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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기다’ 등 형용사의 품사 변경에 대한 안내

작성자 국립국어원 등록일 2017. 12. 15. 조회수 29779

 

 

‘잘생기다’ 등 형용사의 품사 변경에 대한 안내

 

 

 안녕하십니까? 최근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낡다’, ‘못나다’, ‘못생기다’, ‘잘나다’, ‘잘생기다’ 등 5개 어휘의 품사가 형용사에서 동사로, ‘빠지다’, ‘생기다’, ‘터지다’ 등 3개 어휘의 품사가 보조 형용사에서 보조 동사로 변경된 이유에 대하여 많이 질문하셔서 이에 대해 상세한 안내 말씀 드립니다.

 

 품사는 단어의 문법적 특성(문장에서의 기능, 형태적 특성)을 기준으로 분류합니다. 이에 따르면 동사와 형용사는 문장에서 서술어 역할을 하며 어미가 붙어 모양이 변하므로 함께 ‘용언’이라 불립니다. 그러나 동사와 형용사는 동작을 나타내느냐 상태를 나타내느냐의 차이도 있고, 또 대개는 활용 양상에서도 차이를 보여, 이 활용 양상의 차이(형태적 특성)를 기준으로 구분되어 왔습니다.

 

  자다(동사): 잔다 자는구나 자라 자렴

  차다(형용사): 차다 차구나 × ×

 

 그런데 용언 중에는 활용을 거의 하지 않아 동사인지 형용사인지 판정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습니다. 위에서 든 ‘잘나다, 못나다, 잘생기다, 못생기다’ 같은 예들이 그러합니다.

 

  잘생기다: 잘생긴다(×) 잘생기는구나(×)

             잘생기다(×) 잘생기구나(×)

 

이들은 활용의 양상이라는 기준을 가지고는 품사를 분별할 수 없기 때문에 학계에서 이들의 품사에 대한 논란이 많이 있었으며, 사전들마다 품사를 조금씩 달리 제시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논의가 축적되어 최근 국어학 분야에서 다음과 같은 이론이 중론으로 자리를 잡았고, 이를 반영하여 이번 3/4분기에 앞에서 든 몇몇 용언들의 품사를 형용사에서 동사로 수정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한국어에서 두 요소(A와 B)가 결합하여 복합어를 이룰 때 보통 그 품사는 뒤 요소의 품사로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잘생기다’ 등의 복합어는 뒤의 요소가 동사(생기다, 나다)이기 때문에 그 합성의 결과를 형용사보다는 동사가 되는 것으로 설명하는 것이 일반론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보통 형용사 어간에 종결 어미 ‘-다’가 결합하면 현재의 뜻을 나타내고 선어말 어미 ‘-었-’이 결합하면 과거의 뜻을 나타냅니다(‘착하다’, ‘착했다’ 등). 그런데 ‘-었-’이 결합된 ‘잘생겼다, 못생겼다, 잘났다, 못났다’는 모두 과거가 아닌 현재의 상태를 나타냅니다. 이러한 현상은 동사 ‘늙다, 닮다’ 등의 활용형(‘그 사람 젊냐, 아니면 늙었냐?’, ‘저 학생은 어머니보다는 아버지를 많이 닮았다.’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잘생기다’류가 현재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었-’이 결합해야 하며, 일반적인 형용사처럼은 현재형이 가능하지 않습니다(‘그는 잘생기다’(X)). 만약 이들을 형용사로 본다면 ‘-었-’이 결합하였을 때 현재 상태의 의미를 드러내는 현상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지만, 동사로 본다면 중세 국어 시절의 ‘-어 있-’에서 형성된 ‘-었-’이 붙어 현재 상태의 의미를 나타내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한편 동사라고 하더라도 각 동사의 개별 의미적 특성에 따라 명령형이나 청유형, ‘-는 중이다’ 따위와 호응하지 못하는 것이 있으므로 이것들과 호응하지 못한다고 하여 형용사로 취급함이 옳지 못함을 확인한 것도 최근 학계의 연구 성과입니다. 예를 들어, ‘관하다’와 같은 일부 동사의 경우에는 품사가 동사임에도 불구하고 ‘관하여라’, ‘관하자’, ‘관하는 중이다’로 표현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렇게 지금까지의 국어학 연구 성과를 반영하여 ‘잘생기다’류의 쓰임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관련 위원회의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이들을 형용사보다 동사로 판정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판단하였고, 그 결과 이번에 품사를 형용사에서 동사로 수정하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취지를 잘 이해하셔서 국어 생활에 참고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