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 국어학의 연구 동향

  [국어정책]
임 동 훈 / 한 림 대

1. 서론
    본고는 2001년에 이루어진 국어정책에 관한 논의를 종합적으로 검토함을 목적으로 한다. 국어정책은 아직 국어학의 한 분야로 정립되지 못한 실정이고 그 내용도 다소 이질적인 것들이 섞여 있어 그 범위를 엄밀히 규정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국어정책을 국가가 국민의 언어 생활에 사용되는 언어와 문자를 좀더 효율적이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인위적으로 목표와 방향을 정해 추진하는 정책이라고 정의한다면 이에는 어문 규범에 관한 정책, 국어 순화에 관한 정책, 문자 생활에 관한 정책, 국어 정보화와 한국어 세계화에 관한 정책 등이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1) 이에 본고에서는 국어정책의 세부 분야를 하나씩 좇아가면서 그 내용과 성과를 되돌아보기로 한다.

2. 어문 규범
    어문 규범에 관해서는 한글 맞춤법과 띄어쓰기의 해설서가 많이 출간되었다. 이의도의 『이야기 한글 맞춤법』은 인터넷 통신에 올린 필자의 글을 모은 것으로서 사람들이 일상 생활에서 자주 틀리는 항목을 200개 뽑아 이에 대한 설명을 붙였다. 이 책은 다른 책에서 찾아보기 힘든 문장 부호에 대한 해설을 꾀했다는 특징이 있다. 이와 비슷한 성격의 책으로는 성기지의 『맞춤법 사슬을 풀어주는 27개의 열쇠』가 있다. 자주 틀리는 항목을 뽑아 설명을 베푸는 방식은 앞 책과 마찬가지이나 한글 맞춤법뿐만 아니라 언어 예절과 외래어 표기 등에 관한 항목도 포함했다는 특징이 있다.
    그 밖에 이러한 계통의 책으로는 기주연의 『한글 맞춤법 안내』와 김봉모의 『국어 정서법 강의』가 더 있다. 기주연의 책은 한글 맞춤법에 대한 전반적인 해설서이고 김봉모의 책은 대학 교재의 성격을 지닌 것이다.
    띄어쓰기에 관해서는 이성구의 『띄어쓰기 사전』과 이승구 외의 『띄어쓰기 편람』이 있다. 전자는 띄어쓰기가 문제되는 거의 모든 예들을 가나다순으로 배열하여 띄어쓰기의 실무에 도움이 되도록 편찬되었다. 그러나 이 책은 각 표제어에 대한 용례나 문맥의 제시가 거의 없다는 것이 흠이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이 사전은 표제어가 '못하게 되다(띄)'처럼 제시되어 있는데, 이때의 '못하-'는 문맥에 따라 붙여 쓸 수도 있고 띄어 쓸 수도 있는 것이다. 후자의 책은 전자와 달리 문맥을 비교적 충실히 제시하고 뒷말 색인을 포함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으나 일부 예는 『표준국어대사전』의 띄어쓰기와 달리 처리되었다는 점에서 규범상의 문제를 안고 있다. 예컨대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붙여 쓴 '사흘간'이 이 책에서는 '사흘 간'으로 띄어 써 있는 것이다.
    국립국어연구원에서는 '가나다전화'나 '인터넷질의'에 대한 응답 자료를 바탕으로 어문 규범에 대한 안내서 『국어연구원에 물어보았어요』를 펴내었다. 이 책은 한글 맞춤법에서 표준어, 외래어 표기, 단어의 쓰임, 어원, 로마자 표기, 언어 예절, 순화어에 이르기까지 실제로 사람들이 많이 궁금해하고 자주 질의하는 항목들을 알아보기 쉽게 배열하고 적절한 해설을 붙였다는 점에서 1988년에 국어연구소에서 펴낸 『한글 맞춤법 해설』, 『표준어 규정 해설』을 뛰어넘은 것으로 판단된다. 『한글 맞춤법 해설』은 현행 규범을 소극적으로 해설하는 데 그쳤다면 『국어연구원에 물어보았어요』는 언어 생활에서 국민들이 부닥치는 어려움을 찾아서 적극적으로 해소해 주려는 태도를 취했기 때문이다. 또 이 책은 문자 생활에 첫발을 내딛는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여 내용을 친근하고 알기 쉽게 기술한 초등용을 따로 편찬하였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한 형태의 책이라고 판단된다.
    한편 지명 표기에서 된소리 발음이 나는 경우 '개나릿길'과 같이 적느냐, 아니면 '개나리길'로 적느냐와 성씨의 로마자 표기를 어떻게 하느냐에 대한 공개 토론회가 국립국어연구원 주최로 열렸다. 길 이름을 어문 규범에 충실하게 적자면 '개나릿길'과 같이 적어야 하나 언중들의 표기 습관은 대체로 '개나리길'로 굳어 있어 '개나릿길'과 같은 표기가 언중들의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이 공청회는 어문 규범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그 보완책을 마련하는 성격이 있었다. 이에 대해 채완 교수는 지명을 비롯한 고유명사에 대해서 일반명사와 구별하여 적도록 단서 규정을 두는 방안을 제시하였고, 권재일 교수는 새로 짓는 길 이름에 한해 사이시옷 표기를 제외할 것을 제안하였다.
    국어에서 성씨의 로마자 표기 실태는 혼란스럽기 그지없어 '곽'씨와 같은 성씨는 무려 69가지로 표기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성씨의 표기를 한 가지로 통일하기에는 과거의 표기 관습을 유지하려는 사람들의 태도가 완강하여 2000년에 개정된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서도 성씨 관련 부분은 제외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김세중 박사는 성씨 표기에서는 현행 로마자 표기법을 원칙으로 하되, '김'처럼 'ㄱ'으로 시작하는 성씨에 대해서는 'Kim'처럼 'K' 표기를 허용하고, '이'처럼 성씨가 로마자 한 글자에 대응하는 경우는 'Yi'와 같은 허용 표기를 마련하며 또 오랜 관용이 있거나 어감이 나쁜 단어와 일치하는 경우는 'Park', 'Shin'과 같은 표기를 허용하자는 주장을 하였다. 이상억 교수는 로마자 표기의 원칙만을 강요할 게 아니라 언어 현실과 음운론적 특징을 고려하여 'ㄱ'으로 시작하는 성씨는 'G'가 아니라 'K'로 표기할 것을 주장하였다. 반면에 변광수 교수는 성씨 표기에서 원칙과 관행을 둘 다 인정하면 세대 간의 차이, 개인의 취향에 따라 두 가지 표기가 병존하여 혼란스럽고 또 정보 검색에도 매우 비능률적이라며 각 성씨에 대한 복수 표기안을 비판하였다. 다만 'ㄱ' 성씨와 로마자 한 자에 대응하는 성씨는 예외를 인정하여 'Kim', 'Oh'와 같은 표기를 원칙으로 할 것을 제안하였다.
    표준 발음과 관련해서는 전영우의 『표준 한국어 발음 사전』이 눈에 띈다. 이 사전은 6만 5천 표제어에 대해 IPA 기호와 한글로 그 발음을 표시하여 언중들이 표준 발음을 쉽게 확인하도록 했다. 다만 표제어 선정 원칙이 불분명하고 어디에 기준을 두고 표준 발음을 정했는지가 안 나와 있음이 아쉽다. 또 "표준 발음법"과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와 있는 표준 발음과 달리 처리된 부분이 더러 눈에 띈다는 점도 '표준'이란 제목을 단 사전으로서는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국어 순화와 관련해서는 국어연구원에서 펴낸 『언론 외래어 순화 자료집』과 『국어 순화 자료집 2001』이 있었다. 전자는 주요 일간 신문에서 무분별하게 쓰인 외국어와 외래어 627개를 대상으로 이를 적당한 단어나 표현으로 순화한 결과물이다. 이 책은 언론의 외래어 남용 실태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하고 요즘 널리 쓰이는 외래어의 순화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게 했다는 의의가 있다. 예컨대 '마이너리티'를 '소수 집단'으로 순화하고 '스탠딩 삼진'을 '장승 삼진'으로 순화하였는데, 이러한 순화어는 실생활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국어 순화 자료집 2001』은 15개 종목의 운동 경기 용어 1,490개를 순화한 책자인데, 이 책 역시 스포츠 중계방송에서 자주 듣는 용어가 모아져 있고 그 순화어를 앞으로의 중계방송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방송 용어의 순화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이 책은 『언론 외래어 순화 자료집』과 달리 용례의 제시가 없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 밖에 아름답고 정겨운 우리말을 널려 보급하려는 취지에서 4천여 개의 표제어를 골라 여기에 뜻풀이와 문학 작품에서 뽑은 용례를 배열한 『아름답고 정겨운 우리말』이 있었다. 이 책은 문화관광부에서 '우리말 우리글 바로 쓰기' 사업의 하나로 준비한 것인데, 쉬운 말이나 토박이말을 뽑아서 권장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사전적인 내용을 갖추어 일반인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했다는 특징이 있다. 위의 책과 그 취지가 동일한 것으로는 이기문의 『당신의 우리말 실력은? 1, 2』가 있었다. 이 책은 기존 책의 개정판으로서 문학 작품 등에서 단어들을 추리고 이를 문제화하여 국민들의 어휘력 향상에 도움이 되도록 하였다. 이 책에서 필자는 우리말 교육이 어휘에 대한 넓고 깊은 이해를 심어 주는 일에 소홀함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이상으로 우리는 2001년에 이루어진 어문 규범에 대한 논의들을 살펴보았다. 대체로 한글 맞춤법과 띄어쓰기에 관한 논의가 많았고, 국어 순화에 관한 논의도 꽤 있었다. 이 중에서 길 이름의 표기에 관한 논의는 한글 맞춤법의 문제점을 잘 드러낸 것으로 매우 긴요한 것이었다고 판단된다. 그리고 기존의 해설서 위주였던 논저가 국민들의 가려운 데를 찾아서 긁어주는 실용서 위주로 바뀌고 일부 예 위주였던 논저가 거의 모든 예를 망라하는 사전 위주로 바뀐 점 역시 큰 진전이라고 판단된다. 그러나 한글 맞춤법 분야에서는 실제의 문자 생활에서 자주 부닥치는 문장 부호에 대한 논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있다.

3. 국어 실태 조사
    국어 실태 조사와 관련해서는 국어연구원의 『어문 규범 준수 실태 조사 Ⅱ』가 눈에 띈다. 이 책은 정부 홈페이지, 방송, 신문 광고, 잡지,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재, 학습지의 여섯 분야에 나타난 언어 양상을 바탕으로 어문 규범의 준수 여부, 어휘의 적절성 여부, 문법에 맞는지의 여부 등의 실태를 조사하였다. 앞의 네 분야는 국민들의 언어 생활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요, 뒤의 두 분야는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과 우리의 초등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그 결과 띄어쓰기가 잘못된 예, 외래어를 남용한 예, 문법적으로 어긋난 문장을 사용한 예, 비표준 발음을 사용한 예들을 일일이 찾아내어 이를 유형별로 정리하였는데, 이는 우리의 국어 사용 실태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국어연구원에서 펴낸 『법조문의 문장 실태 조사』는 법조문이 공문서의 문장 작성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국가 통치의 기본이 된다는 점에서 그 실태를 조사하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은 책자이다. 현행 법조문은 일본식 한자어를 포함하여 지나치게 어려운 말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고 문장이 애매하고 그 구조가 혼란스러워서 이의 문제점을 찾아 바로잡는 일은 문장 바로 쓰기 차원에서 긴요한 일이라 할 것이다. 이 책은 법조문에 나타난 조사나 어미의 부정확한 사용, 지시어의 오류나 부적절한 대등 구조의 남발 등 여러 문제점을 치밀하게 정리했다는 의의가 있다.
    표준어와 관련된 국어 실태 조사로는 국어연구원에서 펴낸 『국어 교사의 표준어 사용 실태 조사 (Ⅱ)』, 『서울 토박이말 자료집 (Ⅳ)』이 있었다. 전자는 전국을 11개 지역으로 나누고 각 지역에서 엄격한 기준에 따라 선정된 2명의 국어 교사를 제보자로 하여 수업 발화를 녹취하고 분석한 것인데, 1997년에 나온 『국어 교사의 표준어 사용 실태 조사 (Ⅰ)』이 표준어와 관련된 교사들의 의식을 조사한 데 비해 실질적인 표준어 사용 실태를 계량적으로 조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후자의 자료집은 50대 서울 토박이 10명을 대상으로 서울말의 발음과 음운론적 특징에 대해 세밀히 조사하였다. 그 결과 이 자료집은 사이시옷, 음장, 이중모음, 모음조화, 움라우트 등에 관한 서울말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또 이 자료집은 제보자를 50대로 정하여 1997년에 70대, 80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와도 비교할 수 있게 하였다. 한마디로 이 자료집은 앞으로 표준어와 표준 발음을 사정할 때 바탕이 되는 귀중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국어연구원에서는 국어 음성 자료를 체계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학술회의를 개최하고 기관지인 『새국어생활』을 통해서는 한국어 자료를 정리하는 방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하였는데, 이러한 노력은 국어의 음성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 정리하여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또 이를 바탕으로 국어 음성 자료를 우리의 문화 유산으로 보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학술회의에서는 민광준 교수가 일본의 음성 자료 구축 사례에 대해 자세히 논의하였고 이용주 교수는 음성공학 분야의 자료 구축과 활용 현황에 대해 논의하였다. 그리고 이호영 교수와 최명옥 교수는 『새국어생활』을 통해 각각 음성 자료와 방언의 수집과 정리에 대해 논의하였다.
    국어 사용 실태와 관련해서는 민현식 외의 "국어 사용 실태 지수 개발 및 조사 방법에 관한 연구"가 주목된다. 이 연구는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국어정책 수립의 기틀을 세우는 데 그 목적을 두었다. 그리하여 이 연구는 체계적이고 주기적인 언어 실태 조사의 방식을 연구하고 이를 수량적인 지수로 바꾸어 정책 수립의 방향을 정하거나 정책을 평가할 때 그 기준이 되도록 하고 있다. 이 연구에서는 국어 사용 실태 지수를 산출하기 위해 국어 문화 지수라는 개념을 세우고 이를 국어 의식 지수, 국어 능력 지수, 국어 행동 지수, 국어 환경 지수, 국어정책 지수로 나누었는데, 이 중에서 국어 능력 지수는 현 단계에서 국민들의 국어 능력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측정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의 있는 수치라고 판단된다.
    국어 능력 지수와 관련한 결과물로는 언어문화연구원에서 주관한 제1회 국어능력인증시험이 있었다. 이 시험은 국어 능력을 듣기, 어휘, 어문 규정, 읽기, 쓰기로 영역을 나누어 총 120문항으로 출제하였는데, 약 8천여 명이 시험을 보았다. 그 결과 어문 규정, 어휘, 쓰기의 순서로 점수가 낮아 어문 규정 교육과 어휘 교육, 작문 교육의 필요성이 다시금 제시되었다. 어문 규정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국어능력인증시험의 결과는 민현식 외의 보고서에서 다시 확인되었다.
    어휘와 관련된 실태 조사로는 국어연구원의 『20세기 전반기 어휘 조사 (2)』가 있었다. 이 보고서는 경기도 방언 화자로 비교적 표준어를 잘 구사한 염상섭의 단편 소설 37편을 대상으로 국어사전에 올라 있지 않거나 표기, 의미, 문형 등에서 차이가 나는 어휘를 조사한 것이다. 이러한 조사는 자꾸만 사라지는 우리의 소중한 어휘들을 찾아내고 정리하여 우리의 국어 유산을 보존하고 가꾼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작업으로 보인다.
    국어의 실태와 관련된 조사는 토박이말 조사, 규범 준수 실태 조사, 문장 실태 조사, 어휘 실태 조사, 음성 자료 조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비교적 활발히 이루어졌다. 그간 정부에서는 어문 규범과 관련된 일에 중점을 두고 국어정책을 추진해 왔으나 이러한 국어정책이 과학적인 토대 위에서 효과적인 것이 되려면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국어 실태 조사가 앞으로도 더 활발히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일본의 국립국어연구소가 일본어의 실태 조사에 수십 년간 애써 온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요컨대 국어정책이 성공적인 것이 되려면 국어 실태의 조사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앞서 언급한 민현식 외의 보고서는 주먹구구식, 땜질식 국어정책 수립을 지양하고 과학적인 조사 방법론 위에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국어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매우 귀중한 작업이라고 판단된다.

4. 북한어
    북한어와 관련해서는 국어연구원에서 나온 『북한어 연구 논저 해제집』이 눈이 띈다. 이 책은 1970년대부터 2000년까지 학술지에 발표된 북한어 연구 논문과 단행본으로 나온 북한어 연구 저서를 한데 묶어 이들을 주제별로 배열하고, 단행본에는 해제를 달았다. 그리고 북한어 연구 논저를 찾아보기 쉽도록 연대별, 저자별, 주제별 목록도 만들어 붙였다. 80년대 이래 북한어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이제 북한어 논저가 상당히 쌓인 시점에서 이런 책이 나온 것은 앞으로의 북한어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다.
    북한어의 어휘와 관련해서는 국어연구원의 『북한 영화 어휘 조사 연구』와 『북한 시나리오 어휘 조사 연구』가 있었다. 『북한 영화 어휘 조사 연구』는 1984년부터 1990년 사이에 나온 북한의 시나리오 9편과 이를 대본으로 한 영화 9편을 대상으로 남북한 언어의 차이를 정리한 것이다. 그동안의 북한어 연구가 주로 북한의 사전이나 문서 자료에 의존하여 이루어져 북한의 일상 언어나 구어에 대한 연구가 다소 소홀한 편이었는데, 위의 연구는 이러한 문제점을 다소 극복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또 이 보고서는 한편으로 남한에서 쓰이지 않는 북한어의 일상 어휘를 찾아 제시하고, 또 북한어의 구어 발음과 북한어에 특유한 어미 형태, 그리고 일상 생활에서 쓰이는 북한어의 문장까지 통째로 확인해 볼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북한 시나리오 어휘 조사 연구』는 1984년에서 1992년 사이에 북한에서 출간된 시나리오 34편을 대상으로 하여 문법 형태와 어휘 형태가 남한어와 다른 것을 조사한 것이다. 이 보고서는 '-기요(청유형), -ㄹ데 대한, -았댔습니다' 등 남한어와 다른 문법 형태, '괄랭이(말괄량이), 도제(겨우), 숙보다(깔보다), 딱친구(단짝친구), 쇠대(열쇠)' 등 남한어와 의미는 같으나 형태가 다른 말, '번지다, 짬수군, 쫄매, 마련을 보다, 문제가 서다, 은을 내다' 등 북한에서만 쓰이는 특이한 단어와 관용구를 일상어에서 찾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 방면의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그 밖에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회에서 펴낸 『함께 가야 할 남북의 말과 글』도 있었다. 이 책은 80년대 후반부터 2000년 사이에 나온 북한어 관련 논문들 중에서 15편을 추려 책으로 묶은 것인데, 북한어를 여러 각도에서 살펴보고 남한어와 북한어의 차이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책은 아나운서실에서 나와서인지 북한어 연구의 각 분야가 고루 선정되었다기보다 음성에 대한 논문이 다소 많은 점이 하나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한의 실제 언어적 차이를 밝히려는 연구가 남한에 정착한 북한 이탈 주민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정경일 외의 "남한 정착 북한 출신 주민의 언어 적응 실태 조사 연구"가 바로 그것인데, 이 연구에서는 남한 입국 6년 이내의 북한 이탈 주민 63명을 대상으로 한 우편 조사와 27명을 대상으로 한 면접 조사를 바탕으로 언어 차이 실감 정도, 정착 초기 남한 언어 이해도, 남한어를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 언어 차이 극복에 소요되는 기간, 전화 통화나 텔레비전 시청 등에서의 언어 적응도, 신문이나 간판 읽기에서의 언어 적응도, 맞춤법과 발음 등 어문 규범에서의 언어 적응도 등을 세밀하게 조사하였다. 조사의 결과가 예상 밖으로 심각하거나 새로운 것은 아니나 이처럼 북한 이탈 주민이 남한에서 정착할 때 겪게 되는 언어적 갈등의 현상과 그 원인을 밝혀 내는 작업은 이러한 언어적 차이를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교육적, 정책적 방안을 강구하는 데 도움이 되고 나아가 남한 출신 주민이 북한 출신 주민과 접촉하면서 겪게 될 언어 갈등을 미리 짚어 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국어연구원의 기관지인 『새국어생활』에서는 '남북 언어 동질성 회복을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북한어에 대한 특집을 마련하였다. 곽충구의 "남북한 언어 이질화와 그에 관련된 몇 문제"에서는 북한의 문화어가 전통적인 평양방언을 바탕으로 형성된 것이 아님을 밝히고 남북한 간에는 아직도 동질성이 많이 있음을 고찰하였다. 즉 북한의 문화어는 이미 표준어가 평안방언에 널리 보급된 상태의 평양말 또는 표준어를 기반으로 말다듬기가 이루어지고 여기에 평안방언, 함경방언의 요소가 가미된 것이지 본디 지역 방언으로서의 평양말에 기반을 두고 형성된 것이 아님을 밝힌 것이다. 그리고 고빈도의 어휘들에서도 동질성을 많이 발견할 수 있어 민족어의 통합이 희망적이라고 하였다. 또 이 논문에서는 북한이 상당수의 방언을 발굴하고 문화어화하여 어휘를 풍부하게 하려 한 사실이나 방언을 말다듬기의 재료로 십분 활용하여 고유어의 어휘 체계를 정리하려 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는데, 남한의 국어 순화 작업에서도 북한의 이러한 노력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고영근의 "남북 규범문법의 통일 방안"에서는 1933년 "한글 마춤법 통일안" 이후 남북의 규범 문법이 걸어온 발자취를 살펴보고 이를 기초로 하여 통일 규범문법의 얼개를 제시하였다. 즉 조사와 어미는 모두 단어로 인정하지 않되 이들을 '토'라는 범주에 넣고, '이다'는 '계사'라 부르고 의존명사, 보조용언과 함께 형식사에 넣기를 주장한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 따르면 한국어의 품사는 '명사, 대명사, 수사, 동사, 형용사, 관형사, 부사, 간투사, 형식사'의 9품사가 된다. 또 어미는 '-었-'과 같은 문장 형성소와 '-더-'와 같은 문장 구성소로 나누고, 문장 성분은 '서술어, 주어, 목적어, 관형어, 부사어, 독립어'의 6성분으로 분류하며, 문장의 종류는 '평술문, 의문문, 명령문, 제안문, 감탄문'의 5개로 나눌 것을 주장하였다.
    전수태의 "서로 다른 표기법의 통일 방안"에서는 자모의 수·차례·이름, 두음법칙, 사이시옷, 띄어쓰기, 문장 부호로 나누어 남북한 표기법의 통일 방안을 제시하였다. 자모의 수·차례·이름에서는 남한의 것이 북한의 것보다 합리적이고 전통에 부합함을 밝히고 남한의 방안으로 통일할 것을 주장하였고, 두음법칙에서는 한자 원음을 표기하는 북한의 표기법을 따르되 발음은 '래일'과 '내일'을 모두 인정할 것을 주장하였다. 그리고 사이시옷에서는 형태 위주의 표기라는 대원칙을 존중한다는 취지에서 사이시옷 표기를 폐지할 것을 주장하였고, 띄어쓰기에서는 정보화 시대를 맞아 단어별로 엄격히 띄어 쓸 것을 주장하였다. 그리고 문장 부호에서는 남북한에서 각각 모자라는 부호를 보충하여 통일안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하였다.
    김병선의 "서로 다른 정보기술 용어의 동질성 회복 방안"에서는 정보기술 분야의 용어가 일상 용어와 달리 남한과 북한의 이질성이 큼을 지적하고 하루빨리 남북이 동질성 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예컨대 1992년에 문화체육부가 후원하고 국어정보학회가 주관하여 전산 용어 순화 사업을 시작하였는데 이때 1986년에 나온 북한의 『전자계산기 프로그람 용어사전』을 남한의 것과 비교 검토한 결과 37% 정도만이 서로 일치하였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 논의에서는 남북의 정보기술 용어가 통일되려면 남북의 교류뿐만 아니라 남한 내부의 용어 통일 작업도 시급히 추진되어야 함을 지적하고 새로운 용어(주로 외국어)가 탄생할 때마다 적절한 우리말로 바꾸는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5. 한국어의 세계화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육은 그간 큰 발전을 이뤄왔다. 한국어에 관심을 가지는 외국인의 수가 늘어나고 외국 대학에는 한국어 교육 과정의 설치가 확대되며, 국내에서는 한국어 교육 기관과 한국어 교육 종사자가 늘어났다. 그러나 한국어 교육은 각 대학별로, 그리고 각 기관별로 따로 이루어져 그간 이루어진 한국어 교육의 성과가 통합되지 못하고 한국어 교육 과정도 체계적으로 마련되지 못하였다는 문제가 있었다. 요컨대 점증하는 한국어 교육의 수요에 정부나 관련 단체가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한국어 교사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한국어 교사 자격을 국가적으로(정부 기관에서 하든 정부의 위임을 받아 하든) 인증하는 기관이 없었고, 한국어 교육 과정이나 한국어 교수 요목이 확정되지 못했으며, 한국어 교육에 필요한 부교재, 그리고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사전의 편찬이 활발하지 못했다. 한국어 교재는 각 기관별로 필요에 따라 양산되었으나 한국어 교재 편찬에 필요한 수준별 어휘 목록이나 수준별 문장 유형이 확정되지 못하고 나아가 한국어 표준 문법도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교재의 내용과 수준이 만족할 만한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그래서 2000년 말부터는 한국어 교육을 총괄하고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하여 상설 기구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그 결과 2001년 초에는 '재단법인 한국어세계화재단'이 창설되었다. 한국어세계화재단은 그간 임시 기구로서 한국어 교육에 관한 연구를 해 온 '한국어세계화추진위원회'와 손잡고 한국어 교재 개발, 한국어 교사 교육·연구 프로그램 개발 등의 일을 추진하였는데, 그 결과가 "2001년도 한국어 세계화 포탈 사이트 개발 및 구축 최종 보고서", "한국어 초급(말하기·듣기) 교사용 지침서 개발 최종 보고서", "한국어 발음 교육 개발 최종 보고서",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학습 사전 개발(1차년도) 최종 보고서", "한국어 교사 교육·연수 프로그램 교과 과정 및 교수 요목 개발 최종 보고서", "한국어 교원 자격 인증 제도 시행 방안 개발 최종 보고서"의 형태로 나왔다.
    그러나 이 중에서 한국어 교재 편찬은 시급히 추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어 교재는 여러 기관에서 여러 차례 만든 바가 있기 때문에 당장 한국어 교재 편찬에 착수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한국어 교재 편찬을 위한 기초 작업에 힘을 쏟는 것이 더 합리적이지 않나 생각된다. 한국어세계화재단에서는 대학과 같은 개별 기관에서는 하기 힘든 수준별 어휘 목록의 작성과 같은 기초적인 연구를 지원 추진하고 각 교육 기관에서는 이러한 기초 연구를 바탕으로 특색 있고 다양한 교재를 만드는 식으로 분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 점에서 국어연구원에서 한국어 표준 문법의 제정에 착수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어 표준 문법의 제정은 한국어 교재 편찬에 앞서 이루어져야 할 기초 자료 구축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국어연구원에서는 4개년 사업으로 2000년부터 한국어 표준 문법의 제정 작업을 시작하였는데 이 작업은 한국어 표준 문법서를 만드는 일과 한국어 문법 항목 사전을 만드는 일로 대별된다. 전자의 작업은 2001년 말까지 거의 완성되었는데, 이 작업에는 일선에서 한국어 교육을 담당한 전문가들이 주로 참여하였다. 그런데 이 작업도 비록 한국어 교육 전문가가 참여하여 국어 문법서와 다른 한국어 문법서를 지향하기는 하였지만 외국인이 한국어를 배울 때 범하는 잘못의 유형들을 언어권별로, 수준별로 모아놓은 기초 자료의 구축 없이 진행되어 일부는 쉬운 국어 문법서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듯하다.
    한국어세계화재단에서 수행한 보고서 중에서 민현식 외의 "한국어 교원 자격 인증 제도 시행 방안 개발 최종 보고서"는 우수하고 자격 있는 교원 양성이 시급한 현실에 비춰 볼 때 매우 중요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어 교육의 성패가 우수한 교원 양성,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교재 개발, 효과적인 교수법 마련에 달려 있다고 할 때 현재의 한국어 교육은 뒤의 두 가지에 비해 우수한 교원 양성에 더 힘써야 할 상황으로 판단된다. 개별 한국어 교육 기관마다 한국어 교사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나 교육 기간, 방식, 교육 과정 등에서 편차가 심하고 일부는 수익 사업에 흐르는 경향이 있어 우수한 교원 양성에 미흡한 실정이다. 따라서 국가 공교육 차원에서 한국어 교사를 양성하고 인증하며, 또 임용하거나 재교육하는 체계가 시급히 마련될 필요가 있다.
    민현식 외의 보고서에서는 각국의 교사 양성 제도를 살펴보고 고시 인증제와 기관 인증제의 동시 추진을 목표로 이에 필요한 세부적인 준비 과정을 잘 정리해 놓고 있다. 여기서 고시 인증제란 국가가 주관하는 고시 제도이고 기관 인증제란 국가가 정한 일정한 수준에 도달한 교사 양성 기관을 등급별로 평가 인증하는 제도이다. 고시 인증제에서는 한국어 교사가 되려는 사람은 국가가 관장하는 유시험 검정에 응시하여야 하고 기관 인증제에서는 정부에서 인정하는 일정한 기관에서 한국어 교육 과정을 이수하여야 한다. 이처럼 인증제를 두 가지로 나누어 시행하는 것은 다소 혼란이 있을 수도 있으나 이미 교사를 양성하고 있는 기관들의 수준을 높여 인증제에 참여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합리적이라고 판단된다.
    배주채의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사전의 방향"에서는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이 참고할 만한 한국어사전이 없는 현실을 고려하여 한국어사전을 어떻게 편찬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다각도로 고찰한 논의이다. 이 논의에 따르면 한국어사전은 종이사전과 전자사전 양쪽으로 편찬되는 것이 바람직하나 변변한 한국어사전이 없는 현실에서 우선은 종이사전 편찬을 먼저 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소사전을 편찬한다면 각급 교육 기관의 교재와 교육 과정을 참고할 때 1천 표제어에서 1만 표제어 사이에서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그리고 기초 어휘를 선정하여 이를 표제어로 올릴 때에도 한 표제어가 가지는 모든 의미를 싣는 것이 아니라 이 중에서 기초 의미를 골라서 싣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또 한국어 사전의 메타언어는 한국어가 됨이 궁극적으로 바람직하나 현실적으로 영어나 일본어로 만들 수도 있으며 대상언어인 한국어는 마땅히 한글로 표기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한국어사전은 어문 규범뿐만 아니라 언어 현실도 잘 반영하고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 중에서 위의 세 가지는 별다른 이견이 없는 주장으로 여겨지지만 마지막 주장은 더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할 성싶다. 물론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무릎이'를 [무르비]로, '같아'를 [가태], 그리고 '가스'를 [까쓰]로 듣게 되어 혼란을 겪게 된다고 해도 한국어사전에서 [무르비]와 [가태], [까쓰]와 같은 발음 정보를 두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외국인을 위한 영어사전에서도 이런 종류의 정보는 올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위의 논의는 한국어사전의 거시 구조와 미시 구조에 대해서도 주목할 만한 주장을 하였다. 이 논의의 주된 주장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첫째, 두 가지 품사로 쓰이는 '크다(동사, 형용사), 보다(부사, 조사), 대로(의존명사, 조사)' 등은 한 표제어로 통합 배열한다. 둘째, 부표제어를 설정하지 않고 모든 표제어를 일렬로 배열한다. 셋째, 글자 그대로 발음되지 않는 모든 경우에 발음을 표시한다. 넷째, 뜻풀이는 고급 학습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면 정의 방식보다 대역(對譯) 방식으로 한다. 다섯째, 용례는 사용자의 수준에 맞는 난이도를 갖추어야 하고 표제어의 용법을 잘 보이는 전형적인 예를 제시해야 하며, 뜻풀이를 통해 의미만 이해한 상태에서는 잘못 쓰기 쉬운 구나 문장에 대한 언급이 있어야 한다. 여섯째, 표제어 여부에 구애받지 말고 관련 표현을 충분히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어사전에서는 부표제어의 설정이 필요한 경우가 있고 한국어의 발음 표시에서는 표준 발음을 제시할 필요가 있어 이상의 주장의 일부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판단된다. 예컨대 '되다' 표제어에 대해 '-어도 되다', '-면 안 되다, -어서는 안 되다'와 같은 부표제어를 다는 것은 외국인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며, 또 적지 않은 한국 사람들이 장단을 구별하지 않는다고 하여도 한국어사전은 장단 표시를 하여 외국인에게 표준 한국어의 학습을 유도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편 연세대학교 언어정보개발연구원에서는 '한국어 교육과 학습사전'이란 주제로 국내외 학자들이 참여한 워크숍을 개최한 바 있다. 여기서는 홍재성 교수, 이한섭 교수, 유석훈 교수가 프랑스어, 일본어, 영어의 학습사전의 현황을 개관하고 백봉자, 한영균 교수가 한국어 학습사전의 과제를 제시하였으며, 노마 히데키 교수가 일본인 학습자를 위한 한국어 기초 학습 어휘 선정에 대해, 유타니 유키토시 교수가 학습자를 위한 한일사전의 편찬에 대해 논의하였다. 이 중에서 노마 히데키 교수는 한국어 학습 어휘를 선정할 때에 교실 운영에 필요한 어휘, 사용 빈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어휘, 비한국어 화자가 한국어 화자와 접했을 때에 실제로 쓰일 가능성이 큰 어휘, 기능어나 준기능어, 조어력이 높은 어휘, 조어력이 높은 한자 형태소, 상대적으로 큰 개념을 나타내는 어휘, 인구가 많은 성씨, 주요 지명의 9가지 부류를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는데, 이는 앞으로 학습 사전을 편찬할 때 참고할 만한 주장이라고 판단된다.

6. 기타
    1998년에 영어를 공용어로 삼아야 한다는 복거일의 주장이 나온 이래 영어 공용어화에 관한 논의는 2001년에도 계속되었다. 사실 영어 공용어화는 국민의 여론조사에서는 많은 지지를 얻고 있고 정부에서도 제주도 국제자유도시 개발과 관련하여 검토한 적이 있는 만큼 영어 공용어화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더 지속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국어연구원의 기관지인 『새국어생활』에서는 '영어 공용어화'를 주제로 하여 특집을 마련하였다.
    김세중의 "공용어의 개념과 영어 공용어화 논쟁"에서는 공용어(公用語)의 개념을 살펴보고 영어가 한국어와 함께 한국의 공용어가 되었을 때의 문제점을 제시하여 영어 공용어화 주장의 비현실성을 드러내었다. 영어와 한국어가 복수의 공용어가 되면 스위스나 벨기에 등처럼 영어 사용 지역과 한국어 사용 지역으로 나뉘지는 않을 것이므로 모든 생활에서 영어와 한국어가 함께 사용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예컨대 글살이에서는 법령과 공문서를 영어와 한국어로 작성하고 교과서를 영어와 한국어로 편찬해야 하며, 말살이에서는 영어와 한국어를 번갈아 사용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불필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박병수의 "언어학에서 본 영어 공용어화­언어생태학적 시각­"에서는 영어를 제2의 공용어로 제정하여 우리말과 동등한 위치에 놓는 것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변경하는 것과 같고, 또 우리 사회를 영어 제국주의의 상황에 빠뜨려 언어생태계를 파괴하기 때문에 영어 공용어화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였다. 또 경제 발전이나 영어 교육을 위해 영어를 공용어로 삼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영어 공용어화가 경제 발전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며, 영어 교육을 위해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변경하는 것 역시 무모한 일임을 밝히고 있다.
    조동일의 "문화적 관점에서 본 영어 공용어화"에서는 민족 문화가 경쟁력이라는 관점에서 영어 공용어화를 반대하고 있다. 또 국민들이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영어를 공용어로 삼기 어렵고 국민들이 영어를 잘하는 상황에서는 영어를 공용어로 삼을 필요가 없으며, 나아가 국제 경쟁력을 위해 영어를 공용어로 삼자는 주장 역시 영어를 공용어로 삼기 위해 불가능한 시책을 무리하게 밀고 나갔을 때 발생하는 혼란과 파탄을 감안하면 영어 공용어화가 오히려 우리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고 말하고 있다. 영어는 교통어로서 미국에서도 공용어로 명시되지 않았는데, 우리가 영어를 공용어로 삼는 일은 문화의 다양성이 지니는 가치를 인식하지 못한 채 언어를 지나치게 도구적이고 실용주의적으로 이해한 결과라고 주장하였다. 그리하여 우리는 영어를 공용어로 삼기보다 민족 문화의 주체성을 분명하게 하고 그 속에서 보편적 가치를 발견해 인류 공동의 자산으로 삼는 데 힘을 쏟음으로써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하였다.
    정대현의 "영어 공용론자의 언어관과 문화"에서는 영어 공용어화 주장의 논리적 허구성을 지적하고 언어는 공동체 문화의 문법으로서 사람들은 언어를 통하여 세계에 대한 경험의 틀을 갖는 것이므로 언어를 도구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오히려 우리는 우리의 언어를 잘 가꾸어 우리의 공동체 문화를 발전시킴으로써 세계에 기여할 수 있다고 하였다.
    2001년은 한글날이 법정 공휴일에서 제외된 지 10년이 되는 해이다. 그래서 외솔회 기관지인 『나라사랑』에서는 '한글날을 국경일로 정해야 한다'라는 주제로 특집을 마련하였다. 1926년에 '가갸날'이 선포되고 1945년에 '한글날'이 확정되며 1946년에 한글날이 공휴일로 지정된 이래 우리에게 한글날은 주로 정치적인 이유로 제정된 다른 날과 달리 우리의 문화 유산을 기린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여러 학자와 일반인들이 참여하여 한글날의 민족사적 의의와 한글날이 국경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세세히 밝히고 있다.
    문화관광부에서는 올해의 문화 인물을 월별로 선정하고 있는데 10월에는 한글날이 들어 있어 국어와 관련된 일을 한 분들을 대상으로 올해의 문화 인물을 선정하고 있다. 2001년에는 설총이 올해의 문화 인물로 선정되어 이에 대한 기념 문집의 제작이 있었다. 국어연구원에서는 '설총 선생과 국어'라는 책자를 간행하여 설총 선생의 학문과 인생을 조명하였는데, 안병희, 남풍현, 이승재 교수 등이 설총의 학문과 생애에 대한 논의를 하였다.
    안병희의 "설총과 국어"에서는 설총이 이두를 창시 또는 완성하였다고 할 때의 이두(吏讀)는 향찰(鄕札), 이찰(吏札), 구결(口訣)을 포함하여 넓은 뜻으로 사용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설총은 국어의 어순이 반영될 뿐 아니라 문법 형태가 가차(假借)의 한자로 표기되는 이른바 제2단계의 이두와 관련이 된다고 하였다. 또 설총은 이러한 이두를 이용하여 유교 경전의 해석을 꾀했는데 설총의 경전 해석은 유학(儒學)의 경전 학습에 큰 권위를 가지고 주자학(朱子學)이 전래될 때까지 이어져 국어의 공통어 형성과 보급에 기여하고 나아가 신라의 경주말이 오늘날의 표준어로 이어져 내려오게 된 한 바탕이 되었다고 보았다.
    반면에 남풍현의 "설총과 차자 표기법"에서는 설총이 우리말로 경전을 읽었다는 것은 경전을 우리말로 해석하여 읽는 석독구결(釋讀口訣)을 지었음을 말해 주는 것이라고 하여 안병희의 논문에 비해 '이두'의 범위를 좁게 해석하였다. 여기서 석독구결이란 경전(經典)에 우리말의 조사나 어미 또는 말음첨기(末音添記)를 나타내는 토(吐)를 기입하여 한문을 우리말로 읽는 법을 말하는데, 이 논의에서는 이러한 석독구결에 쓰이는 토가 설총보다 한 세대 앞선 시대에 이미 있었다고 주장하였다. 그래서 설총은 경전 석독구결을 국학(國學)에서 교수하여 이것이 널리 보급되는 데 기여하였다고 하였다.
    이승재의 "고대의 '방언'과 그 유사 지칭어"는 고대, 특히 설총 시대의 '방언(方言)'이 우리말 또는 우리말 표기를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용어로서 어휘 표기와 문장 표기를 아우르는 차자표기와 같은 개념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설총의 '방언'은 석독구결에 가깝다고 하여 남풍현의 주장에 동조하였다.

7. 결론
    본고는 국어정책을 어문 규범, 국어 실태 조사, 북한어, 한국어의 세계화, 기타로 나누어 그 내용과 성과를 살펴보았다. 2001년에는 한자 문제를 위시한 문자 생활에 관한 정책 논의가 별로 이루어지지 않은 점을 빼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정책적 논의가 비교적 활발히 이루어졌다고 생각된다.
    어문 규범에 대한 논의들은 기존의 규범 해설의 차원을 벗어나서 국민들의 언어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움직임이 뚜렷했고, 국어 실태 조사에 대한 논의들은 국어 실태 조사가 국어정책 수립의 토대가 됨을 인식하고 규범에서 음성 자료와 실태 조사 방법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연구가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 북한어에 대한 논의는 문헌 자료에 나타난 북한어에서 실제 일상 생활에서 사용되는 북한의 구어와 일상어로 그 연구 범위를 확대해 가는 모습을 보였고 한국어의 세계화에 관한 논의에서는 그간 한국어 교재 편찬에 치중했던 모습에서 벗어가 한국어 교육의 기초가 되는 표준 문법과 한국어 학습 사전의 개발에 관심을 두고 나아가 한국어 교육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본고는 국어 정보화에 관한 논의들을 다루지 못하였다. 2001년에도 국어 정보화에 대한 논의가 적지 않았으나 필자가 이 분야에 대한 지식이 짧아 부득이 포함하지 못하였다. 필자가 국어 정보화에 관한 논의들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함부로 언급하는 것이 이 방면의 연구자들에게 실례가 된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모쪼록 독자들의 양해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