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휘론·의미론·사전편찬학


윤 평 현 / 전 남 대

1. 머리말
    이 글은 2000년에 이루어진 어휘론·의미론·사전편찬학 분야의 연구 성과를 정리한 것이다. 이 분야의 연구가 해마다 늘어가는 추세에 있음을 연구 결과가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세 분야의 연구 결과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그것의 성격이 분명해서 어느 한 분야에 포함시키는 것이 간단한 것도 있지만 많은 연구들은 서로 걸쳐 있어서 따로 어느 한 분야에만 넣기에 어려움이 있는 것도 있다. 어휘를 일정한 체계 속에 있는 단어들의 집합이라고 할 때, 이런 어휘들의 체계나 분류 등을 다룬 어휘론 분야는 그렇다 치더라도 어휘를 다룬 수많은 연구가 대체로 의미분석을 기본적인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그럴 때 그것을 어휘론으로 분류할 것인가 의미론으로 분류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어휘나 의미 연구의 결과를 사전 편찬에 반영한 연구나 반대로 사전 편찬 연구의 결과를 어휘 또는 의미 연구에 반영한 연구가 아주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런 경우에도 그 처리가 간단하지 않다. 이 세 분야에서뿐만 아니라 어휘론이나 의미론의 하위 분류에서도 이런 문제가 대두된다. 따라서 이 글은 어휘론·의미론·사전편찬학의 연구 분야를 명백하게 갈라서 고찰한다기보다는 국어학 연감에서 취해온 분류 태도 등을 참고하여 필자가 임의로 나누어 살펴본다.
    이 글은 국립국어연구원에서 제공한 자료와 필자가 확인할 수 있는 학술지 및 기타 잡지에 실린 논문들을 중심으로 2000년 한 해 동안 이루어진 연구 성과와 흐름을 조망하고자 한다. 그러나 연구 성과에 대한 논의는, 이 분야에 속하는 연구 실적이 방대하여 그것을 모두 꿰뚫어 보기에는 필자의 역량이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 짧은 글 속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이 글은 연구의 흐름을 쫓아 논의하되 연구 성과는 개별 연구의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는 것으로 대신한다.

2. 어휘론
    2000년도에 발표된 어휘론 분야 연구 성과는, 단행본으로 14 권, 학위 논문으로 20 편(석사 학위 논문 19 편, 박사 학위 논문 1 편), 학술지 발표 논문으로 60여 편, 학술지가 아닌 기타 지면에 발표된 것으로 30여 편 등이 있다. 단행본 중에서 어휘 자료집에 속하는 것은 7 권이며 그 가운데 6 권은 국립국어연구원에서 펴낸 것이다. 이상의 것을 어휘론의 하위 영역 또는 성격에 따라 나누어 살펴본다.

2.1. 어휘론 일반
    『국어 어휘론 신강』(심재기)은 저자의 『국어 어휘론』(1982) 이후에 쓰여진 어휘론 관련 글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국어 어휘론』(1982)이 발간되었을 때만 해도 국어 어휘론은 국어학의 다른 분야에 비하여 개척이 덜 되어 있는 처지였는데, 지금에 와서 보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척박한 토양에 『국어 어휘론』(1982)이 소중한 밑거름이 되었음은 다시 말한 필요가 없을 것이다. 『국어 어휘론 신강』(심재기)은 국어 어휘론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를 돕기 위한 글도 있고, 논문의 형식을 빌어서 쓴 글도 있는데, 책의 구성을 보면 '국어 어휘의 특성과 연구 범주', '국어 어휘의 형성과 변천', '한자어의 형성과 수용', '속담과 관용표현', '사전과 어휘' 등 다섯 범주 속에 모두 21 편의 글을 담고 있다. 『조선어, 한어, 일본어 현대어휘와 그 변이에 대한 대비 연구』(장흥권)은 중국에서 1999년에 간행된 것을 영인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의 제목에 쓰인 '조선어'는 '한국어'나 '고려어'를 일컫는 말이고 '한어'는 '중국어'를 가리키는 말인데, 책의 제목을 통해서도 이 책이 순수한 국어학 연구서라고 볼 수 없음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조선어만을 추려서 본다면 그것으로도 부족함이 없는 국어 어휘 연구라고 할 만한데, 이 연구는 어휘 일반, 어휘 체계, 어휘 계량, 어휘 분류, 어휘 유형, 어휘의 어종, 어휘 의미, 어휘 변이 등 어휘론에서 흔히 다루고 있는 여러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중국 조선어와 한국어의 어휘 비교 연구>(김순녀)는 조선어와 한국어의 동질화 작업의 일환으로 중국 조선어와 한국어의 어휘를 비교 분석하여 그 차이를 알아보고 이러한 차이가 생기게 된 요인들을 밝히고 있다. 조선어와 한국어에 모두 있지만 뜻이 다른 동형이의어, 조선어에만 있는 단어와 관용 표현에 중점을 두어 분석한 결과 조선어는 사회제도와 이데올로기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을 밝히고 있다. 또한, 조선어 어휘가 한국어 어휘와 달라진 이유를 사회적 요인, 심리적 요인, 언어적 요인의 세 측면에서 접근하여 살피고 있다.
    "국어의 형태론과 어휘론"(최호철)은 1999년도 국어학회 공동 토론회 주제 발표 논문으로, 국어의 형태론이 어휘론과 어떤 관게를 맺고 있으며 어떤 관계 속에서 연구될 수 있는가를 고찰하고 있다.
2.2. 어휘 자료
    『석보상절 어휘 색인』(김동소)은 현재까지 발견된 <석보상절> 중에서 서문, 제3, 제6, 제9, 제11, 제13, 제19, 제21, 제23, 제24의 전 어휘를 색인화한 것이다. 중세 국어 자료 가운데서 우선 중요한 문헌의 어휘 색인집을 만들어야 함은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치지 않을 것인데, 이 저서는 그 필요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개화기 국어 어휘자료집 5』(박영섭)는 개화기 문헌에 산재한 외래어를 수집하여 일차적으로 동양계와 서양계로 나누고, 그것을 다시 국명·지명·인명·일반어·고유명사·전문어 등으로 구분하여 정리하였다. 표기상으로는 한글음사어(音寫語), 한자음사어, 한·한음사어 등으로 묶어서 구분하고 있다.
    국립국어연구원에서 해마다 다수의 어휘 자료집을 발간하고 있는데, 2000년에 간행된 어휘 자료집으로는, 『20세기 전반기 어휘 조사(1)』, 『국어 순화 자료집』, 『북한 주민이 모르는 남한 어휘』, 『언론 외래어 순화 자료집』, 『방송 언어 오용 실태』, 『한국 문화 기초 용어』 등이 있다. 『20세기 전반기 어휘 조사(1)』은 해방 이전의 시 작품을 중심으로 하여 이루어진 어휘 조사이며, 『국어 순화 자료집』은 국립국어연구원이 지속적으로 행하고 있는 국어 순화 자료를 모은 것이다. 『북한 주민이 모르는 남한 어휘』은 남북한의 주민들이 만났을 때 단어의 뜻을 잘못 이해하여 의사소통에 장애가 될 만한 것을 모아 용례와 함께 소개한 것이며, 『언론 외래어 순화 자료집』은 주요 중앙 일간지에서 불필요하게 쓰이고 있는 외국어와 외래어를 적당한 우리말로 바꾼 것을 모아놓은 것이다.
    구급방류(救急方類) 의서(醫書)의 하나인 '구급간이방(救急簡易方)'에 대한 연구인 <『구급간이방(언해)』의 서지와 어휘 연구>(김남경)는 구급간이방의 현전본 권1, 권2, 권3, 권6, 권7 전부를 대상으로 하여 구체적인 서지적 검토와 함께 표기와 어휘를 분석한 연구이다. "<이륜행실도>의 어휘 고찰"(이은정)은 '이륜행실도'의 원간본과 중간본의 어휘를 고찰해 보면서, 특히 특이어와 한자어와 고유어의 사용 양상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 인민학교 국어 교과서 어휘의 계량적 고찰>(남인영)은 논문 제목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북한의 기본 어휘 양상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인민학교 국어 교과서의 어휘를 계량하여 그 분포 및 특성을 고찰한 것으로, 장차 통일에 대비한 국어 정책의 기초를 다지는데 공헌할 수 있는 연구이다.
2.3. 어휘 양상
    한자어나 외래어와 같은 어종과 관련된 연구가 예년에 비해 많지 않은데 반하여, 2000년은 상징어와 속담, 관용어 등에 대한 연구가 상대적으로 많다.
    <국어 어휘군의 계통적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권면주)는 고유어가 한자어와 상호 작용하면서 어떤 소실 양상을 보이는가를 밝히고 있는 박사 학위 논문이다. 이 논문은 한자어의 유입·정착·생성의 역사와 한자어가 고유어와의 유의 경쟁을 일으켜 고유어를 축출하고 정착하게 되는 과정과 원인을 살핌으로써 한자어의 국어화 과정에서 일어나는 제반 현상을 고찰하고 있다. 외래어에 대한 연구가 많지 않은 가운데, "옥외 광고물의 외래어 사용 실태 연구"(윤혜정)는 상업 간판을 통하여 외래어가 선호되고 신조어가 남발하여 가는 실태를 분석하고 있다.
    <현대국어의 상징어 연구>(안인숙)는 상징어의 정의와 판단 조건을 제시하고, 상징어와 접미사 '-하-, -대-, -거리-, -이-'가 결합할 때 나타나는 선택제약을 고찰하고 있다. 상징어 사전 편찬을 위한 기초 연구의 하나로 이루어진 "'웃음 표현 흉내말'의 의미기술"(박동근)은 웃음을 표현하는 의태어 가운데 관계어가 매우 발달되어 있는 '방글'과 '싱글' 계열의 상징어를 대상으로 의미파악과 기술 태도에 대하여 논의하고 있다. 의성어 의태어에 대한 그간의 연구가 대단히 활발하여 그 연구 성과도 적지 않게 축적되었다. 그러나 많은 연구 성과가 쌓이면 필연적으로 거기에서 제기될 수 있는 문제점도 드러나게 된다. "국어 의성어 의태어 연구의 몇 문제"(채완)는 의성어 의태어 연구에서 짚어보아야 할 몇 가지 문제점들을 적시하고 있다. 먼저 의성어 의태어의 개념을 정의하기 위해 사용되어 온 '모방, 시늉, 흉내, 상징, 본뜨다'와 같은 용어들은 그 의미상 의성어 의태어의 기본 개념과 맞지 않으며, 의성어는 문맥에 따라 의태어로도 쓰일 수 있고 또 외견상으로도 의태어와 흡사하여 처음부터 의성어와 의태어를 하나의 범주로 묶어 생각하기 쉬우나 그 형성 동기나 기능이 같지 않음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중국어 의성어 의태어에서 기원한 반복형 한자어들은 국어에서는 의성어 의태어가 될 수 없음과, 의성어 의태어는 개인의 언어 창조가 상당히 허용되는 독특한 어휘 부류임을 논의하고 있다.
    석사 학위 논문 가운데 특히 속담에 대한 연구가 적지 않은 것을 볼 수 있다. <한국 정서 속담에 관한 연구>(남상선)는 속담의 표현 구조와 특성 및 정서에 대한 고찰을 통해 선인들의 생활상과 민족 정신에 대한 재조명에 목적을 두고 있다. 속담을 7가지 정서로 구분하여 그 구조와 특징과 의미를 살피고 있으며, 이를 통해 시련을 극복하는 삶의 지혜로 속담을 활용한 우리 민족성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우리의 속담을 이스라엘의 생활 교훈인 잠언과 비교하여 고찰한 <속담과 잠언의 유사성 연구>(남승숙)는, 속담과 잠언의 기능과 특징을 비교하고, 그것들이 지닌 내용 및 수사법 등을 통해 속담과 잠언의 유사성을 비교 고찰하고 있다. <속담의 지도 방안>(임유정)은 속담의 효과적인 지도 방안을 고찰한 것이다. 먼저 속담과 국어 교육의 관계를 살피고 현재 중·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린 속담의 현황을 조사·분류하여 효과적인 속담 활용 방안 고찰하고 있다.
    "관용어의 구성 형식과 의미 구조"(최경봉)는 관용어 구성의 형식이 의미 구조의 '구절 단위의 은유 표현'이라는 의미 형성 과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고, 그 관련 양상을 중심으로 살피고 있다. 관용어 구성과 대응되는 의미 단위의 의미 구조를 통해 관용어 구성의 구문 특성을 설명하고 있으며, 관용어의 유형을 의미 구조의 특성을 통해 분류하고 있다. "구어적 관용표현의 특징"(문금현)은 관용표현을 구어적 관용표현과 문어적 관용표현으로 나누고, 텍스트의 유형에 따른 구어적 관용표현의 특징을 고찰하고 있다. <현대국어 관용어구의 계량언어학적 연구>(김한샘)는 '명사+(조사)+용언'꼴의 관용구를 대상으로 하여 중의적으로 쓰이는 관용구들의 목록을 작성하고, 이들 각 관용구의 전산 처리나 어휘 습득에 필요한 의미 변별의 기제로 사용할 수 있는 요소들에 대한 정보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이렇게 구축된 정보의 분석을 통해 관용구를 판별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며, 관용구의 구조와 의미를 분석하여 그 특징을 밝히고 있다. <국어 분노 표현 관용어 연구>(용은미)도 '분노'라고 하는 특정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관용어구를 중심으로 연구한 석사 학위 논문이다. "남북한 관용어 비교 연구"(박영준)는 남북한 관용어를 형태적 의미적 관점에서 비교 고찰하고 있다. 관용어는 실제 사용자가 아니면 그 의미를 온전하게 이해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는데, 남한과 북한의 언어 환경이 똑같지 않은 현실에서 남북한의 관용어를 올바르게 이해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연구는 남한과 북한의 관용어에 대한 개념을 먼저 살펴보고, 비교의 자료로 삼고 있는 남한과 북한의 관용어 사전의 체재를 비교한 후에 그 사전에 실린 관용어의 형태적 의미적 특성을 비교 고찰하고 있다. 우리의 언어 현실에서 사용되고 있는 비속어 연구로 <비속어에 관한 연구>(지문환)가 있다.
2.4. 어휘 교육
    어휘 교육에 관한 연구 결과가 많지 않은 가운데, 말뭉치 자료를 어휘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찰하는 연구는 시의성이 있는 연구이다.
    『한국어 어휘 교육 연구』(조현웅)는 제2언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에서 어휘 중심 교육 방법의 필요성과 어휘 중심 학습법의 효율성을 밝히는데 목적을 두고 쓰여진 어휘 교육 관련 연구서이다. 이 연구는 먼저 어휘 교육의 역사 및 현황을 개관하고, 한국어 교육을 위한 기초어휘 선정 방안, 어휘 중심의 한국어 교육 방안, 어휘 중심의 한국어 교과 구성 방안, 어휘 중심 학습법, 어휘 중심 평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어 말뭉치의 활용"의 개발』(언어정보개발연구원)은 국어 말뭉치를 구축하고 그것을 국어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찰하기 위한 교재 개발 연구 보고서이며, "코퍼스를 이용한 부사의 어휘 교육 방안 연구"(강현화)는 말뭉치를 기반으로 추출한 부사의 호응 정보를 이용하여, 어휘 교육을 위한 자료 구축의 관점에서 코퍼스의 활용성을 살펴보고 실례를 통하여 호응 정보의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기온을 표현하는 어휘의 의미 연구"(김호정)는 어휘 교육을 위한 내용 구성의 관점에서 기온을 나타내는 어휘의 의미를 고찰하고 있으며, "어휘 분절 구조와 어휘 교육"(김재봉)은 훔볼트에서 제안되고 바이스게르버에 의해 완성된 동적 언어 이론의 어휘 분절구조를 활용하여 어휘력을 신장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언어 교수법과 관련되는 연구 가운데는 어휘 교육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하는 것이 많은데, <의미적 교수의 한계성>(장진영), <한국어 어휘 교육 방안>(한정일), <한자어 의미 학습을 통한 어휘 지도 방안 연구>(김미경),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기초어휘 선정 연구>(김지향) 등은 어휘 교육을 목표로 하는 석사 학위 논문이다.
2.5. 지명
    지명에 대한 연구는 한국지명학회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여러 학술지에도 여러 편의 논문이 수록되어 있다.
한국지명학회에서 2000년에 펴낸 학술지 『지명학 3』과 『지명학 4』에는 지명 관련 논문으로 모두 11 편이 실려 있다. 경산 지역의 옛지명을 고찰한 "押梁/押督·奴斯火/其火 연구"(김종택)는 '押梁·押督', '奴斯火·其火'는 물론 '麻珍良·麻隬良·仇史'와 '河州·河陽'의 어원을 고구하고 있다. "옛지명의 해석에 관한 문제들"(도수희) 또한 옛지명 가운데서 난해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는 지명, 예컨대 '平壤', '河八', '在城', '伐首只' '伐音支·勿居' 등의 지명에 해석을 가하고 있다. 지명 구조상 전부 요소에 해당하는 '잉-'형 계열의 지명과 이의 변이형으로 추정되는 '인-'형 지명에 대하여 고찰하고 있는 "'잉-'·'인-'형 지명의 한 해석"(황금연)은 한자어 정보가 없는 '잉-'과 '인-'형 지명 역시 '*芿·仍'으로 귀결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고대 지명어소 '忽'에 대하여"(김종학)는 중세국어 '골'[谷·洞]이 고구려 지명어소 '忽'과 동근어라는 기존의 견해를 부정하고 있다. "고대지명표기 자음의 상고음적 연구"(유창균)는 고대의 지명을 대상으로 표기자음의 성격을 규명하고 있는데, 상고음의 형태를 지니고 있는 예를 통하여 상고음적 성격은 성모나 운미의 자음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운부의 모음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잔존해 있음을 지적하고, 상고음이 중고음과 특히 다른 점을 밝히고 있다. 대체로 지명 연구는 시기적으로 나누어 옛지명 연구과 현재 지명 연구로 대별할 수 있을 터인데, 위에 열거한 것들은 모두 옛지명에 대한 접근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지명에 대한 연구 또한 적지 않다. "지명 건지산·고수골·마전·금산·봉산의 말밑"(김준영)은 우리나라 전역에 산재해 있는 마을, 골, 산, 들 등과 같은 소지명의 어원을 밝히고 있는 일련의 연구로, 논문의 제목에서 열거한 5곳의 소지명의 어원을 고구한 것이며, "소지명의 말밑"(김준영) 또한 우리나라에 널리 퍼져 있는 지명인 '구미, 구마(구마니·구만·구만이), 비아골, 피아골' 등 4곳의 지명의 어원을 고찰한 것이다. "'nVrV'계 지명에 대한 삽의"(조강봉)는 우리의 고유지명에 많이 나타나는 '늘·느르·느리·누르·누리·노루·노리'와 이들 지명의 이칭으로 추정되는 '於··········晩' 등을 통하여 'nVrV'계 지명들이 내(川)와 관련이 깊은 것임을 논의하고 있다. "전남 동부 지역의 마을 이름 연구"(위평량)는 바다에 인접해 있는 여수의 지명에 나타나는 '-개, -구미, -섬' 등의 지명 후부 요소와 음운 현상에 대하여 살피고 있다. "청원군 소재 산명의 후부요소 연구"(김진식)와 "청원군 지명의 의미론적 연구"(김진식)는 각각 청원군에 있는 산명과 고유지명에 흔히 나타나는 후부요소를 정리하고 그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대전의 남쪽에 있는 '보문산'의 어원을 여성의 성기와 관련 지어 해석하고 있는 "대전 근교에 있는 '보문산'의 민속학적 지명 어원에 대하여"(강헌규)나, 기왕에 출간된 문헌과 금석문을 상고하고 한편으로는 제보자의 도움을 얻어서 국어학적 재해석을 시도하고 있는 "되돌아 보는 서울 지역의 땅이름"(이명규)도 현재 사용되고 있는 지명에 대한 관심이다. 이밖에도 "의왕 지역어 지명 고찰(2)"(이명규), "김해 지역 지명 연구(1)"(김봉모)도 특정 지역의 현재 지명에 대한 고찰이다. 특정 지역의 지명 연구는 석사학위 논문으로도 수편이 발표되었는데, <예천 지역 지명어 연구>(정연정), <수원과 화성의 고유지명 연구>(조응경), <보은군 지명 연구>(조준애) 등이 이에 속한다.
한편 일본 속에 남아 있는 지명에 대한 연구로, <古事記>에 나타나는 남구주(南九州)의 '韓國'(kara kuni)은 신라인에 의하여 건국된 국명이고, '曾於'(soo)는 그것의 수읍명(首邑名) so-hori에 유래된 지명임을 강조하는 "日王家 祖上의 故地와 日本南九州의 「韓國」考"(이병선)가 있으며, 고대 일본 무장국 지명에 반영된 한국계 지명에 대하여 고찰한 "일본 지명어휘 「武藏(musasi)」"(심보경), "일본 고대 武藏國 지명에 반영된 한국의 동물 지명 어휘 [馬(uma)]에 대하여"(심보경)도 일본 속에 남아 있는 지명 연구의 하나이다.
2.6. 어원
    『우리말의 속살』(천소영)은 우리말의 어원을 연구한 연구서라기 보다는 전문가가 아닌 일반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꾸며 놓은 어원 관련 수상집이다.
"노을(霞)의 어휘사"(이병근)은 '노을'을 뜻하는 어휘의 역사를 고찰하고 있다. '노을'의 방언형을 '노을, 불거지, 북새' 계통의 것들로 대별할 수 있는데, 이 연구는 특히 '노을' 계통과 '북새' 계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노을' 계통은 문헌과 방언을 종합하여 '*'을 재구하고, 계통을 달리한 '북새/북살'과 '뿔새/뿔살' 등은 '*븕-'을 공통으로 갖되 자음군단순화의 상이한 선택에 따라서 '븍-'과 '블-'로 나뉘고 형태사적으로는 '#새(氣)'와 '#살(光)'의 상이한 선택에 따라 방언분화가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ᄒ, 새'의 어휘사 연구"(이태영)은 <노걸대언해>(1512)에 처음 나타나는 '새'의 형성 과정을 고찰한 것으로, '새'가 '+새'의 복합어임을 지적하고 이러한 복합어가 만들어진 이유를 추적하고 있다.
"'감칠맛' 외 몇 단어의 어원"(강헌규)는 '감칠맛, 들통, 변죽, 북새통, 쐐기, 오지랖, 호들갑' 등 11개 단어의 어원에 대하여 살피고 있다. 접미사 '지기-'와 동사 어간 '지키-'의 어원과 형성 과정을 고찰한 "'-지기'와 '지키-'의 형성 과정"(정민영)은, 현대국어에서 마치 고유어처럼 쓰이고 있는 이들 어휘가 한자 형태소 '直'으로부터 비롯되었는데, 사람을 가리키는 접미사 '-지기'는 근대국어 '-직(直)이'가 변하여 형성된 어형이고, 동사 어간 '지키-'는 후기 중세국어 '딕(直)-'가 변하여 형성된 어형으로 설명한다.
국립국어연구원에서 펴내는 『새국어생활』에 '어원 탐구'의 장을 따로 마련하여, 김완진 교수의 고대어 어원 연구와 송민 교수의 근대어 어원 연구를 소논문 형식으로 지속적으로 싣고 있다. 『새국어생활』 제10권 제1호에는 고대어로 "'조롱곳'의 '곳'에 대하여"(김완진)가, 근대어로 "'경제'의 의미 개신"(송민)이 실려 있다. 그 밖에도 김완진 교수의 "'마아'에 대하여", "'열명'에 대하여", "'아'와 ',' 사이, 그리고 이상곡"과 송민 교수의 "'시계'의 차용", "'생존경쟁'의 주변", "'대통령'의 출현" 등이 있다. 이 외에도 어원에 관련 되는 소논문이나 단문들이 몇몇 기타 잡지에 실려 있다.
2.7. 어휘장
    언어를 정적인 존재인 에르곤(ergon)이 아니라 동적인 존재인 에네르게이아(energeia)로 이해한 훔볼트의 언어의 동적 이론에 바탕을 둔 언어 내용 연구는 우리 국어 연구에서도 그 동안 꾸준히 계속되어 왔는데, 그 연구의 중심에 김응모 교수와 배해수 교수가 자리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2000년에 단행본으로 나온 어휘장 연구서는 모두 세 권이 있는데, 그 중 『일상언어 자동사 낱말밭』과 『언어표현 자동사 내용 연구』는 김응모 교수의 저술이고, 다른 하나인 『한국어와 모국어 정신』은 한국어내용학회에서 펴낸 것으로 배해수 교수의 회갑 기념 논문집이다.
『일상언어 자동사 낱말밭』(김응모)은 일상적인 언어 표현 자동사 1,409 개 단어를, 『언어표현 자동사 내용 연구』(김응모)는 실용성을 지닌 자동사 960 개 단어를 내용에 따라 다시 부분장으로 묶어 고찰하고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언어표현 자동사 내용 연구』(김응모)를 살펴보면, 언어 표현 자동사의 내용으로 모두 24 개의 부분장을 세우고 있는데, 그 부분장에는 '직언하다, 호소하다, 원망하다, 절규하다, 인사하다, 축하하다, 칭찬하다, 소문나다, 보고하다, 명령하다, 청취하다, 고발하다, 심문하다, 진술하다, 편지하다, 전보하다·전화하다, 발표하다, 방송하다, 설명하다, 강의하다, 연설하다, 회의하다, 논의하다, 언쟁하다·논쟁하다' 등이 있다. 그리고 그 부분장의 하위에 단어들의 개별적인 분절성을 논의하고, 다시 이것을 바탕으로 하여 전체적인 분절구조를 고찰하고 있다.
『한국어와 모국어 정신』(한국어내용학회)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동적 언어 이론에 입각하여 기획한 논문집으로, 내용상 크게 다섯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1부와 제2부는 동적 언어 이론의 <실제편>인데, 제1부에서는 '명사' 명칭을 다루고, 제2부는 '용언과 감탄사'를 다루었다. 제3부와 제4부는 <이론과 응용편>으로, 훔볼트나 바이스게르버의 언어관에 나타나는 동적 언어 이론에서부터 주시경의 모국어 정신을 고찰한 논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저녁> 명칭의 분절구조 연구"(배해수)는 하루의 일정한 시각인 '저녁' 명칭의 분절구조를 해명하는 것으로, '저녁'은 '날'을 구성하는 하위구조의 다른 명칭들인 '낮', '밤', '새벽', '아침' 분절과의 인접성을 전제로 하는데, 이 연구는 이들 인접하고 있는 다른 분절들에 대한 연구에 이어서 '저녁' 분절의 특징을 밝히고 있는 논문이다. "국어의 식사 명칭에 대한 연구"(손남익)는 '식사' 명칭의 분절구조를 해명하는 것인데, 국어의 식사 명칭은 '식사하는 시기'와 '식사하는 장소'로 상위 분절되며, 식사하는 시기와 대상은 더 하위 분절될 수 있음을 보이면서 그에 따른 보다 구체적인 논의를 하고 있다. 위의 두 연구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명사' 명칭에 대한 연구인데, 그밖에도 "<궤도차> 명칭에 대한 고찰"(배성우), "<언덕> 명칭에 대한 고찰"(배성훈), "<길> 명칭의 분절구조 연구"(변정민), "<창> 명칭의 어휘 분절 구조"(오미정), "현대국어 <직업인> 명칭에 대한 고찰(3)"(장기문), "현대국어 <가슴> 명칭 분절구조의 연구"(장은하), "<밥> 명칭의 분절구조"(정태경), "<자리> 명칭에 대한 고찰"(차준경), "<풀(草)> 명칭의 분절구조"(하길종) "현대국어 <여자> 명칭의 분절구조 고찰"(장기문) 등도 명사 명칭의 분절구조 연구이며, "'집' 관련 어휘 연구"(서정섭)도 이와 유사한 성격의 연구이다. 석사 학위 논문인 <현대국어의 '발부위'에 관련된 어휘분절구조 연구>(배성환)도 같은 성격의 연구에 속한다. '발부위' 관련 어휘소를 바탕으로 구성된 어휘의 분절구조의 해명을 통해 우리 민족의 세계관을 이해하고, 언어의 근저인 정신형성력의 실체를 알아내고자 하였다. <발부위>에 관련된 어휘소는 총 143개로 분절구조의 해석에서 이해된 우리 민족의 정신세계는 합리적인 사고를 존중하고, 올바른 것을 추구하며, 기능성 중심의 실용정신임을 밝히고 있다. "현대 국어 감탄사의 분절 구조 연구"(최호철)는 국어의 감정 감탄사를 기본 의미에 따라 총 29개의 의미영역으로 분류하고, 거기에 속하는 총 261개의 감정감탄사의 분절구조를 해명하면서, 통계적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 민족은 '놀람', '불만', '고통', 한탄'과 같은 부정적인 의미 영역에 아주 민감함을 지적하고 있다.
석사 학위 논문으로는 <국어 친족호칭어 연구>(황현정)가 있으며, 김응모 교수의 자동사 내용 연구는 위의 단행본 외에도, 실망에 관련된 자동사 43개 단어의 분절성을 다룬 "실망 자동사의 내용 연구"(김응모), 초조함에 관련된 66개 자동사에 대하여 개별 단어의 분절성을 논의한 "초조 자동사의 내용 연구"(김응모) 등 14 편의 논문이 더 있다. "가족유사성 개념과 공통속성"(정시호)은 인지의미론의 원형이론이 어휘장 연구에 원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2.8. 기타
    『한국어 텍스트의 장르, 문체, 유형』(강범모 외)은 전자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국어의 다양한 텍스트 종류에 나타나는 언어 특성들을 조사 분석하여, 한국어 텍스트의 장르 및 유형과 문체에 관하여 분석한 결과를 모은 것이다. 즉, 텍스트에 나타나는 언어 특성의 사용 빈도를 기반으로 다변량 인자분석, 군집분석, 정준판별분석을 통하여 한국어 텍스트에 나타나는 텍스트 차원과 텍스트 유형 및 장르 변별성에 관하여 분석하고 있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이론과 분석' 편은 이 책의 중심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연구의 배경과 방법, 다변량 통계 분석을 통한 한국어 텍스트의 장르와 문체, 유형에 관한 해설을 하고 있다. 제2부 '자료' 편은 여러 가지 유용한 통계 자료를 제공한다. 그리고 부록 'SAS를 이용한 통계적 분석 방법'은 다변량 통계 분석에 익숙하지 않은 인문학자를 위하여 통계의 이론적 기반과 SAS 사용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3. 의미론
    2000년에 간행된 의미론 관련 단행본은 9권이며, 석·박사 학위 논문은 30여 편에 이른다. 그리고 학술지에 실린 논문이 100여 편이 넘는다. 양적으로 대단히 많은 연구 성과임에 분명하다. 의미론 연구에 대한 개관은 언어의 층위에 맞추어서 어휘 의미, 문장 의미, 발화 의미의 순서로 살펴보되, 요즈음 방법론적 측면에서 많이 운위되는 텍스트언어학과 인지의미론은 따로 살펴보기로 한다.

3.1. 어휘 의미
    먼저 단어 또는 품사류의 의미에 대한 연구를 살펴보고, 이어서 개별 단어의 의미 연구 및 의미관계 등에 대하여 살펴본다.
<의존명사 구성의 양태 의미 연구>(안정아)는 의존명사 구성을 양태 표현 유형의 한 양상으로 파악하여 이들의 양태적 속성의 내적 기능 부담량을 살펴보고, 의존명사 구성 전반이 지니는 양태 의미를 고찰하고 있다. <'무르다'류 그림씨의 의미 연구>(허문선)는 사물의 '무름'을 나타내는 '무르다'류 형용사를 대상으로 그것들의 의미구조와 어휘체계를 고찰하는데, [유연성] 자질을 통하여 분절체계를 기술하고 있다. <국어 정도부사의 통사·의미연구>(이승문)도 정도부사의 통사상의 특성과 함께 의미적 특성을 고찰하고 있다.
품사류의 의미 연구 가운데는 특히 조사의 의미 기능에 대한 연구 논문이 여러 편 있다. "격조사의 의미에 대하여"(김준기)는 격조사도 특수조사와 마찬가지로 일정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하여, 주격조사, 대격조사, 속격조사 등이 주어진 발화 장면에서 가질 수 있는 의미양상을 논의하고 있다. <격조사의 기능에 대한 인지의미론적 연구>(김재욱)는 인지의미론 특히 원형이론에 기대어 격조사의 다양한 의미 기능을 연구하고 있는 박사 학위 논문이다. 논의의 결과를 대강 요약하면, 첫째, 국어에서의 격은 통사적 개념으로 규정하여야 하는데, 즉, 격이란 문장 내 체언(명사어)이 중심어에 대해 갖는 자격이다. 둘째, 격조사는 격 기능과 의미 기능을 나타낸다. 셋째, 격조사의 격 기능과 의미 기능을 나눌 때에도 모든 격조사가 똑같은 가치의 격 기능을 지닌 격조사가 아니라 전형성에 의해서 격조사를 분류해야 한다. 넷째, 격조사의 비실현과 생략 현상도 격조사의 전형성으로 분석할 수 있다. 국어 연구에서 조사만큼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분야도 많지 않을 터인데, 이 연구는 근년에 들어 아주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인지의미론에 기대어 새롭고 다양하게 분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국어 특수조사의 통사·의미 연구』(김진호)는 특수조사 '-은/-는'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이다. 책의 목차를 보면, 제1장 서론, 제2장 특수조사 '-은/-는'의 주제화, 제3장 특수조사 '-은/-는'의 통사적 특징, 제4장 특수조사 '-은/-는'의 의미적 특성 및 기능, 제5장 결론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 연구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는 아주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특수조사 '-은/-는'은 쉽게 해결될 수 없는 통사적 의미적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이 주제에 대한 연구는 다른 주제에 비하여 아주 많은 연구 결과가 쌓여 있는 셈이다. 그러나 그 동안의 많은 연구가 통사적 측면이나 의미적 측면과 같은 어느 일면에 대한 연구로 치중되었던데 반하여, 이 연구는 통사적 의미적 측면뿐만 아니라 담화적인 측면까지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은/-는'의 주제 및 주제화와 관련하여 논항구조와 의미역 기준에 따라 국어 문장의 주제 유형을 통사적 주제와 담화적 주제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는 것은 이 연구에서만이 볼 수 있는 새로운 견해라고 할 수 있다.
국어에서 수의 개념을 가지고 있고, 그것의 앞이나 뒤에 오는 명사를 의미로 제한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어류로 수량사가 있다. 수량사에 대한 연구는 그 동안 꾸준히 이어져 왔으며, 그 가운데서도 분류사에 대한 연구는 간헐적으로 이어지다가 지난 2-3 년 전부터 우형식 교수에 의하여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수량사가 통사구조에서 영역형태소와 수량사구를 형성할 때 이들 수량사구끼리 상호작용하여 영역을 형성함으로써 그 의미가 다양하게 해석되어진다. 따라서 수량사 연구는 수량사구의 형태 구성은 물론 수량사 구문의 정확한 의미해석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수량사 연구의 이러한 특성에 초점을 두고 이루어진 연구가 『국어 수량사 연구』(김영근)이다. 이 연구서는 모두 8장으로 이루어졌는데, 수량사와 관련하여 저자가 그 동안 발표한 논문을 모은 것이기 때문에 각장이 각각 한 편의 논문 형식을 갖추고 있다. 각장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을 대강 살펴보면, 제1장은 수량사의 영역에 대한 정의, 수량사의 유형, 수량사의 해석 등을 고찰하고, 제2장은 술어·양상논리에서의 수량사 영역현상을 논의하였는데, 이들 수량사 해석 방법이 우리 국어의 수량사 해석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제3장은 수량사 구문의 유표·무표 곱셈관계 구문의 수량사 영역 현상을 논의하였고, 제4장은 수량사의 영역형성소의 의미특성 등을 논의하였는데 우리 수량사 구문의 영역 해석은 영역형성소가 가지는 고유한 의미특성으로 규명해야 함을 밝혔다. 제5장은 복문에서 수량사의 영역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보어절 포유문, 관형절 포유문, 접속문 등을 통해 검증하였으며, 제6장은 수량사와 부정소의 영역 차이를 규명하기 위해 외국 이론을 검토하고, 수량사와 부정소의 영역을 현대국어를 바탕으로 하여 그 차이점을 논의하였다. 제7장은 월인석보의 수량사 구조와 수의 체계가 지금의 수체계와 다름과 수량사의 결합 양태, 대등 합성어 구조 등을 살폈으며, 제8장은 중기 수량사 구문의 자료를 통해서 영역형성소의 위치, 영역형성소의 의미특성, 수량사의 상관영역 유형, 수량사 구문의 변화 등을 규명하고 있다. 잡지에 게재된 수량사 연구 논문으로는 모두 2 편이 있는데, 모두 수량사 유동(quantifier float) 현상을 다루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유동 양화사의 의미와 활용"(강범모)은 수량사 유동 현상을 범주문법의 관점에서 고찰하면서 명시적인 유동 양화사의 통사론과 의미론을 제시하고 있으며, "수량사 유동 구문의 정보구조"(한정한)는 유동구문의 정보구조와 형식화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분류사는 명사의 수량 표현에서 단위를 표시하고 아울러 명사에 대한 의미 부류를 한정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한국어 분류사의 기능과 범위"(우형식)는 분류사의 본질적인 특성이 단위 표시 기능보다는 대상 명사에 대한 부류화 기능에 있음을 논의하고 있다. 개체화, 수량화는 부류화를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분류사의 기능은 명사에 대한 부류화에 있다는 것이다. 분류사의 부류화 기능은 대상 명사와의 선택 관계를 통해 밝힐 수 있는데, 이것은 두 구성 요소 사이의 유사성과 인접성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지적한다. 또한 이 연구는 한국어의 분류사는 어휘에 의해서 실현되는데, 이들은 통사 위치상의 제약과 의미적 특징에 따라 통시적인 문법화의 과정을 통해 어휘성이 약화되고 문법성이 강화되는 속성을 보여 주며, 따라서 자립명사가 분류사로 쓰이게 되며, 또한 한자어와 외래어가 유입되어 분류사의 범위를 한정하기가 매우 어려움을 논하고 있다. 이 연구가 국어 분류사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인데 반하여, "수 분류사의 특징과 한국어 분류사"(우형식), <한국어 수 분류사의 의미 분석>(이연화)과 "식물성 분류사의 범주화 분석"(우형식)은 국어 분류사의 하위 범주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이다. "수 분류사의 특징과 한국어 분류사"(우형식)는 한국어 분류사의 성격을 이해하기 위한 전단계로 타이어, 일본어, 중국어, 미얀마어 등 관련 언어들의 용례를 통해서 수 분류사의 일반적인 성격을 한국어와 대조하여 살피고, 특히 수 분류사의 기능과 형태에 주목하여, 기능적으로는 수량화와 부류화로 구분하여 그 특징을 분석하고 이들이 형태적으로 실현되는 양상을 범주적 유동성의 측면에서 고찰하고 있다. 석사 학위 논문인 <한국어 수 분류사의 의미 분석>(이연화)은 한국어 수 분류사의 목록을 재작성하고 수 분류사의 특징을 규명하는 것 외에 특히 수 분류사의 의미 자질을 바탕으로 의미 분석하여 그것을 다시 범주화하고 있다. "식물성 분류사의 범주화 분석"(우형식)은 실제 언어 자료를 바탕으로 식물성 분류사의 항목을 작성하고 그것의 쓰임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것은 '그루'와 '포기', '뿌리', '줄기'와 '가지' 등이다. "한·중 양국 한자 분류사의 쓰임 비교"(곽추문)는 한·중 양국 한자어에서 용법이 동일한 분류사 24개와 용법이 동일하지 않은 분류사 15개를 가려뽑고, 특히 용법이 다른 분류사의 쓰임에 대하여 비교·고찰하고 있다. 이밖에도 분류사 연구에 <분류사와 명사 의미 분류>(최민우)가 더 있다.
"미지칭 지시어의 활용과 파생"(김종현)은 '어떠'와 '어찌'를 어기로 삼는 단어들의 형성 원리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그 중 '어떠하-'와 '어찌하-'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았다는 점에 주목하여 형태와 의미 사이의 상관 관계를 설명하고 활용과 파생의 두 가지 영역에서 형태의 교체와 변화를 가능하게 한 요인들을 밝히고 있다. "국어 제외 표지사 '밖에...'와 제외 초점사 '밖에...+부정(否定)'의 의미와 기능"(최규련)은 제외 개념영역에 속하는 국어의 표현들 '밖에...'와 '밖에...부정'은 제외 표지사와 제외 초점사로 구분되는데, 제외 표지사와 제외 초점사는 각각 제외와 보완집합 개념을 통해 밀접한 유대 관계를 보이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현대국어 부정소 '몰(沒), 무(無), 미(未), 불(不), 비(非)'의 의미 비교"(최호철)는 한자어 부정 접두사 '몰, 무, 미, 불, 비'를 의미의 공통 특성과 시차 특성을 체계화하여 그 의미를 명시적으로 밝히고, 이들이 갖는 접사와 어근의 중간적 특성의 범주 설정에 대하여 고찰하고 있다.
단어와 단어 사이의 의미 관계를 다룬 연구가 많지 않은 반면에 한 단어가 가지고 있는 다의성에 대한 논문은 여러 편 발표되었다. <다의 분석을 통한 국어 어휘의 의미 관계 연구>(남경완)는 어휘의 의미 관계로 설정한 포함관계, 대립관계, 유사관계를 바탕으로 다의 분석의 방법과 실제를 제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한 국어 어휘의 의미 관계를 고찰하고 있다. <어휘 지식 베이스를 이용한 단어 사이의 의미관계 결정>(문준혁)은 어휘 지식 베이스(Lexical Knowledge Base, LKB)를 바탕으로 직접적인 의미 관계의 연결이 없는 두 단어에 대해 LKB에 알맞은 정보가 존재하지 않을 경우 이를 효율적으로 추정해내는 방법에 대해 살피고 있다. <합성동사의 대립관계 연구>(김경신)도 의미관계를 다루고 있는 석사 학위 논문이다. 『한국어 타동사 유의어 연구』(김준기)는 현대국어 타동사 가운데서 15개를 골라 그것의 유의어 쌍이 가지고 있는 의미속성을 고찰하고 있다. 유의어 쌍 간의 의미 양상을 파악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 연구에서는 치환 검증법과 성분 분석법을 사용하고 있으며, 15개 타동사 유의어 쌍은 그 성격에 따라 다시 크게 4개의 유형으로 묶어져 있다. 이 연구에서 다루고 있는 타동사 유의어 목록을 유형별로 보면, 이동동사로 '줍다/집다' '뽑다/빼다' '나르다/옮기다' '끌다/당기다' '쏟다/붓다', 분리동사로 '깨다/부수다' '가르다/나누다' '찢다/째다' '가리다/고르다' '끊다/자르다' '까다/벗기다', 접촉동사로 '주무르다/만지다' '비비다/문지르다', 은닉동사로 '감추다/숨기다' '덮다/가리다' 등이다. 연구의 내용을 보면 이들 유의어 쌍이 가지고 있는 의미의 공통성과 차이점을 다양한 변별 기준, 예컨대 타동사에 필요한 목적어와 주어 내지는 행동주와 대상, 또는 이것들의 속성, 도구의 사용과 도구의 속성 등에 의하여 분석하고 있다. 그간의 유의어 연구가 어휘적 또는 형식적 측면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데 반하여 이 연구는 내용적 측면에 관심을 두고 본격적으로 유의관계를 고찰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높다고 할 만하다.
<국어동사 '놓다'의 다의성 연구>(장영숙)는, '놓다'의 기본의미는 {행위자가 대상에 미치는 영향력을 제거하다}로, 원형의미는 {행위자가 대상에 미치는 영향력을 없앰으로 대상이 행위자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다}로 설정하고 이 원형의미를 중심으로 '놓다'의 의미확대 현상을 분석하였다. <'두다'의 다의성에 대한 인지의미론적 연구>(정혜숙)도 같은 성격의 석사 학위 논문이다. "동사 '가다'의 의미"(이기동)는 동사 '가다'의 중의성이 이 동사의 움직임의 형판을 중심으로 은유와 환유에 의해서 확대됨을 고찰하고 있다. 곧, 이 연구는 '가다'의 확장 의미에 쓰이는 은유로, 첫째, 시간은 움직이는 개체이고 시간의 흐름은 공간 속의 이동이며, 둘째, 상태의 계속은 공간 속의 이동이며, 셋째, 과정은 공간 속의 이동이며, 넷째, 소유 이동도 공간 속의 이동이며, 다섯째, 삶은 여행이며, 여섯째, 속성은 소유물이며, 이 밖에 의미 확장에 쓰이는 기제로는 환유와 주관적 이동이 있음을 밝히고 있다.
3.2. 문장 의미
    전통적으로 많은 연구가 몰리는 어휘 의미 연구나 요즈음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발화 의미 연구에 비하여, 문장 의미에 대한 연구는 그 결과가 양적으로 부족한 형편에 처해 있다. 2000년의 연구 결과도 예외는 아닌 듯 싶다.
문법 형태에 대한 연구는 주지하는 바와 같이 그 연구 영역을 어디에 포함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그것이 문장 구성에 직접 참여하고 문장 속에서 문법적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서 문장 의미에 넣어서 살펴본다.
"동사 틀(frame) 의미 요소 연구"(정주리)는 틀 의미론적 관점에서 동사 의미와 문장 의미의 관련성을 고찰하는데, 특히 '질병'과 관련된 개념을 나타내는 문장의 용례를 분석하여 동사의 의미 틀과 그 틀의 요소를 설정하였다. 이는 동사의 통사적 자질인 논항 구조에 대해 출현 가능한 잠재항목을 설명할 수 있도록 틀 의미론적 의미요소를 설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태 의미 존재문에 관한 연구>(박재승)은 국어 존재문에 대한 의미 분석을 시도하고 있는 연구이다.
어미의 의미 기능을 살피고 있는 연구가 여러 편 있다. "접속문 어미 '-고'의 의미 기능 연구(3)"(박종갑)은 접속어미 '-고'로 연결된 접속문 중에서, 선행절과 후행절의 위치를 교체할 때 의미 기능적 유형에 변동이 생기는 경우와 변동이 생기지 않거나 비문 또는 매우 부자연스러운 문장이 되는 경우로 구별하여 전자를 개방적 나열이라 하고 후자를 고정적 나열이라고 구분한 다음, 앞의 유형이 갖는 선형 구조적 개방성은 언어 형식과 실재 세계 사이에 존재하는 도상성(iconicity)의 관점에서, 뒤의 유형이 갖는 선형 구조의 고정성은 언어 형식과 인지 세계 사이에 존재하는 도상성의 관점에서 접속어미 '-고'의 의미 기능을 규명하고 있다. "'-고'에 이끌리는 내포 구문의 의미 해석"(최재희)은 완형 내포문 구성의 '-고' 구문이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가를 고찰하고 있다. 완형 내포문 구성은 '-고' 범주를 지배하는 상위문동사가 표면에 실현되는 구문과 표면에 실현되지 않는 구문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표면 해석에 있어서 앞의 '-고' 구성은 일관되게 [명제 도입]을 상정할 수 있고, 뒤의 '-고' 구성은 [이유 제시]를 상정할 수 있음을 논의하고, 이와 관련하여 이러한 표면 해석상의 차이를 가져오는 통사 구조상의 특성 분석과 '-고' 구성이 가지는 공통적 의미 해석에 대하여 논의하고 있다. "접속어미 '-는데'에 대한 고찰"(윤평현)은 현대국어에서 널리 쓰이는 접속어미 '-는데'의 통사·의미적 특성에 대하여 논의하고 있는데, 통사적 측면보다는 주로 의미적 측면에 대하여 고찰하고 있다. 접속어미 '-는데'는 상황을 도입하는 의미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문맥에 따라서 다양한 의미특성을 보이고 있음을 논의하고 있다. "현대국어 접속어미 '-되'에 대한 고찰"(윤평현)은 현대국어의 글말에서는 그런 대로 유지되고 있으나 입말에서는 그 쓰임이 줄어들고 있는 접속어미 '-되'에 대한 고찰이다. 이 연구는 접속어미 '-되'의 주된 의미 기능이 선행명제와 후행명제를 정언과 부가 관계로 이어주는 것이며, 따라서 '-되'는 부가관계 접속어미로 규정할 수 있음을 논의하고, 아울러 '-되'의 통사적 특성과 의미 특성에 대하여 살펴보고 있다. <{-아/어-, -게-, -지, -고}의 의미·통사적 연구>(이수정)는 {-아/어-, -게-, -지, -고}의 다양한 분포를 토대로 그 의미·통사적 특징을 체계화하고 있다. 이들 어미의 기본적인 의미·통사적 특성은 선행요소와 후행요소들이 여러 가지로 이어지는 관계 속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되는데, 이와 같은 사실에 기초하여 이들 어미에 선행하는 요소와 후행하는 요소들이 무엇이고, 이 요소들의 의미 자질은 어떠한 것이며, 이들 어미와 어떠한 관계를 유지하는지를 파악하였다. 그리하여 이들 어미의 가장 기본적인 의미·통사적인 특성을 밝히고 있다.
추측표현과 관련되는 세 편의 논문을 볼 수 있다. "한국어 추측표현의 의미 차이에 관한 연구"(김동욱)는 추측 형식인 'ᄂ 것 같다', 'ᄂ 듯 하다'와 'ᄂ가 보다', 'ᄂ 모양이다'를 살폈고, "{듯하다}, {듯싶다}, {성싶다}의 의미 차이"(이기종)는 논문 제목에 드러난 것처럼 '듯하다', '듯싶다', '성싶다'를 살폈다. 전자는 이들 추측 형식의 의미특성을 화자가 자신의 판단에 대해 주체적인 태도를 취하는가, 객체적인 태도를 취하는가 하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 분석했는데, 'ᄂ 것 같다'와 'ᄂ 듯 하다'는 주체적인 태도를, 'ᄂ가 보다'와 'ᄂ 모양이다'는 객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후자의 연구는 {듯하다}, {듯싶다}, {성싶다}가 사태에 대한 화자의 심적 세계를 표상한다는 사실에 입각하여 이들을 양태 범주로 다루고 있다. 화자의 주관에 투영된 세계의 표상은 발화 행위 이전에 화자가 언어외적 세계에 대해 갖는 화용적 전제에 따라 표현 형식이 달라진다는 데에 착안하여, {듯하다}, {듯싶다}, {성싶다}의 양태 의미특성과 담화·화용론적 의미를 통해 이들의 주관화 정도 및 의미 차이를 살피고 있다. 추측 표현의 다른 한 방식인 '-겠-'과 '-을 것이-'는 이전에도 많이 다루어졌던 주제인데, <'-겠-'과 '-을 것이-'의 의미차이에 대한 인지언어학적 연구>(장원철)는 이 두 표현의 의미 차이를 화자와 청자 사이의 발화에서 나타나는 맥락의 공유 여부를 기준으로 하여 밝히고자 한다. 화자와 청자가 <맥락 정보>와 <스키마>를 어떻게 공유하느냐에 따라 '-겠-'과 '-을 것이-' 중 하나를 선택함을 밝히고 있으며, 이를 통해 완곡어법과 반어법에 쓰이는 '-겠-'의 특성을 살피고 있다.
근자에 연어(collation)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언어 자료의 전산 처리가 가능함에 따라 문장 구성의 여러 유형을 살필 수 있는데, 그 가운데서 연어는 중요한 연구 대상으로 부각될 수 있다. 연어의 개념은 아직 이렇다할 만한 정의가 나와 있지 않은 실정이다. 그러나 둘 이상의 단어가 연결되어 있을 경우 이들을 낱낱의 단어로 분리시키지 않고 통합된 단위로 파악해야 할 어군(영어학 사전, 1990:217)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그런데 연어 관계를 구성하는 어군들은 일반적으로 출현 환경에서 공기제약 또는 선택제약과 같은 통사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특성은 인접한 두 단어에서뿐만이 아니라 인접성에 관계없이 두 단어가 한 문장 안에서 자주 함께 등장할 때도 드러난다. 따라서 연어 구성은 연구자에 따라서 그 연구 대상에 매우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 동일 발화 내에서 거기에 참여하는 단어들이 이루는 모든 결합관계를 연어로 보는가 하면, 극히 제한적이고 빈도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결합관계만을 연어로 보기도 한다. 또한 내용어들끼리의 결합관계만을 연어 구성으로 보는가 하면, 내용어와 기능어, 혹은 내용어와 구 또는 절과의 결합관계까지를 연어 구성으로 보기도 한다.
『연어 연구』(김진해)는 국어 연어에 대한 연구로 최초의 단행본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연구서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첫 부분은 연어를 정의하고 그것의 일반적 특성을 논의하고 있으며, 두 번째 부분은 연어 전체에 대한 유형을 분류하고, 세 번째 부분은 연어를 통한 계열관계의 변화와 연어 구성이 갖는 의미 기능을 논의하고 있다. 이 연구는 연어를 광의의 연어와 협의의 연어로 구분하여 정의하는데, 광의의 연어는 통사·의미론적으로 관련을 맺고 있는 어휘가 동일한 문맥에서 동시에 나타나는 어휘들의 공기관계로, 협의의 연어는 특정 어휘가 다른 어휘를 요구함으로써 발생하는 어휘소들 간의 제한적 공기관계로 규정하였다. 연어적 특성은, 첫째, 연어는 심리적 현저성이 높은 구성이며, 둘째, 연어는 몇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는 공통의미를 구현하며, 셋째, 연어 구성은 하나의 통사적 결합체로 재구조화하기 때문에 구조 변형에 제약이 따르는데, 이러한 제약은 구성요소의 의미 전이 여부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며, 넷째, 연어는 특정 언어집단에 의존적이어서 개별언어마다 그 양상이 다르고, 동일 언어 내에서도 지역·계층·직업·장르에 따라 다른 결합 양상을 보이는 것이라고 하였다. 연어의 유형은 우선 내용어끼리 결합하는 어휘적 연어와 내용어와 기능어가 결합하는 형태·통사적 연어로 대분류한다. 어휘적 연어는 다시 선택어의 통사적 범주에 따라 전제적 연어와 습관적으로 특정 어휘가 긴밀하게 결합하는 관습적 연어로 하위 분류하고, 형태·통사적 연어는 선택어의 통사적 범주에 따라 부사에 의한 연어, 의존명사에 의한 연어, 보문동사에 의한 연어로 하위 분류하였다. 연어 구성의 의미적 특성에 대한 고찰은, 의미 관계의 변화 양상을 동의관계, 대립관계, 상하관계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이를 통해 연어는 기본적으로 결합관계와 관련되지만 계열관계의 변화를 수반하며, 또한 체언에 결합하는 용언이 수행하는 의미기능 중에는 [기동][피동][원인][행위] 등을 추출할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앞의 연구가 연어 구성에 대한 언어학적 고찰인데 반하여, "한국어 연어 정보의 분석·응용에 관한 연구"(홍종선·강범모·최호철)는 연어 구성 표현의 정보를 계량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이 연구는 대규모 한국어 자료에서 나타나는 연어 표현을 통계화하고 그 결과를 분석 설명하고 있다. 고빈도 순서의 원칙에 따라 체언 100개와 용언 100개를 연어 관계를 찾을 대상어로 삼았는데, 이 연구에서는 이 가운데서 체언 5개, 동사 5개, 형용사 5개의 대상어에 한해서 통계를 제시하고 있다. 연어의 범위는 공기 출현 빈도성에 근거하고, 공기 조건을 인접어와 관계어에 두었으며, 인접어는 대상어에 대해 흔히 설정하는 검색 공간으로 좌우 2어절로 잡았고, 관계어는 대상어에 대해 주어, 목적어와 보어, 수식어만을 설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조건으로 1,000만 어절을 축소한 자료를 조사·통계화하여, 그 결과를 표로 제시하고 설명을 붙이었다. 통계표가 보여주고 있는 결과가 국어의 연어 연구와 연어 관계의 정보에 시사하는 바가 많을 뿐만 아니라, 방대한 통계화 작업만으로도 이 연구의 가치를 높이 살 만하다. "국어 말모둠의 연어 관계 표지화 방안"(홍종선·이동혁)도 전산 자료를 이용하여 연어 관계의 표지화 문제를 고찰하고 있다.
3.3. 발화 의미
    발화 행위에 대한 연구가 많은 것은 그것이 요즈음의 주된 관심 분야이기 때문이다. 2000년의 연구에서도 화행 특히 간접화행에 대한 연구 논문이 많은 편이고, 화용 표지에 대한 논의도 적지 않다. "부가의문문의 발화 형식과 의미 기능"(김종현)은 부가의문문의 발화 행위가 성립하기 위한 조건을 화자와 청자 사이에서 설정되는 인식양태 의미에 의해 파악할 수 있음을 제시하고, 이로부터 화자의 발언 동기가 요청의 위계를 설정하는 데에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부가의문문은 화자가 주관적 관점이나 태도를 표현하면서, 이에 대응하는 상대방의 대답이 일정한 방향으로 나타날 것을 기대한다는 점에서 부가의문문의 발화 형식은 기능적으로 요청의 위계를 내재하고 있으며, 이것의 기저에는 양태 의미가 자리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청유 화행에 대한 수락과 거절"(장경희)은 청유에 대한 수락의 응대와 거절의 응대를 수행하는 방법을 살피고 있다. 수락의 응대 또는 거절의 응대는 대부분의 경우 간접적인 형식에 의해 수행되는 것과 응대 화자의 평가 태도, 실천적 태도, 정서적 태도 등을 수반하거나 전달하고 있음을 살피고 있다. "판정 질문에 대한 긍정과 부정"(장경희)은 명제 내용의 진위에 대해서 판정을 요구하는 판정 질문의 응대 방법을 살피고 있는데, 판정 질문에 대한 응대가 매우 다양한 방법으로 수행되고 있음을 여러 유형에 따라 상세하게 고찰하였다. <대화의 원리와 문답 표현에 대하여>(한득재)는 문답 표현의 화용론적 양상을 살피고 있는데, 주로 성공적인 대화를 위한 문답 표현의 특성을 '협력의 원리'(Grice 1975)의 네 가지 격률을 바탕으로 하여 논의하고 있다. "반어적 의미의 규정 방식과 그 성격에 대하여"(박성철)는 언어적 의사소통의 본질적 특징들에 대한 고려를 기반으로 반어적 발화가 이 특징들을 가장 잘 보여주는 한 가지 언어행위방식이라는 가정 아래, 구체적으로 반어적 발화의 협동적, 간주관적, 파트너지향적 성격을 밝히고, 화자가 의도하는 반어적 의미에 대한 고찰을 중심으로 반어적 발화의 언어이론적 관여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간접화행』(이준희)은 필자가 1999년에 제출한 박사 학위 논문을 다시 고쳐서 출판한 것인데, 이 연구는 주로 문장어미를 중심으로 국어의 간접화행을 고찰하고 있다. 이 연구는 대강 네 가지의 논의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째, 간접화행과 직접화행의 개념 정의, 둘째, 발화의 적정조건, 셋째, 간접화행의 해석 과정의 고정성과 비고정성, 넷째, 간접화행의 고정적 기능과 부정적 기능 등이 주된 논의 대상으로 간접화행에 대한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좀'과 '조금'"(주경희)은 기존에는 '좀'과 '조금'을 동일한 범주로 분류하거나, 둘 중 하나만을 대표 형태로 제시하였지만 여러 상황에서 비교한 결과 서로 구별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조금'은 비교적 일정한 개념적 의미를 실현하나 '좀'은 상황에 따라 다양한 의미 실현을 하며, 각기 서로 다른 조사 공기 제약 현상이 나타나는 등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대화에서의 '좀'의 기능"(주경희)도 앞의 논문과 거의 동일한 논지를 펼치면서 논의 초점을 '좀'에 두고 있다. 의문사 '왜'에 대한 화용적 기능을 논의한 것으로 두 편의 논문이 있다. "'왜'의 함축 의미 연구"(정윤희)는 '왜'가 지니고 있는 함축 의미와 담화표지로서의 기능을 고찰하고 있는데, '왜'의 함축 의미로는 [후회] [원망] [비난] [따짐] [명령] 등이 있고, 담화 표지로서의 '왜'는 [확인] [부정]의 기능을 갖는다고 주장한다. "{왜}의 화용 기능"(김영란)은 '왜'의 화용 기능을 [의문 제기]라는 공통 의미가 서로 조금씩 다르게 쓰이면서 생겨난 것으로 보고, '왜'의 기본 기능은 이유에 대한 정보 요구이며, 확대 기능은 행위나 상태 변화를 요구하거나 개념 활성화를 요구하는 것으로 보았다. "'거시기'의 문법화"(박근영)는 '거시기'가 '(지시 대명사>) 미지시 대명사 > 담화 표지'의 방향으로 문법화하는 변화 과정을 보이고, 아울러 미지시 대명사 '거시기'와 담화 표지 '거시기'의 의미에 대하여 논의하고 있다. "구술텍스트 형성에 있어서의 화자 태도"(이정애)는 구술텍스트의 형성과정에 나타나는 화자의 태도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연구는 구술텍스트의 분석을 통해 화자는 구술하는 사건 속의 사람이나 사물과 동일시하는 정도에 따라 다르게 서술하고 있으며, '-것이다', '-말이다', '-모양이다'라는 언어표현을 통해 구술텍스트의 명제에 대한 태도를 표출하고, 이야기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화용표지를 사용함으로써 다양한 담화적 효과를 노리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국어 화맥 조응 대명사의 장거리 결속에 대하여"(김광희)는 담화 맥락에서 결속되는 대명사의 장거리 결속 현상을 핵어문법(HPSG)의 시각에서 분석하여 화맥 조응의 기저에 상황을 구성하는 정보소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 보조언어의 화용적 기능을 다룬 논문으로 "한국인 손동작의 의미와 화용"(김영순)이 있다. 이 연구는 기호화된 언어와 구두화된 언어를 인간의 동작 체계로 통합하기 위해 통합 기호학적 접근을 적용하여 한국인 손동작의 의미와 화용을 분석하고 있다. 동작언어가 우리 언어생활에서 직접적이면서 아주 중요하게 쓰이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3.4. 텍스트언어학적 연구
    단행본으로는 『본문언어학』(전병선)이 있는데, 이 책은 출판사 박이정에서 출간하고 있는 '조선 언어학 연구 총서'의 세 번째 것으로, 북한의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에서 1995년에 간행한 동일 책명의 것을 영인한 것이다. 책의 내용을 목차에 따라 대략 살펴보면, 제1장은 본문언어학의 개념과 특성 및 실용과 본문언어학의 발전 과정을 소개하고, 제2장은 본문의 구성, 본문의 언어단위와 단락 및 변형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제3장은 문장구획법에 대하여 중점적으로 논의하고, 제4장은 본문의 연결 수단을 의미적 연결, 형식적 연결, 수사학적 연결로 나누어 살펴보고, 아울러 본문의 구조적 관계와 본문 구조의 단계에 대하여 설명한다. 제5장은 본문의 언어단위의 경계 확정과 경계 확정을 위한 수단에 대하여 설명하고, 제6장은 본문의 의미중심을 개관적으로 소개하고 그 유형과 작용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끝으로 제7장은 본문의 분석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문법론적 분석, 의미론적 분석, 정보론적 분석, 언어실용론적 분석, 수사학적 분석 및 담화분석과 본문의 입말이야기의 구조분석을 실례와 함께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그 동안 이 분야의 연구자들 사이에 복사물이 비공식적으로 유통되어 읽혀져 왔던 것인데 이와 같이 공간이 되어 널리 볼 수 있게 된 것은 퍽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의 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에서 기획한 조선어학전서 65책이 머지않아 발간될 것이라 하니 이에 대한 기대도 적지 않으며, 아무쪼록 이와 같은 남한과 북한 사이의 학문적 교류가 활발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2000년은 텍스트 언어학의 이론 정립과 이에 기댄 연구 또한 대단히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특히 한국텍스트언어학회에서 발간하는 잡지 『텍스트언어학』을 통하여 많은 논문이 발표되고, 이 밖에도 여러 편의 논문이 여러 학술지에 실려 있다. "텍스트학과 문예학"(고영근)은 언어기호와 문학기호를 합하여 '텍스트 기호'라 부르고, 텍스트기호의 '텍스트다움'을 가려내는 작업을 시도하여 언어학과 문예학을 통합하는 '언어문학'이라는 독자적인 분야를 창출한다는 목표를 설정하였다. 텍스트다움을 판정하는 기준으로 형식적·의미적 결속장치인 응결성 장치와 심층적인 의미망인 응집성을 세운 다음, 윤선도의 <오우가>를 분석하고 있다. "<월인천강지곡>의 운율성"(고성환)은 음운론적 장치인 운율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월인천강지곡>의 텍스트성을 살피고 있다. 이 연구는 <월인천강지곡>이 대구의 형식으로 되어 있으면서 선텍스트를 따로 가지고 있는데, 대응구의 음절수를 고려하여 선텍스트의 고유어를 한자어로 바꾸는 등의 어순재배치를 통해 대구되는 두 시행이 형식적 제약을 지키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특히 실용문 텍스트를 분석한 논문들을 다수 접할 수 있다. "우리나라 판결문의 텍스트성에 대한 연구"(김광해)는 우리나라 법조계에서 산출되는 판결문의 텍스트성을 살피고, 그 결과를 통해 문장교육을 효과적으로 전개하기 위하여 필요한 메타언어를 귀납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판결문들은 국어 문장으로서 갖추어야 할 텍스트성의 완성도가 미진하여 정확한 뜻을 파악하기 어려우며, 이러한 문제점은 다른 여러 분야에서 산출되는 텍스트들도 동일하게 안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신문텍스트의 대화성과 행위 유형"(박용익)은 하르베크(1979)가 말한 일종의 텍스트 우주적 성격을 갖는 신문 텍스트 내의 대화적 텍스트 유형에 대해 살피고 있다. 신문텍스트에서 대화성 혹은 대화적 의사소통 형태가 선행 신문텍스트와의 관계 속에서 구현됨을 입증하고 있다. 이러한 대화의 유형은 신문을 매체로 한 신문텍스트의 작성자와 독자 사이의 대화, 보도자와 피보도자 사이 그리고 피보도자와 피보도자 사이의 대화, 독자의 직접 참여에 의한 대화, 신문사와 신문사 사이의 대화, 한 신문 내에서 신문텍스트와 신문텍스트 사이의 대화성, 대화체의 신문텍스트 작성 등이 있다. "신문 사설의 논증 구조 분석"(민병곤)은 논증 구조의 개념을 밝히고 신문 사설에서 논증 구조를 예시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그것이 국어 교육에서 어떤 의의를 가질 수 있는지 살피고 있다. 논증 구조란 텍스트의 상위구조로서 텍스트의 내용을 담는 형태 구조로 논증 구조에 대한 이해는 텍스트 내용의 이해와 생산을 용이하게 하고 합리적 사고의 기반을 제공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논증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 내용은 논증 구조뿐만 아니라 논증적 사고 및 표현과 이해의 제 국면을 포괄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논증 구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토의 토론의 방법을 익히는 것은 국어과 교육 고유의 몫이라고 보았다. 이는 논증 구조가 언어를 사용하여 이루어지는 사고의 구조이며 국어과 교육의 성격이 언어와 언어 사용의 문제와 관련하여 인지와 초인지 활동을 두루 포괄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광고 전략과 언어적 중의성"(최형용)은 광고 전략의 하나로써 언어적 중의성이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가를 살피고 있다. 다의성에 의한 것보다는 동음성에 기반한 것이 주로 광고 전략의 하나로써 이용되는데, 이러한 중의성의 해소 과정이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기 때문에 광고의 전략으로 활용된다고 하였다.
문학 작품을 텍스트 언어학적 방법론에 입각하여 분석하는 연구가 예년에는 적잖게 있었던 데에 반하여 2000년에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시 텍스트의 언어학적 분석 시론>(서승아)는 황지우의 시를 대상 텍스트로 하여, 시인의 문체적 특성을 파악하고 텍스트언어학적 해석과 통보 체계, 상호텍스트성 등을 고찰하고 있다.
3.5. 인지언어학적 연구
    인지언어학이 언어학의 큰 흐름으로 자리잡으면서 인지이론에 입각하여 언어현상을 분석하는 연구가 아주 많아졌다. 앞의 여러 분야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특히 은유 연구나 단어의 다의성을 고찰하는 연구에서 이 이론이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우리는 보았다. 이 곳에서는 인지언어학의 이론적 접근 또는 인지이론을 적용하였지만 앞에서 언급하지 않았던 연구에 대하여 정리하고자 한다.
우선 인지언어학의 기본적인 개념을 소개하고 있는 글들을 몇 편 접할 수 있다. "인지언어학의 이해"(이수련)는 인지언어학의 특징을 변형문법과 관련지어 그 원리를 설명하고 인지언어학의 방법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으며, "인지의미론의 의미 해석 방법"(전수태)은 인지의미론의 기본을 이루는 용어에 대한 설명과 함께 의미 해석의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화'의 개념화 양상"(임지룡)은 인지언어학의 체험주의와 민간 모형의 원리를 통하여, 우리 인간의 기본 감정의 하나인 '화'의 개념화 양상을 논의하고 있다. 이 연구는 '화'와 관련된 의미장, 관습적 표현의 환유 및 은유적 양상, '화'의 개념화 모형 등을 검토하고 있는데, 이는 이제까지 인간의 감정을 언어 연구의 중요한 대상으로 삼지 않았던 관행에 신선한 자극을 주는 연구라고 할 만하다. "정신공간을 통한 시제의 의미 분석"(이종열)은 Fauconnier의 정신 공간 이론을 통해 국어 시제의 의미가 특정한 담화 상황을 통해 어떻게 형상화되고 인식되는지를 고찰하면서, 현재 시제, 과거 시제, 미래 시제와 토대공간, 관점공간, 초점공간의 영역과의 관계를 논의하고 있다. "풀이소유월의 도식 연구"(이수련)은 소유 표현으로 크게 풀이소유와 매김소유로 나누고, 풀이소유는 다시 상태와 이동으로 나누어, 이들 소유표현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도식을 통하여 고찰하고 있으며, "조건월의 인지론적 해석"(이수련)도 같은 성격의 연구에 속한다.
은유 연구의 논문이 2000년에도 다수 발표되었다. 은유 연구의 방법으로는 전통적인 은유 이론에 기댄 것과 인지의미론에 기댄 것으로 대별할 수 있을 것인데, 근래의 연구가 주로 후자의 입장에 서 있는 것도 한 특징이다. 이것은 인지이론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결과이며 최근의 은유 연구의 큰 흐름이기도 하다.
『한국어 은유 연구』(박영순)는 국어 사용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은유 표현을 다면적으로 고찰하고 있는 저서이다. 이 책은 은유의 개념, 은유의 구조, 은유의 종류와 은유의 표현 양상, 은유가 가지는 문자적 의미와 은유적 의미의 관계, 은유의 생성 원리, 은유의 해석, 은유의 교육, 시대에 따른 은유의 변화 양상 등 다양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국어의 은유를 가장 폭넓게 다루고 있는 최초의 은유 연구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은유의 의미를 통해서 본 생각(idea)의 개념화에 대하여"(박영순)는 한국어와 영어에서 발견되는 은유를 통해 사람들이 착상(idea)을 어떻게 개념화하고 있는가를 살피고 있다. 사람은 문법과 어휘 능력에 의해서만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상상력, 창의력과 같은 인지능력을 동원하여 새로운 범주화와 새로운 개념화를 할 수 있고, 그러한 범주화와 개념화에 의거하여 새로운 은유들을 거의 자유자재로 생성하는데, 이런 은유는 국어와 영어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언어보편적인 면을 드러낸다고 보았다. "착상(idea)의 개념화 은유에 대한 고찰"(박영순)도 거의 같은 논지의 연구이다. "국어 은유의 표현 양상"(신동일)은 은유가 생성면에서 인지구조에 해당되며, 생성은 곧 원래 어휘를 확장 사용한 결과로 표현되므로 기능면에서는 의미변화의 유형에 해당됨을 지적하고 있다. "은유 표현에서의 단어의 선택과 해석 원리"(최경봉)는 은유 표현을 단어의 문맥 내 의미 확장 현상의 일종으로 파악하고, 이 과정에서 'Q-구조'라고 명명한 단어 의미 구성과 의미장의 정보를 활용하여 은유 표현의 생성과 해석 과정을 어휘 규칙화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친족어의 은유 연구>(정종수)는 레이코프와 존슨의 은유 이론을 통해 국어 친족어 은유의 체계를 살피며 은유를 통한 친족어의 의미범위 확장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각 친족어 별로 개념적 은유가 나타나는데, 이들은 비슷한 유형에 따라 묶이고, 이들 사이에서 더 상위의 개념적 은유가 도출되어 개념적 은유들끼리 계층적 구조를 띠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와 함께 은유로 인해 친족어의 의미가 전이되어 다의어를 생성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의미의 전이도 개념적 은유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밖에도 은유를 다룬 석사 학위 논문들이 몇 편 있는데, <친족어의 은유 연구>(정종수), <구조언어학 모델 구성에서 은유의 역할>(신정애), <영어와 한국어의 은유표현에 관한 연구>(정성열) 등이 그것이다.
3.6. 기타
    의미 변화에 대한 연구가 전무하다 싶은 터에 "Ullmann의 의미 변화 이론과 그 적용(Ⅱ)"(마성식)은 Ullmann의 의미 변화 이론 체계를 다시 한번 되새겨 주고 있다. The principle of Semantics (1957)와 Semantics: An Introduction to the Science of Meaning (1962)를 비교하여 전자가 의미의 변화 원인을 기능적인 면에 치중했다면, 후자의 것은 변화에 관한 전반적인 문제를 주제별로 구분하여 다루었다는 점에서 더 가치가 있는 것임을 지적하고 있다.

4. 사전편찬학
    2000년은 사전편찬과 관련 있는 단행본의 출간이 미미했던 한 해였다. 사전 편찬에 직접 관계되는 연구서는 『한국어 사전의 역사와 변천』(이병근)이 유일하고, 사전류로는 『한국어 동음어 사전』(김병균)이 유일한 저작이다.
    『한국어 사전의 역사와 변천』(이병근)은 그 동안 저자가 발표한 사전 또는 사전 편찬 관련 논문을 모은 것이다. 사전편찬학은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초창기에 있다고 하여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인데, 이 불모지에 본격적으로 싹을 틔우는 일을 필자가 맡아서 해주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이 책에 수록된 논문들은 초창기 사전편찬학 연구에 나침반으로서 막중한 소임을 수행하였을 뿐만 아니라, 다시 한 권의 책으로 묶여져 나온 지금도 후학들에게 사전 편찬 연구에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다. 이 책은 모두 두 영역으로 나뉘었는데, 제1부는 사전 편찬의 사적 고찰 내지는 사전의 비교 고찰을 주로 다룬 것으로 9 편의 논문이 들어 있고, 제2부는 사전 편찬의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6 편의 논문이 들어 있다. 그리고 부록에는 한국어 어휘론의 역사를 개괄적으로 소개한 영문 논문과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국어 사전인 조선광문회의 <말모이>를 소개한 글이 들어 있다. 하나의 음성에 하나의 의미만 결합하는, 다시 말하면 언어의 형식과 내용이 일대일 대응 관계로만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은 이제 상식에 해당하는 일이다. 하나의 음성에 둘 이상의 의미가 결합하는 언어적 현상은 결국 다의어와 동음어로 나타나게 되는데, 『한국어 동음어 사전』(김병균)은 한국어 동음어만을 모아서 엮어놓은 사전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국어에는 아주 많은 동음어가 존재하는데 이 사전은 그것만을 한 자리에 모아 놓은 것이다. 국어의 언어 현상을 보여주는 특수 목적 사전들이 하나둘씩 간행되고 있는 형편에서, 동음어라고 하는 어휘 집단을 모은 사전이 나오게 된 것은 가치 있는 일이다. 특히 이 사전은 북한어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통일 후에 있을 수도 있는 언어적 혼란을 막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어사전을 베고 잠들다』(장승욱)는 우리가 일상적인 언어생활에서 의문을 품거나 한번쯤 생각에 잠겨볼 만한 단어의 쓰임 또는 어원에 대한 수상을 담고 있어서 일반 독자들이 쉽게 읽어볼 수 있는 책으로 본격적인 연구서와는 거리가 멀다.
    1999년에 간행된 『표준국어대사전』의 편찬 과정과 지침을 상세하게 보여주고 있는 『≪표준국어대사전≫ 편찬 백서』와 『≪표준국어대사전≫ 편찬 지침 Ⅰ』, 『≪표준국어대사전≫ 편찬 지침Ⅱ』을 국립국어연구원에서 연구보고서 형식으로 펴내었는데, 이것들은 이 사전의 전모를 알아보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국립국어연구원에서는 『새국어생활』 제10권 제1호에서 '『표준국어대사전』 발간'을 특집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 사전에 관련된 여러 가지 사안들을 이해할 수 있다. 여기에는 국립국어연구원에서 1992년에 사전 편찬을 시작하여 1999년 11월 말에 3권의 『표준국어대사전』이 나오기까지의 경과를 상세하게 보고 형식으로 소개하고 있는 "『표준국어대사전』 편찬 경과"(조남호)를 시작으로,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표제어부터 발음 및 활용 정보, 문법 정보, 뜻풀이, 참고 정보, 용례 등 사전의 미시구조에 해당하는 내용의 특징을 다루고 있는 "『표준국어대사전』의 특징"(최혜원), 『표준국어대사전』이 취하고 있는 어문 규범의 원칙과 언어 현실의 문제를 다룬 "『표준국어대사전』에 반영된 '어문 규범'의 원리와 실제"(정희창) 등 모두 8 편의 글이 실려 있다. "『표준국어대사전』 수록 정보의 통계적 분석"(정호성)은 주·부표제어 508,771 개에 대한 여러 가지 통계 자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아주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글이다. 표제어의 품사별 분류, 주·부표제어의 원어별 분류, 주·부표제어의 자모별 개수 등 여러 정보를 통계 처리하여 보여주고 있는데, 예컨대 관용구는 2,272 항목의 표제어에 모두 4,623 개의 실려 있고, 거기에는 북한에서 쓰이는 것도 885 개가 포함되어 있으며, 속담은 3,358 항목의 표제어에 모두 9,475 개가 실려 있는데 역시 북한의 것도 2,622 개가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해설 또는 소개의 글뿐만 아니라 이 사전이 가지고 있는 장점과 단점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는 글도 실려 있는데, "『표준국어대사전』에서의 정의(뜻풀이)에 대하여"(이병근)에서는 미시구조의 핵심인 표제항의 정의(뜻풀이)를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고, "문제점이 많은 표준 국어 대사전"(조재수)은 사전이 기존의 국어사전들과 전문술어사전, 백과사전 및 북한어까지 한데 모은 사전이기 때문에 '표준 국어 대사전'이라기보다는 '종합 어휘 대사전'이라는 비판적 결론과 함께 이 사전에서 문제가 되는 것들을 아홉 가지 영역에 걸쳐 일일이 논박하고 있다. 사전의 표제어 설정 기준은 사전의 거시 구조와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요체이며, 그 가운데서 동형어 처리는 간과할 수 없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용언의 동음이의어의 설정 기준에 대하여"(이희자)는 『표준국어대사전과』과 『연세한국어사전』을 중심으로 하여 동형어의 처리 문제를 비교·분석하고 있다. 이 연구는 동형어 분할의 기재로서 가장 전형적인 것은 의미를 중심으로 하는 것이고, 의미를 기준으로 한 것에서는 용언의 본질적 특성인 격틀의 다름을 근거로 삼을 있으며, 비유적으로 전이되어 쓰이는 의미의 상이성은 그 기재가 될 수 없음을 지적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언어정보개발연구원에서 발행하는 『사전 편찬학 연구』는 아직 일천한 연구 역사를 가진 우리의 사전 편찬학 연구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올해도 7 편의 논문을 실은 『사전 편찬학 연구』 제10집이 나왔는데, 게재된 논문들이 대체로 사전을 편찬할 때 있을 수 있는 여러 가지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현실 언어에 기반을 둔 실용적인 국어 사전을 만들기 위하여 고려해야 할 문제들을 표제어 중심으로 논의하고 있는 "국어 사전 편찬과 현실 언어의 수용"(홍종선), 우리가 언어 생활에서 지켜야 할 기준에 따르는, 이른바 규범 사전을 편찬할 때의 여러 문제점을 경험을 통하여 정리한 "규범 사전 편찬의 제 문제"(조남호), 『연세한국어사전』의 명사 기술 패턴을 분석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국어 명사의 어휘망 시스템을 구상해 보이고 있는 "한국어 명사의 어휘망 구축에 대한 기초 연구"(김한샘), 어휘체계의 통합관계가 고려되는 문법 정보 중 문형에 관한 정보를 초등 학생용 국어 사전에 제시할 수 있는 방법을 고찰하고 있는 "초등 학생용 국어 사전에서의 문형 정보 제시 방안"(이병규) 등이 사전 편찬 과정에서 직접 접할 수 있는 현실적인 과제들을 담고 있는 연구들이다. "말뭉치를 이용한 국어 어휘 의미 기술에 대하여"(이희자)는 말뭉치 기반 언어 연구를 통하여, 전산 기술의 발달에 의지하여 자연적으로 나타나는 광범위한 언어 자료에 바탕을 둠으로써 언어 이론적 접근법과는 차별화된 언어 기술을 할 수 있음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있으며, "사전에서의 동형어 구별을 위한 새로운 제안"(유현경)은 사전에서의 실질적인 동형어 구별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기존의 국어사전에서 동형어 구별을 위한 방법으로 어깨번호를 다는 것이 통상적인 방법이었는데, 이 연구에서는 어깨번호를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동형어 구분 방법으로 '구분자'라는 개념을 도입할 것을 제안하고 그 원칙과 유형, 표제어의 범주에 따른 구분자의 특성을 논의하고 있다. 이와 같이 국어 사전 편찬에 있어서의 실질적인 문제에 대한 관심은 그 밖의 연구에서도 여러 편 찾아볼 수 있는데, "국어 사전에서의 외래어 접두사"(박형익), "국어 사전에서의 전문용어의 정의와 분류"(박형익)도 실질적인 사전 기술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국어에서 오랫동안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이른바 지정사와 존재사의 사전적 처리 문제도 논의되었는데, "국어사전에서의 지정사의 활용 정보"(배주채), "'있다'와 '계시다'의 품사에 대한 사전 기술"(배주채) 등이 그것이다.
    전자 사전과 관련된 논의도 두 편이 있다. "전자 사전 개념을 이용한 한국어 사전 편찬"(김현권·허용)은 전자 사전 구축을 위한 이론/응용 어휘부의 개념을 이용하여 언어 사전을 구성하고 기술하는 방안을 고찰하고, "국어 정보화와 용언 전자 사전 구축"(권재일)은 국어 정보화 연구는 국어학계가 새로운 세기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과제임을 강조하면서 그 실현의 하나로 국어 정보 처리와 전자 사전 구축의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우리말 어원사전」에 대한 평가와 과제"(김무림)은 본격적인 어원사전으로는 최초라고 말할 만한 『우리말 어원사전』(김민수 편)의 편찬 경과와 국어학적 의의와 함께 이 사전이 안고 있는 문제점과 그에 따른 개정 방향을 고찰하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사전 편찬을 위해서 이론적이면서도 실질적인 논의를 보이는 연구도 몇 편 볼 수 있다. "결합설명 사전의 기술 방법론"(이병근·박진호)은 I. A. Mel'čuk과 그의 동료들이 개발한 결합설명 사전(Dictionnaire Explicatif et Combinatoire, DEC)의 어휘기술 방법론을 살펴보고 있다. DEC가 단어들 사이의 어휘관계를 표상하는 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이것을 체계적이고 명시적으로 기술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어휘함수(fonction lexicale)라는 장치를 창안하였는데, 이 연구는 결합설명 사전의 거시구조 및 미시구조와 함께 어휘함수에 대하여 고찰하고 있다.

5. 맺음말
    지금까지 2000년에 이루어진 어휘론·의미론·사전편찬학 분야의 연구 성과와 흐름을 소략하게 살펴보았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아주 방대한 양의 연구물이 생산되었으며, 그 내용에 있어서도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어휘론은 여러 가지 다양한 주제에 많은 연구 실적을 얻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옛글에서부터 개화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어휘 자료의 수집과 해석, 분류 등의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지명 연구 또한 옛지명과 지금의 지명에 대한 연구가 적절한 분포로 이루어지고, 지명에 붙는 선·후부 요소들에 대한 연구도 많은 성과를 얻고 있다. 어휘 자료와 지명 연구는 특히 전산 처리의 도움을 크게 받을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많은 연구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어휘장에 대한 연구 성과가 양적으로 질적으로 괄목할 만큼 늘어난 것도 2000년도의 한 특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항상 아쉬운 것은 어원 연구이다. 단편적인 소개의 글이나 소논문 형식의 것은 여러 편 발표되고 있으나 이것들을 결속해 내는 전체적인 작업에는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의미론 분야의 연구 또한 많은 실적을 내고 있다. 어휘 의미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어휘론 영역과 여러 모로 겹치기 때문에 따로 논의하는 것이 어려운 데가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한다고 해도 어휘론에 비하여 어휘 의미를 다룬 논의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에 속한다. 그리고 연구 주제별로 볼 때도 폭넓고 다양하게 이루어졌다고 할 수 없다. 특히 다수의 논문이 동사 중심의 다의성 고찰에 모여 있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수량사와 분류사에 대한 논의가 많은 것도 한 특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의미론 분야에서 항상 아쉬운 것은 문장 의미에 대한 연구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2000년의 연구 결과도 이 분야의 연구는 다른 분야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그 가운데 연어 관계에 대한 고찰이 많을 뿐만 아니라 연구 성과도 괄목한 만한데, 거기에는 자료의 전산 처리 능력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발화 의미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는데, 대체로 간접화행이나 담화표지의 연구가 많은 것도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발화의 대해서 다양하면서 새롭게 접근하는 연구 태도와 방법을 기대해 본다. 텍스트언어학적 연구와 인지언어학적 연구 방법론에 입각하여 언어 현상을 분석하는 연구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현저하게 늘어나고 있는 것도 아주 큰 특징이며, 이후 이 방면의 연구는 지속적이고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다.
    사전편찬학 또한 자료의 전산 처리에 힘입어 아주 많은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사전의 거시구조에 대한 논의도 적지 않지만 미시구조에 대한 논의가 여러 영역에 걸쳐 아주 심도 있게 논의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사전 편찬 작업의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단어 또는 어휘, 접사, 문법 요소 등의 의미 연구도 사전편찬학을 통한 수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전반적으로 이 세 분야의 연구 실적은 양적으로 아주 방대하다 할 수 있는데, 세부적인 연구 주제에 있어서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경향이 있다. 학문의 균형적인 발전과, 전체의 연구는 궁극적으로 세부 영역의 총화임을 고려할 때 세부 영역별로 균형을 갖춘 연구가 요구된다. 그리고 이 분야의 단행본이 그다지 많지 않은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끝으로 좋은 연구 결과를 내놓았으나 제한된 지면으로 언급하지 못하였거나, 모든 연구물을 빠뜨리지 않고 수합하여 살펴보아야 함에도 여러 형편으로 그러하지 못한 필자의 잘못 때문에 이 글에서 누락된 많은 논저의 필자에게 용서와 양해를 구한다. 그리고 논저를 읽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여러 잘못에 대해서 해량하여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