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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 원내토론회 개최

작성자 국립국어원 등록일 2015. 11. 25. 조회수 42098

국립국어원 원내토론회 개최

 

언어유형론과 국어학-그 빛과 그늘이라는 주제에 대한 토론 사진

 

국립국어원에서는 2015년 11월 원내 토론회를 다음과 같이 개최하였다. 

 

주제

 언어 유형론과 국어학 – 그 빛과 그늘

발표자

 목정수(서울시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일시

 2015년 11월 23일(월) 16:00~17:30

장소

 국립국어원 2층 대회의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서울시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목정수 교수가 ‘언어 유형론과 국어학’이라는 주제로, 언어 유형론이 국어학에 던져 주는 빛과 그늘을 함께 살펴보는 내용을 발표하였다.

    

발표자는 “모어를 다루기 위해서는 스스로 모어를 외부에서 보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기본적인 조건은 모어와 외국어의 대조적 관점에서 모어를 보는 것이다.”라는, 일본학자 아사리 마코토의 말을 인용하면서, 국어학이 제대로 자리매김을 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언어 유형론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기존의 인도유럽어(영어, 프랑스어 등)를 기준으로 한 한국어의 언어 유형 논의에서 한국어의 중요한 특성을 간과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비교 준거점의 문제를 제기하였다.

 

기존의 언어 유형론 논의에서, 한국어의 특성으로 흔히 ‘1. 어미와 조사가 발달된 언어이다. 2. 한국어에는 관계 대명사가 없다. 3. 한국어는 동사와 형용사의 활용이 매우 유사한 특징을 가진다. 4. 한국어는 주어나 목적어가 쉽게 생략될 수 있는 언어이다. 5. 한국어는 대우법(경어법, 높임법)이 정밀하게 발달했다.’와 같은 내용을 언급하는 일이 많았는데, 이는 ‘영어나 프랑스어를 기준으로 한 한국어의 유형론적 특성’일 뿐이다. 만약 ‘한국어를 기준으로 한 영어나 프랑스어의 유형론적 특성’을 언급한다면 ‘1. 영어는 조사가 없다. 2. 영어는 관형사형 어미가 없다. 3. 프랑스어는 관형사가 없고, 형용사의 행태가 동사보다 명사에 더 가깝다. 4. 프랑스어는 주어가 필수적인데, 인칭대명사의 성격이 일반 명사구와 다르고 어미와 유사하다. 5. 영어는 대우법이 발달하지 않았다.’와 같은 내용을 제시할 수도 있다. 무엇을 기준으로 한국어의 유형론적 특성을 논의할지에 대해 선험적으로 결정되어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어서 한국어의 유형론적 특성들은 개별화된 속성이 아니라 전체적인 시각에서 개별 속성들 간의 상관속(相關束)으로 포착해야 하며, 비교 대상의 언어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언어들의 무엇을 비교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면, 범언어적으로 형용사의 유형론을 논할 때, 일부 학자들은 한국어의 형용사만을 여러 언어의 형용사 범주와 대조하는 일이 많은데, 그보다는 한국어의 형용사뿐만 아니라 관형사까지 포괄하여 여러 언어의 형용사 범주와 대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또 유형론적 관점에서 한국어 ‘형용사’는 ‘기술동사/상태동사’나 ‘주관동사/심리동사’라는 동사 범주로 하위 분류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유형론 연구에서 한국어의 특성으로 가장 많이 언급하는 것이 어순이지만, 한국어에서 어순의 문제는 그리 단순치 않다고 설명하면서 다음의 예를 들었다.  

 한국어에서 어순의 문제 예시 사진

발표자는 위 두 문장 중 더 자연스러운 문장은 위의 문장(대칭적 구조)이며, 아래의 문장은 그보다 조금 덜 자연스럽다고 했다. 그리고 ‘뛰어 와 줄래?’는 자연스럽지만, ‘*뛰어 주어 올래?’는 절대로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볼 때 서술어 내의 단어들의 순서는 엄격한데, 성분(constituent)들의 순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롭다고 설명했다. 

    

또 어순 유형론 중 타동성 유형론 논의에서는, 주어와 목적어를 중심으로 그 유형을 분류하는 것이 기본인데, 한국어의 경우에 주어가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다음 문장들에서 주어는 무엇인가를 질문했다.

 

가. 선생님 설명이 이해가 안 되는데요.

나. 당신을 만나니 고향 생각이 절로 나는군요.

다. 잠이 잘 안 오나 보구나.

라. 왜 그렇게 힘이 들어 한대요?

바. 시간 있으세요?

사. 여자 친구 소개 좀 해 드릴까요?

아. 뭐가 먹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또, 발표자는 한국어 문법에서 조사 ‘이/가’가 붙은 성분(‘가형 성분)을 무조건 주어로 보는 눈멂 현상이, ‘가형 성분’을 목적 보어(일반적 용어로는 ‘보어’)로 선택하는 구문을 타동성 논의에서 제외시켰다고 주장하였다. 기술동사나 주관동사의 제2논항인 ‘가형 성분’(‘코끼리는 코가 길다’에서 ‘코가’, ‘나는 호랑이가 무섭다’에서 ‘호랑이가’)은 서술어와 함께 서술절(predicate clause)이 아닌 서술어구([predicate phrase)가 되며, 소위 이중 주어 구문에서 진성 주어는 제1논항 성분이 담당하는 것이고, 제2논항은 비주어, 즉 ‘목적 보어’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발표자는 한국어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드러내기 위해서는 외국어라는 잣대를 통해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유형론적 비교 작업은 국어학의 필수적인 방법론이 되지만, 유형론적 논의에 휩싸여 한국어에 대한 객관적 관찰과 기술의 눈이 흐려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함께 강조했다.

    

목정수 교수의 발표 후 ‘주어+목적어+서술어’를 정의하는 태도는 유형론에서 일정하게 합의가 된 것이 있는지, “나는 호랑이가 무섭다.”와 같은 심리 동사 구문에서 ‘호랑이가’를 ‘목적보어’(“나는 호랑이를 무서워한다.”라는 구문과의 관련에서)로 보기보다는 ‘보어’로 보는 것이 더 낫지 않은지, ‘코끼리는 코가 길다’와 같은 소위 주격 중출 구문을 ‘독립어+주어+서술어’로 분석하는 것이 어떤지, 구어 중심의 문법 기술의 필요성 등에 대한 질의 응답이 있었다. 국어학과 한국어 교육의 발전을 위해서 언어 유형론의 연구 성과를 참고할 필요성이 있음과 함께 한국어에 대한 정확한 기술과 해석이 수반된 유형론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취지에 동감하며 원내 토론회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