이론들의 비교가 바탕에 깔려 있음을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엄격하고도 정제된 규칙에 의해 잘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상당수 제기됨에 따라 문법화의 이론이 점차로 힘을 얻어가고 단어형성에 접근하는 방식으로 유추가 새삼스럽게 조명을 받고 있는데, 이 논문은 여전히 단어형성은 규칙에 의해 설명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고광주의 『국어의 능격성 연구』는 국어의 능격성에 관한 고찰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국어의 단어 형성에서도 능격성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에 주목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고기잡이"와 같은 '명사+동사+접사'형 파생명사나 "춤추다"와 같은 '명사+동사'형 합성동사에서 구성요소로 참여하는 동사에 따라 단어형성과정의 원리와 제약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명사+동사+접사'형 파생명사의 경우 "고기잡이"와 같이 목적어-타동사 관계의 파생명사는 존재하지만 주어-타동사 관계의 파생명사는 존재하지 않듯이, "해돋이"와 같은 주어-능격동사의 파생관계는 가능하지만 주어-비능격동사 관계의 파생명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명사+동사'형 합성동사에서도 평행하게 나타나게 된다. 이 논문은 합성어 내부의 통사적 관계가 단어 형성에 관여하게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통사론자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하겠다.
    황화상의 『국어 형태 단위의 의미와 단어 형성』은 국어의 단어 형성에 대한 연구가 의미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독특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데 이러한 입장에 근거해서 국어의 단어형성기제를 거의 새로운 방법으로 설명해 나가고 있다. 이 논문에서 취하고 있는 이론에 따르면 국어에서 파생어와 합성어의 구분은 큰 의미가 없다. '엿장수'와 '가마꾼'은 후행요소가 어근인 '장수'와 접사인 '-꾼'으로 차이를 보이지만 그 의미는 으로 동일하므로 의미에 초점을 맞추면 이 둘은 동일한 형성 원리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복합어의 분류는 합성어와 파생어로 구분되기보다는 두 의미 요소에 하나의 형태 요소가 대응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구분되는 것이 더 유용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렇게 의미를 기준으로 삼을 때 우선 제기할 수 있는 문제는 의미의 다양성-다의성이다. 복합어를 이루는 구성요소들의 다의성이 단어형성에 어떻게 참여하게 되느냐의 문제인데 이 논문은 구성 요소들의 의미 관계로부터 전체 구성의 의미 관계가 형성된다고 주장한다. 즉, 의미 관계는 핵에 대한 비핵의 수식 혹은 한정에 의해 형성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기잡이'와 같은 예가 가지는 중의성을 비핵의 역할로 어떻게 처리할 수 있느냐는 여전히 문제로 남게 된다. 기존의 논의에 따르면 이 경우의 '고기잡이'는 파생어가 될 뿐이지만, 의미를 기준으로 하면 '-이' 가 어느 경우에 '고기잡는 사람'이 되고 어느 경우에 '고기잡는 일'이 되는지를 설명해 주는 일은 난감하기만 하다. '고기잡는 물건'의 의미는 왜 갖지 않는지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밖에도 이 논문에서 이미 언급하고 있듯이 핵과 비핵의 관계를 가지지 않는 복합어 등은 의미를 바탕으로 하는 이론에서는 전혀 이질적인 존재로 추락하고 만다는 점도 해결되기에는 난감한 과제일 것이다.
    오늘날 컴퓨터와 관련되는 변화는 모든 국면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구본관의 "컴퓨터 통신 대화명의 조어 방식에 대한 연구"는 컴퓨터의 발달이 가져온 현상의 하나로 컴퓨터 통신 안에서의 조어 방식의 특징에 대해 고찰한다. 여기서의 조어 방식은 일반적인 언어의 조어 방식과는 그 양상을 달리하므로 같은 자리에서 논의하는 일 차체가 무의미할 수도 있지만, 일반 사회의 조어 방식은 컴퓨터 안에서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이 논문에서 지적된 형태소나 단어의 한 음절만을 따서 단어를 만드는 현상, 조어 방식이 유추와 많은 관련이 있다는 점, 새로 만들어진 대화명은 임시어의 성격을 띤다는 점 등은 국어의 형태론이 새로운 형태의 언어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말해 준다.

4. 개별 형식
    장윤희의 "중세국어 '-암/엄 직-'의 문법사"는 "이유나 가치 또는 능력이나 가능성이 있음"을 보이는 현대국어의 '-음직하-'와는 달리 중세국어의 '-암/엄 직-'가 "응당/마땅히 ...... 해야 한다"는 당위의 의미도 가지고 있음에 착안하여, '-암/엄 직-'를 석독구결과 관련시켜, 이로부터 그 형태와 문법적인 기능의 변화를 살펴본 것이다.
    이와 같이 한 형태나 한 형태론적 구성만을 대상으로 그 변천을 다루는 모습은 마치 역사언어학 시대로 되돌아가는 느낌이다. 그러나 그 동안 국어학 연구의 실정이 본격적인 이론을 배경으로 하는 논의에만 가치부여가 이루어져서 국어에서 실제로 존재했던 다양한 형태론적 요소들에 대한 관심이 깊지 못했던 것을 감안하면, 국어의 형태론적 대상 하나하나에 대한 치밀한 연구는 누군가의 손에 의해서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기초적인 작업일 것이다.
    김유범 " 15세기 국어 문법형태소의 이형태 형성에 대한 일고찰"은 국어의 역사 속에서 한 때 이형태 관계를 형성했던 'ㄷ/ㄹ' 계열의 어미들을 대상으로 그 형성과정을 15세기 이전의 차자표기들을 통하여 고찰하고 있다. 선어말어미 {-돗/롯-}, {-더/러-}와 종결어미 {-다/라} 관계가 그것인데, 이들의 이형태 교체는 모음과 모음 사이에서 일어나지만, 이러한 음운론적 환경은 이들 교체의 기본적인 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며, 계사 혹은 선어말어미 {-오-}, {-더-}라는 형태론적 조건에서 이러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이러한 변화가 나타나는 시기는 각각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13세기 후반보다 앞선 시기였음을 밝혀내고 있다.
    김유범의 "시간성 의존명사 '다'를 찾아서"는 15세기의 'ㄴ다마다'의 의미와 형태론적 구성에 대한 논의를 통해 시간성 의존명사 '다'를 분석해 내고, 이를 바탕으로 장소성 의존명사 ''와 시간성 의존명사 '다'의 형성을 설명한 논문이다.
    유현경의 "어미 '-다고'에 대한 연구"는 간접인용절에 나타나는 '-다고'의 범주를 부사형어미로 보고, 따라서 '-다고' 인용절은 부사절로 처리하여 인용절의 설정을 피하려는 시도이다. 간접인용절의 '-다고'가 '이렇게, 저렇게, 그렇게'로 대용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근거이다. 그러나 인용동사가 '말하다' 등 인용을 직접적으로 보이는 동사가 아닐 경우는 사정이 다른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하다'가 인용동사로 쓰일 경우는 이런 종류의 대용은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다고' 자체에 인용의 의미가 들어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면 '-다고'가 부사절에 속하든 아니든 어딘가에는 다시 인용절을 설정하는 일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김수태의 "'-고 하-'의 생략과 씨끝의 융합"은 '-ㄴ단다'와 같이 하나의 서술어에 두 어미가 결합되어 있는 형식들을 고찰한 논문으로 이들 두 어미 사이에 '-고'와 '하-'가 생략되었음을 보이고 있다. 이런 내용은 이미 나온 기존의 연구에서 크게 달라진 점은 없어 보이지만, '-ㄴ답니다, -ㄴ냐네, -ㄴ냐오, -ㄴ다니, -자니, -라니까' 등의 어미들이 융합에 의해 이루어짐을 밝히고 이들의 특징을 살펴본 것은 의미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구본관의 "수사와 수관형사의 형태론"은 지금까지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져 오지 않았던 수사와 수관형사를 명확히 구분하기 위하여, 수관형사의 범위를 격조사와 결합할 수 있는 것으로 한정하고 15세기 국어로부터 현대국어에 이르기까지 수사와 수관형사의 조어론적 과정을 살펴본 논문으로 15세기 국어의 서수사를 만드는 접미사인 '-차히, 자히, 채, 재, 자'가 의존명사인 '-자히'에서 왔으며, 후대에 이들이 '-째'로 단일화된 것도 그 기원이 의존명사이기 때문으로 파악하는 등, 수사와 수관형사에 대한 통시적인 고찰을 통해 몇 가지 새로운 해석을 가하고 있다.
    서정목의 "현대국어 '오오체' 어미의 형태론적 해석"은 보다 치밀한 형태 분석의 과정을 통하여 이들에 대한 바람직한 설명을 하기 위한 논문이다. '오오체' 어미는 문법 변화와 유추 등에 의하여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남으로 해서 기술에 혼란이 있었음을 지적하고, 동남방언과 표준어에서의 명령법과 평서·의문법에 대한 분석을 통하여, 명령법과 평서·의문법의 어미가 서로 다른 형태소이며, 또한 이들의 통사적 자격도 다름을 밝히고 있다.
    우순조의 "'이다'의 '이'가 조사인 새로운 증거들"에서 이야기되고 있듯이, '이다' 구문은 한국어 문법에서 매우 예외적이고 특이한 위치에 놓인다. 이 논문은 우순조(2000)에 대한 엄정호(2000)의 비판에 대해 다시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이다'가 조사이어야 할 이유를 표지이론의 입장에서 제시한 것이다. 그의 논리 안에서 어미는 형태론적 단위가 아니라 문장 표지이며, 선행표현에 음운론적으로 의존되며, 이를 핵으로 하는 전체 구조에 결합되는 통사론적 단위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이다'의 '이'는 더 이상의 논의가 진행되기 이전에도 조사일 수밖에 없게 되는데 이를 지지하기 위한 증거들로 '이다' 구문의 두 명사가 자리를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이다'와 관련된 문제는 아직까지의 설명들이 그 확실성을 담보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이'를 조사라 하더라도 어떤 종류의 조사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만일 주격조사라면 '이다'와 결합된 명사는 주어이어야 하고, 이때는 서술어가 실종된 기이한 문장이 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면 주어와 서술어가 항상 넘나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할 어려운 작업이 다시 이어져야 한다.
    '이다'가 예외적이고 특이한 존재라면 '있다'도 그 품사 설정에 있어서는 많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안구의 "'있다'와 '없다'의 활용양상에 대하여"는 존재사로 다루어지기도 하고 형용사로 다루어지기도 하던 '있다'와 '없다'를 대상으로 그 활용 양상의 특이성을 통시적 양상과 연관지어 고찰하였다. '대상의 존재'를 나타내는 경우의 '있다'는 형용사적 성격을 가지며, '양상적 존재'를 나타내는 경우의 '있다'는 동사적 성격을 가지지만, 이 둘은 대부분 활용형을 공유한다는 사실을 지적함으로써, 활용 양상으로만 품사를 분류하려고 할 때 그 구분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밝히고, 통시적으로 '있다'와 '없다'는 '--'가 결합한 활용형과 그렇지 않은 활용형이 의미 차이 없이 공존하고 있다가 유추적 평준화와 유추적 확대에 의하여 '--' 결합형으로 굳어지게 되었다는 사실을 논의하였다. 이런 종류의 유추적 평준화는 공시적 활용형에만 의존하여 품사를 분류하는 일이 어렵다는 점을 암시한 것이고, 품사 분류를 비롯한 국어의 많은 논란들이 좀더 세심한 자료의 검토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김준기, 김혜정의 "<부사+동사>형 합성동사의 결합 양상에 대하여"는 <부사+동사>형 합성동사가 통사적 구조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에서 출발하여 합성동사화의 과정을 논의했고, 김현의 "활용형의 재분석에 의한 용언 어간 재구조화"는 후음 말음이 없던 어간이 후음 말음을 가지게 되는 재구조화 현상이 청자의 재분석 과정으로 설명될 수 있음을 논의하였다. 백낙천의 "동사구 구성 통합형 접속어미의 형태론적 해석"은 '-고서, -어서, -으면서, -고자'와 같은 접속어미들이 어말어미와 보조 동사의 통사론적 구성이 긴밀해지면서 이들 사이의 단어 경계가 소멸되어 하나의 접속어미로 재구조화되었다는 형태론적 설명을 가하고 있으며, 강미영의 "복합명사와 분석적 형태론"은 지배음운론과 요소음운론의 cvcv이론을 바탕으로 하여 복합명사의 사이시옷 현상을 음운론적으로 해명한 글이다.
    우순조의 "구문분석기 개발의 관점에서 본 '이' 파생접사의 문제와 대안적 분석"은 흔히 통사적 파생을 이끌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파생접사 '이'가 결합되어 있는 '이' 파생부사들을 구문분석기 개발의 관점에서 형용사의 일종으로 보고 '이'형 형용사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이' 파생부사가 역사적으로 부사형 어미 '게'와 수의적으로 교체되었음이 지적되고 있으며, 내부 논항을 가지는 '이' 포함 구성이 매우 일반적이며 광범위하게 분포하므로, 구문분석기 개발의 관점에서 형용사 구문으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함을 주장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이'는 '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어미로 처리하는 것이 정확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가 비록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기는 하더라도 '게'와의 비교에서 보면 그 분포의 제약이 있으므로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그 주장의 타당성을 결정해 줄 것으로 보인다.

5. 마무리
    생성문법이론의 등장 이후 국어학 연구의 중심에서 멀어진 듯이 보였던 형태론 연구는 생성형태론과 문법화 이론의 등장으로 한동안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고, 많은 성과를 얻어냈다고 할 수 있다. 그 동안 불변의 핵심적인 주제로 자리잡았던 복합과 파생 자체에 대한 직접적인 접근은 현단계에서는 어느 정도 소진된 것으로 보인다. 중심되는 주제에 대한 이러한 제약으로 말미암아 2001년의 논의들은 그 동안의 형태론 논의 과정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것으로 암묵적으로 동의된 채 논의되어 왔거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소외되었던 주제들로 확산되어 나가는 양상을 보인다.
    단어 형성에 관한 연구들에서 두드러지게 제기되고 있는 '어근'에 대한 관심이 그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어근구, 어근적 단어, 어근화' 등 어근을 대상으로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하고 있는 논문들을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할 수 있겠다.
    국어에서 단어형성을 설명하는 길은 규칙이나 유추 중의 어느 하나로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 두 방법 모두가 어느 정도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언어가 자연과학을 방불케 하는 규칙으로 모두 다 짜일 수 있다는 생각은 지나친 오만일 것이며, 인간의 사고 속에 존재하는 여러 지식들이 작용하여 언어가 존재한다는 생각은 너무 방만하기 때문에 적절한 제약 방법을 찾을 때까지는 계속하여 비판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형태론 연구자들이 해야 할 일은 각각 자기의 길에서 가장 적절한 해결 방법을 찾아나가면서 반대쪽 연구자들이 제시하는 문제점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면서 형태론의 본질에 다가서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유추론자, 통사론자, 어휘론자들이 모두 같이 단어 형성에 관한 계속적인 논쟁을 보이고 있는 모습도 2001년 형태론 연구에서 주목되어야 할 부분이다.
    문법화에 관한 직접적이고도 본격적인 논의는 최근 몇 년에 비하면 많이 수그러진 느낌이다. 아마도 문법화만의 독특한 기제가 없다는 점이 문법화 자체에 대한 논의 속도를 줄어들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논저들이 문법화의 개념을 전제로 한 연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문법화에 관한 논의는 여전히 잠재되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형태론 연구의 과정에서 때로는 언어 이론이 언어의 본질을 밝히는 차원의 도구적 수단을 넘어 언어의 연구가 특정한 이론을 위해 종속되어야 한다는 이론 지상적 태도를 보일 때도 있고, 때로는 자료에 대한 섬세한 검증을 놓친 채 자기 나름의 논리 속으로 깊이 빠져들 때도 있다. 우리가 위에서 살핀 논저들 중에는 이런 함정에 빠져 있다고 생각되는 논의들도 있었고, 이런 함정을 극복하기 위한 태도를 바탕에 깔고 있는 논의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모든 논의들이 국어 형태론 연구의 발전을 위한 모색에 참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